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J HAN Jan 23. 2022

이 주의 시들-절망

무너지는 절벽과 내 마음


안녕하십니까, 제이한입니다. 절망을 주제로 한 이주의 베스트를 시작하겠습니다.


모든 긍정과 희망을 버리고 주저앉는 것. 사태를 해결할 방법이 아무것도 없는 상태나 그러한 감정을 절망이라고 합니다. 무수히 많은 실패가 겹치고 겹쳐지면 결국 가게 되는 종착지이기도 하지요. 거기가 목적지인 사람은 거의 없겠지만요.


사실 절망을 글로 표현한다는 행동 자체는 어딘가 의문스러운 점이 있습니다. '절망이란 감정이 글에 완전히 담기긴 할까', '아직 뭔가 할 수 있다는 건 절망적인 상태가 아닌 것 같다'. 이렇게 여러 가지 방면으로 그 진의를 탐구해보게 되죠. 어떤 마음이든 진짜처럼 받아들여지길 원하는 게 모든 창작자들의 바람이니까요.


그 때문인지는 몰라도 절망이 주제인 글들은 반전적인 메시지를 끝에 던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분위기 그대로 마무리하는 작품도 물론 있고요.


그럼 이번에 뽑힌 작품들은 어떤 식으로 절망을 얘기하는지 함께 살펴보도록 할까요.



1. 언블리버풀님의 '절망이 온다.'


https://m.fmkorea.com/4240546226

////////////


상갓집에서 들려오는 곡소리는


고아가 된 김에 내질러보는 아집



고인이 더 편해 보인단 걸 깨달은 난


도저히 그들과 잔을 나눌 수가 없어



해가 기울어지는 저녁이 오기 전에  


너의 그림자가 너보다 커지기 전에



어서 영정을 찍어둬


이제 우린 혼자잖아



끝없는 고독 속에서


몸부림치다 맞이한 자정



오늘의 나도 죽어버렸네


///////////

시평: 이별의 형태가 어떻든 남겨진 사람이 느끼는 슬픔은 이루 말할 수도 없이 큽니다. 비애를 나누기 위해 사람들이 모인다고 모였지만, 비슷한 색깔의 옷을 입었다고 해서 마음까지 비슷한 건 아니었습니다. 향유하는 감정이 다름을 깨달은 화자는 혼자서 죽음을 논합니다.


오늘의 내가 죽으면 내일의 나는 오늘을 어떻게, 또 얼마나 기억할까요. 오늘은 어제보다 슬픈지, 그림자의 길이는 더 길어졌는지. 그런 비교군으로써 쓰이기라도 하면 다행일 겁니다.


비참한 기억은 시간이 지나도 도려내고 싶은 마음 그대로일테니.


잘 읽었습니다.




2. 에스프레소주님의 '절망'


https://m.fmkorea.com/4248046370

/////////////


아비를 기다리는 아이.



매일 밤 눈물로 달을 닦는.



보름달 뜨는 날, 온다고 했었던.



달을 닦는 일을 멈추니.



오히려 편해진 마음.


//////////

시평: 달을 시야에 담던 눈은 상이 굳어져서 문신과도 같은 모양이 되었습니다. 손을 뻗어 달을 닦을 수는 없어 눈물과 함께 또 다른 달을 비볐습니다.


답을 알고 있지만 그 사실을 받아들이기가 싫어서 눈을 돌리면 당장의 아픔은 면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마음이 편해지진 않죠.


절망에 관한 딜레마를 잘 녹여낸 시였네요.


잘 읽었습니다.




3. 에뗌의신2님의 '절망은 희망의 번역'


https://m.fmkorea.com/4239632536

///////////


어느덧 가시 덤불 속으로 들어가게 되었다


내 의지도 아닌데, 들어가게 되었다


나의 심장의 가장자리부터 찌르는 그 날카로운 끝이


너무나 아플 때에 걸음을 더 이상 지속할 수 없었다


숨을 쉴 수 없도록 답답함에, 더 이상 나아갈 수 없었다



저 위의 까마귀 나의 최후를 아는 듯이 까악거리며 날아다녔다


까마귀의 어두운 깃털은 저승사자라도 되는 듯이 눈에 띄었다


까마귀는 흉조일까 길조일까 고민하던 나는,


문득 깨달았다


가시 덤불 속을 헤쳐 나갈 때에는


가시 덤불 밖을 보며 걷는 자들,  


가시 덤불의 전을 기억하던 자들,


모두 절망을 희망으로 번역해왔던 것이다



절망을 번역하면 희망이 될 것을 알기에


가시 덤불 속을 헤쳐 나간다


////////////

시평: 절망의 속뜻을 순차적으로 번역해서 진행함으로써 희망을 찬가하는 작품이네요. 절망에 빠지려는 상태를 관조적으로 묘사하다가 상황을 타파할 이치를 깨닫는 화자. 생각을 바꾸기만 했을 뿐인데 다시 몸에 힘이 깃들기 시작합니다.


의지대로 되지 않는 일들이 겹쳐진 결과가 절망이라면 희망은 그 반대입니다. 의지와 의지를 섞고 섞어서 생각과 인식을 빚어내면 늦든 빠르든 희망이 고개를 내밀테죠.


잘 읽었습니다.


//////////////


숱한 문학 작품들의 표현을 빌려보면, 희망은 흔히들 '노래한다'고 묘사됩니다. 입에 계속 담으면 실제로 그렇게 될 거라는 믿음이 있기 때문이죠.


그리고 절망은 희망과 달리 항상 숨어서 사람을 좀먹습니다. 말로써 입 밖으로 나와도 '읇조리는' 게 고작이죠.


사람들의 행동에는 감정에 관한 정서가 그대로 담깁니다. 또한 글은 행동의 어렴풋한 느낌을 더 극적으로 살려내는 역할을 하지요. 이번 주제처럼요.


다음 주에도 좋은 작품들과 함께 찾아뵙겠습니다.

모두 행복한 하루 보내세요.

작가의 이전글 이 주의 시들-계획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