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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 HAN Jan 30. 2022

이 주의 시들-기부

사실 제일 나누기 어려운 건 웃음이다


안녕하십니까, 제이한입니다. 기부를 주제로 한 이주의 베스트 시간이네요.


기부는 자기가 가진 물질이나 여유를 대가 없이 다른 사람에게 주는 행위를 뜻합니다. 친분이 있는 사람에게 건네는 선물과 달리 '불특정다수에게 하는 헌신'이기에 더욱 의미가 깊은 일이죠.


사실 이 '대가 없이'라는 말이 좀 애매합니다. 기부를 함으로써 얻는 사회적 시선이나 자기만족도 보답의 범위에 들어간다면 얼마든지 들어갈 수가 있거든요. 이런 점까지 생각하면 진짜 '기부'를 하는 사람은 세상에 정말 몇 없지 않을까 싶습니다.


근데 저는 기부를 하는 사람의 마음은 그렇게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중요한 건 받는 사람이 어떻게 느끼느냐죠. 기부를 받아서 자신의 생활이 전에 비해 얼마나 윤택해졌나? 혹은 윤택해질 것인가? 그걸 따져보고 만족하기만 하면 끝이죠. 주는 사람의 따뜻한 진심이 전해지면 더 좋고요.


언뜻 보면 정 없는 소리로 느껴질 수도 있겠습니다만, 기부라는 게 원래 그런 것 같습니다. 힘든 사람을 불쌍하게 여기는 마음은 누구나 품을 수 있지만, 기부는 다르잖아요. 그리고 기부를 한 사람과 하지 않은 사람을 나누는 기준은 기부의 여부, 기부의 내용이죠. 기부 받는 사람은 생각에 그치지 않고 직접 나서서 행동으로 보여준 그 마음에 자연스러운 감사를 표하는 거고요.


그렇기 때문에 기부하는 사람의 마음은 중요치 않습니다. 기부를 했다는 사실 자체만으로 이미 당사자들에겐 충분히 고마운 일이기에. 또 제 3자에겐 진의를 논할 자격이 없으니 더더욱 중요치 않고요.


좀 길게 말했지만, 결국 제가 하고 싶은 얘기는 너무 체면을 차리지 말자는 소립니다. 고상하고 순수한 마음 100개보다 칭찬받기 위한 기부 한 번이 더 가치가 있을 수도 있어요. 효용성의 측면에서요. 도와주고 싶으니까 돕는다. 그걸 보고 다른 사람들이 자기를 칭찬하면 기뻐하면서 받아들이면 그만이에요. 그게 나쁜 건 아니잖아요. 좋은 일을 했으면 칭찬을 받아야죠. 이미지 좀 챙기면 어떻습니까. 기부를 받은 사람들이 사라지는 것도 아닌데. 가끔 보면 우리는 어렵지도 않은 일을 일부러 더 어렵게 만듭니다.


아무튼 제가 생각하는 기부는 이렇습니다. 이번 주 베스트에 오른 '기부'들은 어떤 모습일지 함께 살펴보도록 합시다.





1. P.Dybala님의 '기부'


https://m.fmkorea.com/4275023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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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남는 것 중에


누군가를 생각하며 하나 골라본다.


성에 차지 않아 이내 마음을 접는다.



내가 가진 것 중에


누군가를 생각하며 하나 골라본다.


손을 놓을 수 없어 또 마음을 접는다.



이렇게 어려운 일이기에


해낸 사람이 천사가 되는구나.


수긍하며 생각을 접는다.


///////////

시평: 기부가 했다는 사실 자체만으로 칭찬을 들어야 하는 이유입니다. 속마음이 어떻건 생판 모르는 사람을 위해 내가 가진 것을 베풀어야 하기에. 물질적인 여유가 많은 사람이라 해도 넓은 마음씨를 가지지 못했다면 기부는 생각조차 안하겠죠.


내 주변 사람들 챙기기도 힘든데. 아, 나도 먹고 살아야 하는데. 달콤한 핑계는 찾아보면 수두룩합니다. 그 모든 유혹들을 다 뿌리치고 행해지는 일, 그게 바로 기부입니다.


잘 읽었습니다.




2. 별림님의 '기부'


https://m.fmkorea.com/4267683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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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부 



난 주는게 좋은데


그냥 바보처럼 주는게 좋은데


왜 착한사람들은 받는걸 싫어하는지



핑계좀 댈게   


그냥 너무 많아서 주는거야


나한텐 필요없으니까 부담가지지마


  


행복해야해 아프지마   


맛있는거 많이 먹고 좋은꿈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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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평: 힘들 때 봤으면 눈물 한방울 찔끔 흘렸을 것 같네요. 자애로움이 텍스트에서 아낌없이 흘러나옵니다.


바꿔 생각해보면 기부는 세상물정 모르는 바보가 제일 잘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실리와 정반대되는 행동이자 하고나서도 그 진의를 끊임없이 의심받는 귀찮은 일. 그런 일을 선량한 마음만으로 행할 수 있는 사람은 아름다워도 보통 아름다운 게 아닐 겁니다.


그리고 저 개인적으로는 괜히 찡한 부분이 있어서 더 정이 가는 글이었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흔한 기부는 육아가 아닐는지.


잘 읽었습니다.




3. 판콜님의 '기부자 불명'


https://m.fmkorea.com/4275216225

/////////////


인스타그램 속에는

기억들이

기분을 기부하다

또는

괴이한 기쁨과

거짓이

말과 표정을

잡아먹다.




말하지 않으면 모른다지만


사실 다 알고있는

몸짓과 눈빛 같은 것들

그리고

식은 피부의 낌새를

알아채는

두려움,

방 안에 남겨진 그늘과

끈적한 바닥 얼룩이

넘실대면

쓸모없는

스마트폰 속

사람을 기부합니다.



재능과 욕심과

신비한 것들



세상은 사실

기부한 즐거움을

맛보는

사진.



잡고있나요

뚜껑 열 듯

잠금해제한

짜릿한 사실은

실은,

알아도 알기힘든

기부자 불명입니다


///////////

시평: sns는 관심을 주고받는 현대적인 커뮤니케이션의 장입니다. 그 안에 있는 사람들은 관심을 상징하는 아이콘을 화폐처럼 사용하며 존재를 증명하고, 정신적인 허기를 채웁니다.


관심을 주는 일은 기부가 아니다.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렇게 생각할 겁니다. 좋아요를 누르는 행동이 기부를 하는 건지도, 좋아요를 받는 일이 기부를 받는 건지도. 명칭만 다를 뿐이지 기능은 기부와 다를 것이 하등 없는데 말이죠.


게시물을 올리는 사람에게 필요한 것은 관심이고 좋아요를 누르는 사람에게 필요한 것은 호응입니다. 관심을 받은 사람이 반응해주면 누른 사람은 괜히 다른 게시물에 찾아가 또 좋아요를 누르죠. 받는 사람은 관심이 많아지니 또 좋고요.


하지만 이건 기부가 아닙니다. 기부같아 보이지만 주는 사람과 받는 사람이 모두 인식을 하지 못했으므로. 그래서 불명입니다. 기부자 불명입니다.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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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 베스트는 어떠셨나요. 저로선 평소보다 더 몰입해서 쓰게 된 베스트였네요. 기부라는 행동이 양쪽에게 어떤 의미를 갖는가. 어떤 기부가 옳은 기부인가. 기부란 것이 그렇게 어려운 일인가. 일주일 동안 든 모든 의문을 글에 담았습니다. 재밌게 읽어주셨다면 기쁘겠네요.


저는 다음 주에도 좋은 작품들과 함께 돌아오도록 하겠습니다. 모두 행복한 하루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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