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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 HAN Aug 31. 2020

'시선'을 주제로 한 시들

8월의 마지막을 알리는 베스트

안녕하십니까, FCB9입니다.
시선을 주제로 한 이주의 베스트 시간이네요.

시선이란 곧 눈길입니다. 사람이 무언가를 볼 때 생기는 선같은거죠. 시선은 혼자 있으면 그저 단순히 바라보는 것에 불과하지만 그 시선이 또 다른 시선과 교차하게 되면 이야기는 달라집니다.

초면인 사람들은 처음에 어떻게 관계를 맺을까요? 통성명? 의식적으로는 그렇습니다. 그러나 서로 소개를 하기 전에 사람은 상대를 시선으로 훑으면서 그 사람의 존재를 자기의  인간 관계에 새깁니다. 그리고 훑던 시선끼리 만날 때, 각자의 눈을 바라보는 순간이 암묵적인 관계가 생성되는 순간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이렇듯 시선은 인식이라는 의미를 넘어 어떤 사물, 사람, 요소를 자신의 영역 안에 집어넣는다는 깊은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오감 중에 가장 많은 외부적 함의를 내포할 수 있는 감각은 단연 시각입니다. 생활의 기본 바탕이 되는 감각이기 때문이죠. 그러니 그 시각의 방향을 의미하는 시선은 자연히 변형의 범위가 넓은 시어가 된다는 것입니다.

그럼 이번주 베스트에 오른 글들을 한번 살펴봅시다.




1. 조씨아조씨님의 '바라만보다가'

https://m.fmkorea.com/3041908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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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네 눈이 뒤로 달렸다면

느린 이의 걸음 기다려 줄 수 있을텐데


우리네 눈이 옆으로 달렸다면

함께 가는 이의 걸음 맞출 수 있을텐데


애궂은 눈은 앞으로만 달려

먼저 간 이 좇게만 하네


그렇게 하염없이 앞만 보고 있자니

미소 짓고 있었을 너가 보인다


마주보라는 거였구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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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평: 시선의 의미를 다시금 돌아보게 만드는 시였습니다. 시선의 방향에 대한 고민도 드문드문 엿보이는군요. 왜 우리의 눈은 앞에 달렸을까요. 화자의 말처럼 뒤나 옆에 달렸다면 더 좋은 점이 많았을 것 같은데 말이죠.

하지만 앞에 있는 누군가의 모습을 보고 화자는 시선의 의의를 다시 한번 부여합니다. 서로의 눈빛을 교환하며 마주보기 위해 사람의 눈은 앞에 달렸다고. 그것이 눈이 앞에 달린 이유라면서요.

잘 읽었습니다.


2. 신현빈님의 '시선공포증'

https://m.fmkorea.com/304994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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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많은 장소에 가면

누군가의 시선 끝에

혹시 내가 매달려 있을까

걱정에 근심을 더하곤 해


남들은 계속 괜찮다는데

내 속은 괜찮지 않아서

다가올 시선에 주눅이,

지나갈 시선엔 안심이 돼


나의 시선은 땅으로 향하고

나의 어깨는 움츠려 버렸고

나의 걸음에 자신이 사라져

나의 주변엔 아무도 없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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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평: 이 시의 화자는 앞과 달리 오히려 시선을 부정적으로 보고 있습니다. 남이 자기를 보는 시선 자체에 불안함을 느끼며 어느 누구와도 관계를 맺으려 하지 않죠. 남이 보는 걸 싫어하는 사람이 자기가 보는 건 좋아하겠습니까.

그런 화자를 주변 사람들은 다독여주지만 화자의 상태가 나아질 기미는 보이질 않습니다. 결국 그는 한없이 수축되어 작고 외로운 생명이 되고 말았죠.

시선은 역설적으로 자기 존재의 확인을 뜻하기도 합니다. 다른 것을 바라보는 눈의 주체는 다름아닌 자기 자신이기 때문입니다. 또 다른 이의 시선을 통해 자기 존재를 알릴 수도 있으니, 시선과 시선은 상호작용을 하고 있다 보아도 무방하죠. 그런 시선을 부정했으니... 화자가 저렇게 되는 것도 이상하진 않네요.

잘 읽었습니다.



3. 시체님의 '시선'

https://m.fmkorea.com/3051182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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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처럼 눈을 맞춰주세요
그리고 조곤조곤 노래를 속삭여줘요
그럼 그대 눈동자에 담긴 내가
한결같이 웃어줄게요

오늘 그 곳은 하얗게 눈이 왔나요
방 안에 갇혀 답답하지만 아무렴 어때요
너무 높지도 낮지도 않게
지금처럼 눈높이를 맞춰줘요

먼지가 쌓여 눈 앞이 흐려질 때면
그땐 나도 미련없이 떠날 것 같아요
마지막으로 눈 한 번 맞춰주고 안녕
네모난 나를 불태워줘요

너의 시선이 나의 마지막일 수 있게
부디 불은 끄지 말아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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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평: 사랑스럽다. 시 자체에 애정이 서려있는 것 같네요. 읽다보면 저도 모르게 흥얼거리면서 읇게 되는게 노래 가사 같기도 하네요. 화자가 물건인지 사람인지는 모르겠지만 분명히 화자는 시선을 통해 사랑과 애정을 확인하고 있는 존재입니다.

고백하는 투의 어조나 마지막까지 함께하고 싶다는 소망에서 서정시의 향기가 물씬 피어오릅니다. 작성자님이 표현을 애매하게 하셔서 해석은 사람마다 갈리겠지만 저는 오래된 동화책이 어른이 된 주인에게 마지막 인사를 건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네모난 나'를 보고 맨 먼저 생각나는 게 책이더라구요... 뭐 그래도 이것도 나름 애틋하네요.

시선에 좋고 나쁨을 따지는 게 웃긴 일이긴 하지만 굳이 나눈다면 좋은 시선의 정의는 이 시에 나온 것을 예시로 들면 되지 않나. 그렇게 느껴지는 시였습니다.

잘 읽었습니다.


///////


이번주 베스트도 잘 읽으셨나요?

다음주 베스트에도 좋은 글들로 찾아뵙겠다고 약속 드리면서 오늘은 이만 여기서 줄이도록 하겠습니다.

모두 좋은 하루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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