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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 HAN Dec 14. 2020

겨울을 주제로 한 시들

첫 눈이 내렸다

안녕하십니까, J.HAN입니다.

겨울을 주제로 한 이주의 베스트 시간이네요. 날씨가 많이 쌀쌀해졌습니다. 피부로 느껴지더군요. 아, 겨울이 사람들 마음 속에 떠오를 때가 왔다. 덕분에 망설임 없이 주제를 정할 수 있었습니다.

겨울은 1년 중 가장 추운 시기이자 새로운 따스함을 맞이하기 위한 준비를 하는 단계인 계절입니다. 살을 에는듯이 추운 이유는 해가 뜨기 전이 가장 어두운 것과 비슷한 이치인지도 모르지요.

그래서 겨울은 그저 춥기만 한 계절이 아닙니다. 겨울에 느낄 수 있는 감정은 '나약함'입니다. 마음이 힘든 사람이 여름에 힘든 것과 겨울에 힘든 것은 많은 차이가 있습니다. 여름이라면 버텼을 일도 겨울에 겪으면 종잇장처럼 무너지기도 합니다. 왜냐, 아무리 봄이 다가온다는 사실을 알아도 지금 내 몸이 차갑고, 또 내 인생의 봄은 알아서 찾아오지 않으리란 걸 알기 때문입니다.

그럼 그 참담한 상황을 직면하는 게 끝이냐구요? 아니죠. 본디 사람은 바닥을 찍어야 비로소 위를 올려다 봅니다. 지금부터 내가 여기서 빠져나가면, 앞으로 찾아올 희망이나 기회를 결코 함부로 대하지 않겠다. 12월의 이 추위가 가고 어느덧 봄이 시나브로 다가오는 것과는 다르게, 그 봄을 내 손으로 만들어보겠다. 이렇듯 희망을 찬가하게 됩니다. 그게 아니면 겨울의 눈에 덮인 주변을 바라보다 평소에 별로 신경쓰지 않고 지나쳤던 내 발걸음 뒷면의 새로운 모습을 발견할 수도 있지요.  

이러한 함의를 담고 있으면서 동시에 풍부한 시세계와 이미지를 만들어주는 겨울. 제재로서 아주 훌륭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럼 이번주 베스트로 뽑힌 시들을 만나봅시다.


1. 끝없는갈증 님의 '초겨울'

https://m.fmkorea.com/32325971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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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 얼얼해질 무렵

이따금 먹먹한 까닭은

시려운 것과 서러운 것

서로 비슷하기 때문임을

탁 트인 퍼런 하늘 보다가

갑자기 울고 싶은 까닭은

시원함 뒤에 서운함이

아직 남아있기 때문임을

내가 늘 이렇다

지나가서야 깨닫는다

그대는 행복한가

내게 초겨울 아직 버거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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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평: 오늘 아침 창문 밖을 보면서 기쁨을 느꼈습니다. 올해 첫 눈이 내렸거든요. 눈발이 펄펄 휘날리는 그 풍경을 보고 있자니 피로가 단숨에 날아가는 듯 했습니다. 눈이 소복히 길에 쌓인 모습이 아름답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오늘부로 시험을 다 치고 학기가 끝났기 때문입니다.

자기가 보는 시야는 현재 자신의 심리와 밀접한 맥락을 형성합니다. 아무리 아름다운 풍경을 봐도 기분이 안좋거나 상황이 힘들면 오히려 감상이 나쁜 쪽으로 치우칠 수 있습니다.

그래서 화자는 탁 트인 겨울의 하늘을 봐도 울음이 차오르고 시려움과 서러움을 비슷하다고 느끼는 것입니다.

눈사람 만들기에 열을 올리는 아이들과 연인끼리 첫 눈을 함께 보러 온 청춘들. 그들과 달리 화자에겐 이 초겨울이 버겁습니다.

잘 읽었습니다.



2. OneJ님의 '겨울'

https://m.fmkorea.com/3240512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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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디찬 방 안을 비춰주는 촛불의 펄럭임이 

제 마음과도 같아서 위태롭기 그지 없기에

겨울밤 새벽녘이 차가워 견딜수가 없었습니다


그렇기에 아침 여명이 따스하게 비춰주는 

햇빛이 얼마나 사랑스러운지 

떨리던 두손이 차분해지고 

두 눈이 부시도록 바라보게 되는지

차디찬 바람과 함께 겨울이 와야만 비로소 알 수 있었습니다


여기저기 들려오는 캐롤송이 우리의 귀를 간질이듯

제 마음또한 내리는 새하얀 눈에 설레임으로 간질입니다

올해는 소복히 내리는 새하얀 눈에 마음또한 따스하게 덮혀지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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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평: 당연하게 여기고 있던 주변 환경이 실은 내 인생에서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을까요. 태양은 그들 중 하나였습니다.

겨울이 있기에 다가오는 내년의 봄이 기다려지고. 차디찬 눈바람이 있기에 두 손으로 소중히 감싼 코코아가 맛있고. 무섭도록 어둡고 깊은 겨울밤이 있기에 떠오르는 여명이 반갑습니다.

나를 춥고 힘들게만 했던 겨울은 사실 소중한 것들을 깨닫게 해주는 상기의 존재였던 겁니다.

잘 읽었습니다.



3. leap님의 '설야'

https://m.fmkorea.com/3241552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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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혀질 줄 알았던 시간은

가라앉은 슬픔처럼

반짝반짝 빛났다

어제를 기억하던 창 밖은 어디로 지나갈까

얼어붙는 발끝을 매만지며

느릿한 걸음으로 전진한다

우리가 알아왔던 기억들을 하나 둘 챙기며

비스듬히 짊어진 세상에는

주인공이 내가 아니더라

생각없이 타오른 촛불

그 시작을 관측하는 사진

휘몰아쳐 내리는

설원 앞에서 어느 게임이 어울릴까

갈 길이 저렇게 펼쳐진

적막 하나 둘쯤 묻어도 익숙할 듯한

슬픈 밤 속에

너를 그리던 내가 있었다

시린 것들이 쌓이던 날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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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평: 읽을 때 떠오르는 시상이 여러개가 복합적으로 얽혔습니다. 상당히 현학적인 이미지로 구상을 전개하셨네요.

여기서 말하는 설원은 화자의 여정을 상징합니다. 세상의 주인공이 자신인줄 알고 있던 그에게 차가운 현실을 알려주는 역할이죠. 그래서 화자한테 설원은 고난과 아픔을 안겨다 주었습니다. 걸으면 걸을수록 자기 것이 아닌 세상이 앞으로 펼쳐지고, 여행을 떠난 이유도 점차 흐릿해져가는 가운데 화자는 이제 다른 방향으로 설원을 대할 방법을 모색하려 합니다.

마지막 연의 '어느 게임이 어울릴까'라는 질문은 자문이기도 하지만 설원에 던지는 물음이기도 합니다.

'이때까지 나는 이 세상의 게임이 나를 주인공으로 한 정복게임인줄 알았는데 사실은 아니었다. 그럼 무슨 게임이냐? 나는 모르겠다.'

자기가 틀렸음을 시인하는 것이죠. 오랜 고민과 숙고 끝에 내린 판단입니다.

그러자 변화가 일어납니다. 변함없이 추운, 어제와 다를것 없는 오늘에 이르러 화자는 누군가를 발견합니다. '너를 그리던 나' 이는 아까까지 세상의 주인공이 되길 바라던 자신을 의미합니다. 의식과 속박의 굴레를 벗어난 화자가 진정으로 세상의 주인이 되었음을 보여주는 문구죠.

해석과 평을 하기가 쉽지 않았던 시였습니다. 그만큼 작성자분의 독특한 시상과 이미지가 돋보이는 글이었어요.

잘 읽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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