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 귀염둥이 자두의 행복한 일상, 언제나 즐거운 친구들과의 만남~
자두를 입양한 지 3개월이 지나간다. 그동안 강아지 학교에 입학했고, 함께 여행을 했고, 배넷 털을 미용하는 등 정말 많은 일들이 있었다. 사실 그런 이벤트성 행사뿐만 아니라, 매일 산책을 하며 하루가 다르게 성장하는 자두의 모습을 확인하는 건 나에게 큰 기쁨이었다. 그리고 자두의 일상을 더욱 행복하게 만든 일이 었었으니, 바로 친구와의 만남이다.
자두가 새로운 친구를 사귀는 기회는 주로 산책길에서 발생한다. 자두의 행동 패턴은 언제나 비슷하다. 일단 먼발치에서 동족이 보이면 자두는 걸음을 멈추고 꼬리를 흔들기 시작한다. 덩치가 크든 작든 상대방이 가까이 다가오면 뛸 듯이 달려드면서 적극적으로 관심을 나타낸다. 시간이 지나 헤어지면 떠나가는 모습을 바라보며 한동안 멍하니 앉아있는다.
절대 쿨하게 헤어지는 법이 없는 자두의 거침없는 대시에 대부분의 개들은 먼저 꼬리를 내리고 자리를 피한다. 그런데 유독 이런 자두의 활달한 모습과 찰떡궁합인 친구를 만날 때가 있다. 자두보다 더 감격한 나와 주니는 다음에 만날 약속을 하고 자두의 친구에게 아껴둔 간식을 선물하기도 했다. 이제부터 자두의 소중한 친구들을 한 마리씩 만나보기로 하자.
한국에서는 처음 보는 사람에게 스스럼없이 웃으며 인사하면 십중팔구 이상한 사람 취급받는다. 반대로 유럽에서는 길에서 만나는 낯선 사람과도 자연스럽게 인사를 주고받는다. 더군다나 개를 데리고 산책하다가 만나게 되면 초면인데도 마치 오랜 이웃을 만난 것처럼 반갑게 대화가 술술 이어진다.
아침에 동네 산책을 하다가 우연하게 마주친 스누피와의 만남이 바로 그랬다. 스누피는 자두와 태어난 달이 같은 그야말로 동갑내기 친구다. 처음 만날 때부터 어찌나 반갑게 장난을 치던지 지켜보는 우리는 웃음을 참을 수 없었다. 스누피 주인아주머니와 우리는 한참 수다를 떨다가 매일 아침 9시 무렵에 만나기로 약속했고 한 달 정도 만남이 이어졌다.
그런데 문제는 스누피가 대표적인 대형견종인 래브라도 리트리버라는 점이었다. 불과 몇 주 사이에 자두의 두배, 세배로 몸이 커졌다. 아무리 조심해서 논다고 해도 워낙 덩치 차이가 나니 자두가 다칠 위험이 있었다. 주니가 개학하고 아침에 등교하면서부터는 그 시간에 산책하는 것도 힘들어졌다. 이래저래 지금은 한 달에 한번 정도 만나면서 스누피와의 우정을 이어가고 있다.
그다음으로 우정을 쌓은 친구는 자두보다 2개월 정도 빨리 태어난 치미라는 이름의 치와와였다. 역시 산책하다가 만났는데 치미의 주인이 주니와 비슷한 또래의 흑인 소녀여서 더 이야기가 잘 통했다. 나중에 두 아이는 저녁에 동네 아이스크림 가게 앞에서 만나 함께 젤라토를 먹으며 자두와 치미를 산책시켰다.
자두는 8월부터 비엔나 훈데슐레에 등교했다. 퍼피 클래스로 입학하여 새롭게 만난 여러 또래 친구들과 우정을 쌓았는데 특히 록키와 친했다. 셸티라는 애칭으로 불리는 셔틀랜드 쉽독 품종의 록키는 30분 훈련 후 놀이 시간에 자두와 함께 신나게 뛰어놀고 쉴 때도 꼭 붙어서 누워 있는, 그야말로 천생연분 베프였다.
그런데 자두보다 일찍 강아지 학교를 다녔던 록키는 어느새 상급반인 유겐트 클래스로 진학했다. 일주일에 2번씩 함께 수업을 듣고 놀던 절친을 더 이상 볼 수 없게 된 것이다. 불행 중 다행으로 록키의 보호자가 우리 집 근처 동네에서 수제 맥주집을 운영하고 있었다. 자두와 록키의 만남을 핑계로 나는 종종 맥주집을 방문하곤 한다.
우리가 사는 아파트 1층에는 주니와 같은 국제학교를 다니는 동급생 일본 아이가 산다. 예전에 산책하다가 그 집에서 기르는 아키타 견종의 마쿠토라는 4살 수컷을 우연히 만났다. 용맹스러우면서도 귀여운 매력을 발산하는 아키타의 모습에 우리는 흠뻑 반했다. 나중에 우리 집으로 초대해서 마쿠토와 즐겁게 노는 시간을 마련하기도 했다.
자두를 입양한 후, 너무나 대조적인 두 아이의 역사적인 만남이 이루어졌다. 거의 모든 개들에게 적극적으로 다가가던 자두가 이번만큼은 쉽게 몸을 움직이지 못했다. 아키타가 친해지려고 몸을 가까이하면 자두는 무서워서 도망가기에 바빴다. 자주 만날수록 조금씩 친해지기 시작했지만, 몸싸움을 하면서 우정을 쌓는 친구가 되기에는 2% 부족한 관계였다.
하지만 뭐니 뭐니 해도 자두의 단짝 친구는 형제지간인 만두다. 주니의 독일어 과외쌤이 입양한 만두는 어려서부터 자두와 함께 뒹굴며 자랐다. 둘이 만나면 정신없이 몸싸움을 하는데 항상 자두가 먼저 시비를 걸고 나중에 열 받은 만두에게 쫓겨다닌다. 아무리 이빨을 드러내고 으르렁거려도 그저 제스처일 뿐 서로를 다치게 하는 일은 없다.
자두와 만두는 일주일에 최소한 2번은 만난다. 훈데슐레에서 함께 교육받으며 만나고, 주니 독일어 과외가 끝나면 근처 슈타트파크 공원에서 조우한다. 잘 관리된 공원 잔디밭에서 자두와 만두는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뒤엉켜 논다. 정신없이 놀다가도 한 아이가 쉬면 따라서 쉬고, 한 놈이 흙을 파면 같이 파는 모습이 귀엽기만 했다.
돌이켜보면 나는 중학교 시절 처음 우정이라는 진한 감정을 느끼면서 친구를 좋아하고 배려하는 법을 배웠던 것 같다. 자신만 알던 이기주의에서 타인을 존중하는 이타주의로 조금씩 변화하게 된 것도 친구들과의 만남과 헤어짐, 때로는 싸우면서 상처를 주고 때로는 함께 하며 서로를 이해하는 과정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처음에는 거칠게 싸우는 것처럼 보였던 자두와 만두의 모습에서 이제는 서로 아끼고 교감하는 장면이 많이 목격된다. 만두뿐만 아니라 스누피, 치미, 록키, 마쿠토 그리고 다른 많은 친구들과도 처음에는 어색했지만 이내 만나면 반가운 친구가 되었다. 자두가 앞으로 커서 어떤 개와 만나 우정을 나눌지 기대되기도 한다.
모두에게 사랑받는, 따뜻한 마음을 지닌 훈남 강아지로 거듭나기 위해, 오늘도 주니와 나는 자두에게 우리의 사랑과 정성을 듬뿍 안겨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