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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진 Aug 20. 2020

비엔나에서 강아지와 여름을 보내는 5가지 방법

한여름 자두와 함께 즐기는 물놀이와 산책 그리고 미용

한여름 무더위가 절정으로 치닫고 있다. 유럽은 한국과 달리 습도가 낮아서 아무리 더워도 끈적끈적하고 후덥지근한 느낌은 덜하다. 하지만 섭씨 30도가 넘는 무더위가 연일 계속되니 사람이든 강아지든 축 늘어질 수밖에 없다. 어떡해서든 움직이려 해도 한낮에는 바닥이 너무 뜨거워서 강아지와 산책할 엄두가 나질 않는다.


자두가 우리 집에 오고 나서 첫 번째로 맞이하는 비엔나의 여름을 어떻게 보내면 좋을지, 나와 주니는 모두가 행복할 수 있는 피서법을 찾기 위해 분주한 나날을 보냈다. 태어난 지 3개월 된 자두가 올여름을 건강하게 잘 버텨낼 수 있는, 그리고 이열치열의 정신으로 더위를 즐길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시도해 보았다.


가장 먼저 선택한 방법은 물놀이. 여름에 즐길 수 있는 가장 일반적인 피서법이지만, 단순히 물 웅덩이에서 뛰어다니는 것부터 바닷가에서 헤엄치는 것까지 종류와 난이도가 다양하다. 해변가 모래사장에서 즐기는 모래 파기 놀이도 강아지에게는 빼놓을 수 없는 재밋거리다.


일상 속에서도 여러 피서법이 존재한다. 무엇보다 더운 여름일수록 아침저녁으로 산책을 하며 건강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산책길을 세상에 둘도 없는 형제나 친구와 함께 걷는다면 기쁨이 배가 될 것이다. 털이 많은 강아지에게는 시원하게 미용하는 것도 무더위를 건강하게 견뎌내는 방법 중 하나다.


자 그럼 지금부터 자두와 함께 여름을 즐겁게 보낸 방법 베스트 5를 공개하기로 한다~




첫 번째는 대표적인 물놀이 방법인 수영이다. 강아지 중에는 물 자체를 무서워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우리는 자두와 산책하고 집에 돌아오면 야외 테라스에서 수돗물 호스에 강아지 발을 씻기곤 했다. 이 과정에서 자두는 자연스럽게 물놀이를 하며 물과 친해졌다. 


우리 집에서 가까운 도나우 강가에 '코파 비치'라는 강변 수영장이 개장했다. 대형 파라솔과 인공 모래사장, 잔디 언덕을 활용한 선탠 의자까지 필요한 건 모두 갖춘 여름철 휴양시설이다. 별도의 이용요금 없이, 간단한 음료만 주문하면 하루 종일 테이블 의자를 이용할 수 있다.   


과연 자두가 도나우 강에 몸을 담그고 수영을 할 수 있을지 기대 반 걱정 반이었다. 스스로 들어오게 하려고 우리가 먼저 강에서 수영을 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우리를 보고 낑낑거리고 짖기도 하면서 안절부절못하다가 어느 순간 첨벙첨벙 강물 속으로 뛰어들었다. 조그마한 다리를 열심히 휘저으며 헤엄치는 자두의 모습을 보고 우리는 웃음을 참을 수 없었다.   


도나우 강에서 열심히 수영선수의 꿈(?)을 키우고 있는 자두


두 번째는 수영과 짝을 이룬 모래놀이다. 집 근처 놀이터의 모래밭에서 열심히 모래를 파던 그 실력으로 도나우강 코파 비치의 모래사장을 휘젓고 다녔다. 사실 놀이터 모래밭에서는 어린아이들 눈치를 보느라 조심스럽게 놀았지만, 이곳에서는 아무리 맹렬한 속도로 모래를 파도 전혀 문제 될 게 없었다. 다만 자리를 떠날 때, 원상태로 모래를 잘 복구해주기만 하면 된다.


도나우 강 코파 비치 모래밭에서 모래 파기 놀이에 온통 정신이 팔려 있는 자두

      

세 번째는 세상에 둘도 없는 형제인 만두와 만나서 산책도 하고 몸싸움도 하면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하루를 보내는 것이다. 마침 만두를 입양한 주니 독일어 쌤 집이 슈타트파크 근처여서, 쌤과 주니는 수업을 마친 후 강아지들을 데리고 공원 산책을 종종 했다. 자두와 만두는 햇살이 잦아든 늦은 오후 슈타트파크 잔디밭에서 마음껏 뛰어놀며 둘만의 추억을 쌓아갔다.     

 

비엔나 슈타트파크 잔디밭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자두(앞쪽)와 만두(뒤쪽) 




비엔나에서 강아지와 여름을 보내는 네 번째 방법은 털북숭이 자두를 시원하게 미용시키는 일이다. 태어나서 한 번도 깎은 적 없는 배넷 털을 언제 미용해야 할지 고민만 하고 있던 참에, 다행스럽게도 주니 독일어 쌤이 우리 집 근처의 강아지 미용실을 소개해 주었다. 


그런데 한국과 달리, 오스트리아에서는 대부분 가정집 같은 곳에서 미용사 혼자 강아지 털을 깎인다. 따라서 보호자가 강아지를 어르고 달래고 간식을 주기도 하면서 보조 미용사 역할을 해야 한다. 도저히 미용이 불가능할 정도로 강아지가 힘들어하면 잠시 쉬면서 함께 기다려주기도 했다.

 

난생처음 털을 깎는 자두의 모습. 나와 주니가 바로 옆에서 처음부터 끝까지 함께 지켜주었다.


돌이켜보면 한국에서는 강아지 미용을 하는 애견센터 같은 곳에 반려견을 맡겨놓고 반나절 정도 쇼핑한 후에 찾아가곤 했다. 깔끔하게 미용한 모습과 정갈하게 정돈된 발톱을 보며 기뻐하기만 했을 뿐 그 과정에서 강아지가 어떤 스트레스를 받았을지 전혀 생각하지 않았다.


오스트리아를 비롯한 유럽에서는 반려견을 키우면서 대부분의 경험을 보호자와 함께 한다. 개를 훈련시키는 것도 훈데슐레라는 개 학교에서 보호자와 함께 진행한다. 강아지가 미용을 하며 힘들어하거나 무서워할 때 보호자가 바로 옆에서 함께 지켜주며 위로해준다.


마지막으로 다섯 번째는 앞의 네 가지 피서법과 달리 집에서 간단히 즐길 수 있는 방법이다. 한여름 무더위에 강아지가 축 늘어질 때, 화장실 욕조 같은 공간에 얼음을 뿌려 놓고 강아지가 그 안에서 놀게 하는 것이다. 우리 자두는 얼음조각을 발로 차기도 하고 먹기도 하면서 신나게 놀았다. 

   

화장실 욕조에서 얼음조각과 신나게 놀고 있는 자두


나와 내 딸 주니는 비엔나에서 처음으로 맞이한 이번 여름에 자두와 많은 추억을 쌓으려고 노력했다. 기쁠 때나 힘들 때나 주인과 반려견이 항상 함께 있고 동행하는 유럽의 문화 덕분에, 우리는 많은 것을 느끼고 배울 수 있었다.


시간이 흘러 계절이 바뀐 어느 날, 자두와 우리 가족은 비엔나에서 보낸 첫여름의 짜릿했던 추억을 웃으며 회상하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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