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다고 달라지는 일은 아무것도 없겠지만

박준 산문 / 5일 차 (~~ 95p)

by 지영

『운다고 달라지는 일은 아무것도 없겠지만』<5일 차 ~95p>


<필사>

상대에게 유일한 존재가 되고 싶은 감정을 ‘사랑’이라고 부를 수도 있겠으나, 내가 나에게 유일해지고 싶은 감정은 ‘사랑’이라는 말이 아니라면 부를 방법이 없다.(p.93)


나와 당신이 서로 다른 사람이라는 것이 우리의 사랑을 어렵게 만든다. 그 수많은 다름을 견주어보는 동시에 그 다름을 감내해내야 한다는 점이 우리의 사랑을 아프게 만든다.

누군가를 사랑하기 시작하면서부터 우리는 평소 자신에게조차 내색하지 않던 스스로의 속마음과 마주치게 되는데, 그것은 대개 오랜 상처나 열등감 같은 것이라는 사실이 우리의 사랑을 외롭게 한다.

하지만 나와 당신이 다르지 않다면 사랑은 애초에 존재하지도 않는다. 당신의 외모와 성격과 목소리와 자라온 환경 과 어떤 것에 대해 품고 있는 마음이 나와 다르다는 점에서 사랑이 탄생한다. 자신과 비슷한 수준, 환경, 생각을 가진 사람만을 찾아 사랑이나 결혼을 해야 한다고 믿는 사람을 나는 긍정하지 않는다.(p.94)



<단상>


사랑이란 역시 어렵다. ‘사랑해?’라고 물어오는 사람 앞에서 나의 대답은 늘 같다. ‘으음, 생각해 보고...’ 그 생각이 몇십 년째 이어지고 있다. 사랑이 무엇인지, 그 흔다디 흔한 말을 나는 하지 못한다. 훗날 이 망설임을 후회할지도 모르지만 ‘사랑’이라는 그 말이 쉽게 나오지 않는다.


나 아닌 당신에게 하는 낮거나 높은 잔소리, 투덜거림과 묵은 서운함, 스치는 살핌과 떨리는 숨결 그리고 서툰 밥 한 그릇과 따뜻한 다독임, 이것은 아마, 사랑일 것이다.


나와 다른 당신이기에, 나는 당신이 어렵고 당신에게 화가 나기도 하지만, 또 나와 다른 당신이기에 당신은 나를 감당해낸다. 아마 사랑이기에 가능한 일일 것이다. 잡힐 듯 잡힐 듯, 그러나 쉽게 두 손에 쥐어지지 않는, 이처럼 정답을 적기 어려운 것이 사랑이다.


해답지에 답을 꼭 써야 한다면...,

‘사랑은 상대를 그대로, 있는 그대로 보듬어줄 수 있으며, 무조건적인 그 사랑은 그에게 자신을 사랑하고 존중할 줄 아는 힘을 선물한다.’

사랑의 형태와 색은 각기 다를 수 있겠지만 그 끝이 이렇게 닿는다면 비로소 ‘사랑’이라 말해도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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