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포말 Jul 30. 2019

맛집은 없다.

맛집을 추천할 수가 없다.

블로그에 글을 쓰며 신경을 안쓴다고는 하지만 자꾸 신경을 쓰게 되는게 바로 '조회수'이다. '조회수 = 좋은글'이라는 공식이 성립하는게 아니라는 건 잘 알지만 조회수가 잘 안나오면 의기소침해지고 블로그 포스팅에 대한 동기부여가 사라진다. 그렇기에 나또한 조회수가 나올 법한 글을 쓸 때가 있었다. 제목을 낚시성으로 쓰거나 사람들이 많이 볼만한 주제로 글을 쓰는 것 말이다. 지금처럼 글쓰기 자체에 의미를 두는 포스팅이 아닐 때에 그런글을 자주 썼다. 물론 지금도 그것으로 부터 완전히 탈출한 것은 아니지만.


그런글 중에 효과가 가장 좋은 글은 바로 '맛집'이라는 정보글이다. 맛집이라는 단어를 집어넣어 음식점 포스팅을 하면 기본이상은 한다. 실제 내가 작성한 글 중에도 보면 맛집 관련 글은 다른 글들과 다르게 조회수가 월등하게 높은 것을 알수가 있다. 또한 꽤 시간이 지났음에도 조회수가 늘어간다. 물론 그 정보가 얼마나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었는지는 알 수가 없다. 댓글 등의 피드백은 전혀없이 조회수만 늘어가기 때문에 알길이 전혀없다. 


사람들에게 얼마나 도움이 되었는지는 알 수가 없지만, 글을 얼마나 잘 쓴 건지 모르지만, 조회수가 높다는 이유 하나만으로도 뿌듯한 마음이 생긴다. 그렇기에 자꾸만 그런 글을 쓰고 싶었었다.



맛집이란?


하지만 올해 1월13일을 끝으로 맛집 포스팅은 전혀 안하고 있다. 맛집 관련 글을 쓰는게 나의 글쓰기 훈련에 별 도움이 안된다는 생각이 들어서이다. 맛집 관련 글을 쓰는 분들을 비하하려는 의도는 아니다. 단지 내가 쓰고 싶은 글을 연습하는데 그렇단 말이다. 감성을 담아서 감정을 묻혀가며 글을 써야 하는데 맛집, 음식을 표현하다보면 글이 자꾸 산으로 갔다. 써야하는 내용과 쓰고 싶은 내용이 달라 힘들었다. 그래서 이제 안쓰기로 했다.


맛집 관련 글을 안쓰는 이유가 한가지 또 있다. '맛집'이라는 단어에 자신이 없어졌다. 예전엔 사람들에게 음식점 추천을 많이 했었다. 내 입을 믿었고, 내 혀가 자신있었다. 실제 내가 추천하는 음식점을 사람들이 좋아하기도 했었고 말이다. 그렇지만 지금은 다르다. 내 입과 내 혀를 못 믿겠다. 


언젠가 내가 맛집이라 부르며 자주찾는 음식점에 갔다. 항상 맛있게 먹었고, 먹고 나면 뿌듯했던 집이었는데 그날따라 맛이 없었고 심지어 반쯤 남기기까지 했다. 손님까지 모시고 갔는데 너무 미안했다. 음식 맛이 변한 것 같았다. 하지만 식사를 다 마친후에 난 의외의 이야기를 들었다. 그 손님이 나에게 아주 고맙다며 인사를 하는 것이었다. 덕분에 정말 잘 먹었다고, 아주 귀한 맛집을 알았다며 재차 고맙다고 인사를 하는 것이었다. 난 의아했다. '분명 음식맛이 변했는데 어떻게 된걸까?' 하며 한참을 생각했다. 


그로부터 시간이 조금 흐른뒤 그 집을 다시 방문하게 되었다. 어땠을까?, 예상했던 대로 그날은 맛있게 먹었다. 예전에 먹었던 그 맛이 다시 느껴졌다. 한그릇을 뚝딱 해치웠고 만족하며 계산을 했다.



맛집을 추천할 수가 없다.


곰곰히 생각을 해봤다. 이게 어떻게 된것일까? 하며 고민 또 고민했다. 그러다 문득 생각이 떠올랐다.

생각해보니 '맛'이란, 여러 상황에서 달리 느껴질수 있는 것이었다.


예를들어, 

정말 변함없이 일정한 맛을 내는 음식점이라도, 아래의 상황에 따라 각자 다르게 맛을 인지할 수 있다.

1. 함께 동반한 사람에 따라(편한사람, 불편한사람)

2. 컨디션에 따라

3. 가격에 따라

4. 전날 또는 이전 식사메뉴에 따라

5. 날씨에 따라

6. 대기손님의 유무에 따라

7. 해당음식의 맛에 대한 이해에 따라(원래 이런맛인지)

등등 정말 여러가지 상황에 따른 변수가 있다.


그래서 같은 음식인데도 어떨때는 맛있게 먹을수 있고, 어떨때는 맛을 거의 못느낄때도 있지 않았을까 생각을 한다. 물론 앞에서 이야기 했듯이 정말 변함없는 맛이라는 가정하에 말이다.


실제 예를 또 생각해보면 아내와 단둘이 했던 식사는 참 만족스러웠던 곳이었는데 아이들과 정신없이 먹고나서는 뭘 먹었는지, 맛이 어땠는지 기억이 잘 안나는 곳도 있고, 평소에는 아주 잘 먹었던 짬뽕이었는데, 더운날씨에 땀을 많이 흘린 날은 맛이 없는 경우도 있었다.


그래서 나는 이제 맛집 포스팅은 하지 않는다. 내가 먹는 그 순간. 내가 느끼는 그 맛이. 옳은 거인지에 대한 자신이 없어졌다. 배가 고파서 맛이 있었을 수도 있고, 그날 컨디션이 좋아서 아님 최근 먹고 싶었던 음식이라 그랬을 수도 있다. 나 스스로의 확신이 없어졌는데 사람들에게 추천할 수가 없다.  

작가의 이전글 현명한 우리들의 소비트렌드 변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