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이트와 함께 바보의 여행을 시작하며
고민거리가 있을 때마다 타로 점을 본 지 어느새 20년이 넘었습니다. 유명한 타로 상담사를 찾아가 보기도 하고, 그중 어떤 곳의 단골이 되기도 하고, 가이드북과 카드를 사서 혼자 열심히 공부해서는 점을 쳐보기도 하고, 요즘 들어서는 한국, 미국, 영국, 일본의 다양한 타로 유튜브 리딩 채널을 구독해 매일 밤 잠들기 전 현재나 미래를 체크해보기도 합니다.
그렇게 해서 얻은 점괘는 얼마나 맞았을까요? 냉정히 따져보니, 제 경우 적중률은 유료로 본 타로 점에서조차 그리 높지는 않았던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실망하지 않고 타로 점을 계속 보게 되는 것은, 카드가 보여주는 희망찬 미래의 실마리에 위로받고 싶기 때문입니다.
타로 카드가 동서고금을 불문하고 이토록 오랜 기간 사랑받는 배경에는 바로 이러한 위로의 힘이 있습니다. 더 나아가 그 존재 의미를 뿌리까지 파고 들어가면, 요즘 각광을 받는 "끌어당김의 법칙"과도 일맥상통합니다. "엉터리다, 사기다"라는 반론도 들끓지만, 어쨌거나 자기 충족적 예언을 통한 성공 실현의 도구로서 사랑받아 온 것이죠.
저는 종종 말합니다. "용한 점쟁이는 좋게 풀이해 주는 점쟁이다."라고요. 내담자가 절망적인 상황에서 좋은 점괘를 통해 위기를 긍정적으로 헤쳐나갈 수 있는 힌트를 얻고 힘을 내서 목표를 이뤄냈을 때, 비로소 점은 제 역할을 다 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기본으로 돌아가라."라는 말이 있습니다. 타로 카드에 관해 설명해 주는 다양한 좋은 책들이 있지만, 일단은 그 카드를 만든 사람의 목소리를 직접 들어볼 필요가 있겠죠.
저는 현재 가장 널리 쓰이며, 각종 응용 버전 타로 덱의 원형이기도 한 라이더-웨이트 타로 덱(Rider-Waite Tarot Deck)의 메이저 아르카나 카드 22장에 대하여, 고안자인 아서 에드워드 웨이트 (Arther Edward Waite)의 저서 <타로의 그림 열쇠 (The Pictorial Key to the Tarot)> (1910)를 바탕으로, 기타 심리학이나 상담학 등의 참고 서적을 읽고 수많은 타로 리딩을 경험하며 내담자로서 얻은 인사이트를 종합하여 쉽고 재미있게 풀어서 알려드리고자 합니다.
(주: 타로 카드의 기원에 대해서는 중국, 이집트, 인도 등으로 설이 분분하다. 현재 대부분의 타로 리더들이 주로 쓰는 라이더-웨이트 카드 덱은, 프랑스 신비주의자들이 비밀리에 계승해 온 타로 체계를 아서 에드워드 웨이트가 정리하고 카드의 의미를 자신의 주관과 해석에 따라 더 명확히 하기 위해 상징을 추가, 변경한 개량 버전으로서, 엄밀히 말해 그가 온전히 고안했다고는 할 수 없다. <타로의 그림 열쇠>의 서문을 보면, 타로 카드가 점쟁이의 마술 도구로 쓰여온 전통에 대해 웨이트 자신은 비판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으며, "The true Tarot is symbolism.(진정한 타로는 상징주의이다)"이라고 단언하고 있다.)
정기 연재물은 상기의 <타로의 그림 열쇠> 중 메이저 아르카나에 관한 설명 부분의 번역문과 그와 관련해 제가 짧지 않은 세월을 살면서 직간접적으로 겪고 깨달은 바를 정리한 에세이로 구성됩니다.
78장 중 22장의 메이저 아르카나를 선택해 이번 연재를 하게 된 것은, 해당 카드가 바보의 여행이라는 알기 쉬운 서사 구조를 갖추고 있어 쓰는 저나 독자 여러분이 그 행적을 따라가며 자신의 삶의 여정, 내면을 탐구하기에 용이하기 때문입니다.
글을 다 읽으시고 나면 타로 카드는 여러분께 더 이상 마녀의 수정 구슬 같은 미지의 마법 아이템이 아닐 것입니다. 최소한 여러분 앞에 우연히 (어쩌면 필연적으로) 펼쳐진 메이저 아르카나 카드의 메시지만큼은 스스로 파악할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합니다.
글과 함께 실린 모든 일러스트는 제가 라이더-웨이트 타로 덱을 재해석해서 그렸습니다. 각 카드에 담긴 긍정의 메시지를 오랜 내담자로서 나름대로 이해한 바를 구현한 결과물입니다. 웨이트의 그림 편지에 제가 역시 그림으로 그려 보내는 답장이라고나 할까요. 시각적으로 풀어낸 저의 해석이 여러분께 지적으로나 영적으로 신선한 자극이 되길 바랄 따름입니다.
타로 점괘가 곧잘 들어맞는 것처럼 여겨지는 이유는 78장의 카드에 인간사의 주요 테마 중 한 가지는 반드시 내포되어 있기 때문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메이저, 마이너 아르카나 78장 중 어느 것을 뽑아도, 삶을 지혜롭게 영위하기 위한 팁을 예외 없이 얻을 수 있도록 매우 치밀하게 설계된 것이지요. 더 나아가, 수백 년의 세월을 거치며 많은 사람들의 경험과 공감을 토대로 다듬어진 만큼 그 정밀도가 확보되어 있는 것입니다. 다시 말하면, 시공을 초월한 집단 지성, 집단 무의식의 집약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인류 공통의 정서를 담고 있기 때문에 오랜 세월을 견디고 살아남은 구전 동화가 시각화된 형태라고나 할까요. 이 시각화된 집단 무의식의 세계를 현대인이 이해하기 쉽도록 재구성하고 그 의미에 대하여 비교적 명확히 문서로 정리한 사람이 아서 에드워드 웨이트입니다.
아서 에드워드 웨이트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그림은 뜻밖의 방으로 통하는 문, 또는 넓게 펼쳐진 열린 길로 접어드는 모퉁이와 같다.”
타로 카드를 정신 분석 상담의 도구로 활용했다는 칼 구스타프 융은 또 이렇게 말했습니다.
“스스로의 마음속을 들여다볼 수 있을 때에만 당신의 시야가 명확해질 것이다. 외면을 보는 자는 꿈을 꾸고, 내면을 보는 자는 깨어난다.”
즉, 타로 카드는 여러분의 깊은 내면세계로 통하는 문인 것입니다. 카드의 그림 속의 많은 상징들은 그 문을 열어주는, 무의식을 일깨워주는 열쇠와 같습니다. <타로의 그림 열쇠>라는 제목에는 그러한 뜻이 담겨 있는 것이리라 짐작하는 바입니다.
여행을 통해 진짜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무엇을 원하는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깨달을 준비가 되셨나요?
이제 그 여행길로 통하는 문이 열립니다.
Bon Voyage!
[주요 참고 문헌]
<The Pictorial Key to the Tarot> Arther Edward Waite 저, 퍼블릭도메인
<정통 타로 카드 배우기> 정성윤, 정재윤 저, 넥서스
<가장 친절한 타로> LUA 저, 구수진 역, 한스미디어
<가장 친절한 타로 리딩 북> LUA 저, 구수진 역, 한스미디어
<타로의 지혜> 조앤나 워터스 저, 이선화 역, 슈리 크리슈나다스 아쉬람
<기호와 상징> 미란다 브루스 미트포트, 필립 윌킨스 저, 주민아 역, 21세기북스
<마법사의 책> 그리오 드 지브리 저, 임산, 김희정 역, 루비박스
<인간과 상징> 카를 G. 융 외 지음, 이윤기 역, 열린책들
<강신주의 감정수업> 강신주 저, 민음사
<마음사전> 김소연 저, 마음산책
<사랑의 조건> 제임스 홀리스 저, 김현철역, 더퀘스트
<사랑의 기술> 에리히 프롬 저, 황문수 역, 문예출판사
<인간의 마음> 에리히 프롬 저, 황문수 역, 문예출판사
<불안> 알랭 드 보통 저, 정영목 역, 은행나무
<행복의 정복> 버트런드 러셀 저, 이순희 역, 사회평론
<내면 소통> 김주환 저, 인플루엔셜
<하루 쓰기 공부> 브라이언 로빈슨 저, 박명숙 역
<기억 꿈 사상> 카를 구스타프 융 저, 조성기 역, 김영사
<카를 융 영혼의 치유자> 클레어 던 저, 공지민 역, 지와사랑
<당신의 그림자가 울고 있다> 로버트 존슨 저, 고혜경 역, 에코의 서재
<파우스트> 요한 볼프강 폰 괴테 작, 정서웅 역, 민음사
<내가 누군지도 모른 채 마흔이 되었다> 제임스 홀리스 저, 김현철 역, 더퀘스트
<외로움의 철학> 라르스 스벤젠 저, 이세진 역, 청미
<거짓의 사람들> 스캇 펙 저, 윤종석 역, 비전과 사람들
<새 번역 성경> 대한성서공회
<오컬트 마술과 마법> 크리스토퍼 델 저, 장성주 역, 시공아트
<히스토리아 노바> 주경철 저, 산처럼
<성경의 인물들> 잔프랑코 라바시 저, 강선남 역, 성바오로
<사마타와 위빠사나> 전현수 저, 불광출판사
<幸せをつかむタロット占い> エミール・シェラード 저, 成美堂出版
<22枚のカードで全部わかるタロット占い> LUA 저, 成美堂出版
<TAROT> Jassica Hundley 편저, Penny Slinger, Johannes Fiebig, Marcella Kroll 공저, TASCHEN
*참고 문헌은 연재 진행 중 수시로 업데이트됩니다.
*글과 함께 실린 메이저 아르카나 카드의 일러스트는 라이더 웨이트 카드를 바탕으로 제 나름의 해석을 담아 새롭게 그린 것입니다. 따라서 아서 에드워드 웨이트가 글로 묘사한 이미지와는 다를 수 있습니다.
*각 에세이는 작가 사정에 따라 2월 중 완결을 목표로 수시로 게재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