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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두근 Feb 05. 2023

어머니

“띠리링 띠리링 ... ”

해외 출장 중인데 집에서 전화가 왔다. 급한 일 아니면 전화를 안 하고 카톡으로만 연락하던 터라 무슨 일인지 걱정스러웠다.   


“아빠! 할머니가 아빠를 계속 찾으세요! 몸이 많이 안 좋으신가 봐요.”

한참을 머뭇거리다가 아들이 말을 꺼냈다. 올해 91세 어머니가 아프시고 찾는다 하시니 걱정이 앞선다. 


전화를 받고 비행기 편을 변경해서 예정보다 일찍 돌아왔다. 다행히 집에 돌아와서 어머니를 뵈니까 기운을 조금은 회복하신 상태다. 


“어디 갔다 왔노? 또 갈끼가?”

“아입니더. 이제 출장 안 가고 집에 있을 낍니더!” 


그러고 며칠이 지나도 어머니 상태는 나빴다가 좋았다가를 반복하고 있다.

“으 ... 으 ... ”

집 안에 나지막한 신음 소리가 계속 이어진다.


“어디가 아프세요?”

“모르것다. 으 ... 으 ...  ”

어머니는 거동이 불편하시니 휠체어를 이용하더라도 병원을 방문하는 것이 무척 어려운 일이 되었다. 병원에 가더라도 치료를 기대하기는 힘들다. 속이 아프시다는 지병은 오랫동안 치료를 못한 것이다. 무엇보다 이제 연세가 많으셔서 뭔가 더 하기가 어렵다.


어머니가 아파하시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약을 드리고 고통이 잦아들기를 기다리는 것이다. 병원에서 처방해 준 약은 진통제 성분이 포함된 것 같다. 아직은 반나절 정도 지나면 조금 나아지신다. 어떤 날은 하루종일 얼굴에 고통이 가득이고, 어떤 날은 얼굴도 좋으시고 식사도 잘 하신다.


며칠 전 모임에서 어머니에 대한 고민을 얘기하였다. 어머님이 91세이고, 건강이 요즘 더 안 좋아져서 내가 병가를 내서 곁을 지켜드려야 하는지 고민이라고 말했다.


“식사는 하시나요?”

“상태가 안 좋으실 때는 거의 못 드셔도, 괜찮으실 때는 식사를 잘하세요.”


“걸으실 수 있나요?”

“집 안에서 벽 짚고 위태 위태 하지만 혼자 화장실 다니세요”

“에이 그러면 아직 한참 많이 남았어요. 우리 어머님은 식사 못하시고 튜브로 음식을 넣어드리고도 1년 이상 사셨어요.”


지인의 말씀은 가족이 생업을 중단하고 병가 내서 간호하는 것보다는, 가족은 정상적인 생활을 하고 요양보호사 등  방문간호 도움을 받는 게 좋다는 조언이다. 무슨 말씀인지 이해가 된다.


돌아가신 아버님 생각도 난다. 12년 전에 돌아가신 아버님은 건강이 갑자기 안 좋아져서 병원에 입원했었다. 병원에 가서 폐암 진단을 받고 입원 한 다음 얼마 지나지 않아 의사 선생님이 말씀하셨다.


“아버님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것 같으니 호스피스 병동을 고려해 보시면 어떨까요?”

그 말을 들은 나는 병원에 입원하지 얼마 안 됐는데 시간이 많이 남지 않았다는 말이 믿기지 않았다. 그래도 호스피스 병동에 옮기는 절차나 비용 등을 알아보았지만 서두르지 못했다.


당시에도 부모님 부양에 대한 비용은 전적으로 혼자 부담하고 있었다. 경제적으로 힘들게 사는 형제들에게 돈 문제를 얘기하기 싫었다. 오래전이라 정확한 기억은 나지 않지만 호스피스 병동은 일반 병동보다 비싸서 나 혼자로는 부담이 되었다. 


만약 호스피스 병동에 입원해서 오래 계시면 비용을 나 혼자 감당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었다. 그런데 아버님은 호스피스 권유를 받은지 3주 만에 하늘로 가셨다. 그때는 사실 경황이 없어 호스피스가 뭔지도 잘 몰랐었다.


이제 언젠가 어머님 차례가 올 것이라는 것을 안다. 이제 어머님은 호스피스 진료를 통해 조금이라도 고통을 들고 편안하게 생을 마무리하셨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그래서 이번에는 미리 호스피스 병원에 대해 알아보았다. 


아직은 호스피스 병원이 많지도 않고, 어머님은 호스피스 병원에 갈 수도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알아보니 호스피스 병원은 말기 암 진단을 받은 말기 환자를 대상으로 운영되고 있었다. 말기 암 환자도 넘쳐나니 일반 노환 질환자는 가고 싶어도 갈 수가 없다는 것이다.


집 근처 요양병원에 전화를 해서 절차와 비용을 알아보았다. 1:1 간병인이 필수고 간병인은 1일 11만 원~ 13만 원이라고 한다. 그리고 병실비와 진료비, 약값 등이 추가된다. 아직 코로나 때문에 가족들 면회도 자유롭지 않다고 한다.


어머니는 소변이나 대변이 마렵다고 화장실에 가시는 횟수가 매우 많다. 거의 하루에 절반 이상을 화장실 변기에 앉아 계시는 듯하다. 집안에 화장실이 하나였다면 나머지 가족들의 생활이 힘들었을 것이다. 요양병원을 가도 1인실이 아니라면 화장실 때문에도 힘들 것 같다. 위태롭게 벽 잡고 걸으시는 어머니가 요양병원을 가시면, 안전 때문에도 병원이나 간병인은 싫어할 게 뻔해 보인다.  


어머님이 스스로 걸으시는 때까지는 지금처럼 집에서 우리 가족이 돌봐 드리는 게 맞다고 생각을 정리했다. 언젠가 스스로 움직이지 못하시면 그때 요양병원으로 모시는 것을 다시 고민해 보기로 했다. 우리 곁에 계실 때까지만이라도 아프시지 않고 편안하게 계시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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