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 그렇게 까지 할 일이냐고?
어!! 이것이야말로 대인관계 정리의 끝판왕이다.
무려 계약서 사인하고 5년 만에 만들어낸 책인데. 잉크가 말라비틀어지고 계약서가 누렇게 떠도 문제가 없을 세월의 끝에 만들어진 책이거늘. 개정도 수정도 아니고 첫 원고인데 코로나로 줄줄이 폐업하는 가게들과 달라지는 여행정보들. 수도 없이 새로 쓰고 또 새로 쓰고 진즉 출간되었더라면 이미 개정판에 실어도 될 내용을 1차에 2차에 4차까지 보고 또 보고 쓰고 또 쓰고 이제 나도 그만보고 싶고 읽기도 싫지만
책을 출간했다는 소식을 들으면 치킨값 수준의 책 한 권 사줄 수 있는 거 아니던가?
정확하게 최저가 16000원만 줘도 살 수 있다는 것이다. 16만 원짜리도 아니고 내가 160만 원짜리 책을 사라는 것도 아니고 겨우 2만 원도 채 안 되는 금액인데 그걸 안 산다? 그러면서 우리 사이를 운운한다? 그러고도 우리 아는 사이라 할 수 있어?
터진입이라고
"나 책 안 좋아해" -그게 자랑이냐?
"서점 가면 살게" -평생 서점 몇 번 갔니?
"전자책은 안 나와?" -네가 출간해 주시던가.
"요즘 누가 여행책 사냐?" - 여행 갈 때 맛집 처 묻기만 해라~
그중 최고는
"책 하나 줘봐~ 많겠네~" - 입을 찢을까?
그렇다 증정이라고 대빵만 한 도장이 찍힌 책이 우리 집에 널리고 널렸다. 그래서 내가 더 이상 내 돈 주고 사지도 못한다. 땔감으로 아니고
매일 온라인서점 들락거리며 계속 사재기할 수도 없다.
책이 출간되고 온라인 서점에 들어가기로 한 날짜가 정해진 그날 카카오톡을 처음부터 끝까지 올려보았다. 프로필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이 사람은 누구지? 이 친구 애가 벌써 둘이네~ 오~ 이 친구 결혼했네~ 이 집 애 많이 컸네!! 모르는 사람부터 아는 사람까지
최소 2년 안에 연락한 사이만 알려야겠지? 그래 3년 이상 연락 안 한 사람은 버리자. 옷도 2년 안 입으면 그건 영원히 안 입는다 그랬어. 인간관계도 그래 2년 오케이!!
최종 리스트업을 마쳤다. 온라인 판매를 시작하기로 한날 하루 전 나는 모든 준비를 마쳤다. 남편도 모든 카톡을 돌아보며 인간관계를 정리했고 강매리스트를 추렸다.
그리고 최종 발송. 링크를 모든 카톡방에 뿌리며
책 좀 사~ 책 나왔어~~
그럼 오~ 바로 구매각! 판매량 급상승할 줄 알았다. 일주일 후 출판사 대표님께 초반 판매량을 들었고 나는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주머니에 2만 원도 없는 내 지인이 이렇게 많았다는 것에 놀라워해야 할지 아님 단기기억상실증으로 집 가서 주문하는 걸 잊은걸 불쌍해해야 할지. 심지어 온라인 서점에 주문해 본 적 없다는 대사까지.
"어~ 축하해. 꼭 살게~" - 언제요? 그게 언제요?
"고생했겠다~ 여행 갈 때 살게~" - 영영 안 사겠다는 거네.
"오~이제 작가네~" -꼬냐?
그렇다. 결국 참된 인간관계는 정해져 있었다는 것이다. 책 샀다고 인증해 주는 사람~ 주변사람들한테 선물로 주겠다며 여러 권 사준 사람, 책 주며 서평을 부탁하니 내가 사서 써야지 하는 사람. 홍보에 도움이 된다면 내가 이런 거라도 해줘야지 한 많은 분들로 인간관계는 정리되었다. 겨우 책 하나 냈을 뿐인데.
그 덕분에 주변인들을 돌아보게 되었다.
겨우 치킨 한 마리 값도 못쓰는 사이라면 우리 절교하는 게 맞는 걸로. 그래 우리 이제 절교다.
앞으로 나한테 부조금 받을 생각 따위 접으시게.
물론, 지금도 늦지 않았네. 우리의 인간관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