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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yun Jun 24. 2024

출간하고 나서 보이는 것들

출간 전에는 단 한 번도 궁금하지 않았던 세상들. 

부족하지만 책을 출간하고 나니 지금까지 몰랐던 전혀 다른 세상들이 눈에 들어왔다. 

이를테면 



서점에 가서 나의 관전 포인트가 달라졌다.  대한민국에 이렇게 많은 출판사가 있는 게 신기했고 

또 그 출판사에서는 어떤 책을 출간하는지 궁금해졌다.  지금 서가에 놓인 수도 없이 쌓인 배보인 책들.  사가시게~  하며 새책 광내고 있는 이 녀석들은 어디 소속이냔 말이다.  이곳 대표님은 이 책이 성공할 것이라는 생각에 이렇게 많이도 쌓아두신 걸까. 이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어떤 애를 쓰셨을까.  서점마다 빛나는 센터를 차지하고 있는 서가의 자리값들이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대형출판사라서? 아니면 서점 MD랑 절친인가? 온갖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상상력과 함께 가장 가운데 가장 빛나고 있는 책을 집어 들게 만들었다.  그리고 천천히 한 장씩 넘기며 작가의 프로필보다는 책이 현재 몇 번째 인쇄인지를 자꾸만 보게 된다.  



책을 출간하기 전에는 단 한 번도 이 책의 출간 부수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없다. 스테디셀러, 베스트셀러의 자리가 궁금하지 않았고 아 재미있어서 베스트셀러인가 보다라는 단순한 생각과 재미있다고 하니 나도 한번 읽어볼까 정도가 전부였다. 서점은 나에게 재미있는 책을 전달해주기도 했지만 친구를 만나기 전 시간을 때우는 장소였으며 보고 싶은 책이 있으면 언제든 살 수 있는 그런 곳.   그 책 한 권 한 권 이름 새겨진 작가들의 노고와 함께 찍힌 출판사의 스토리에는 관심도 없던 시절이 있었다는 것이다. 책을 한 권 내고 나니 서점에 들어갈 때부터 기분이 달라진다.  내 책은 어디에 위치해 있을까. 하필이면 성이 ㅎ 으로 시작해 작가명 순으로 꽂힌 내 책의 자리가 너무도 안타깝다.  괜히 책 많이 팔았냐고 맨날 물어보는 아빠가 원망스럽다.  아니 왜 하필 성이 ㅎ 으로 시작하냐며.  서점마다 자리도 불만이다. 세계여행책 코너는 아주 센터를 장악하고 다리가 부러질 만큼 수많은 책들이 쌓였다. 그에 비해 국내여행도서는 저 구석에서 그야말로 우리나라 여행객들만큼 찬밥이다. 




이미 맘 상할 대로 상했으니 다른 분야의 책들도 구경한다.   소설코너에 가장 위에 있는 책을 들고 늘 감탄한다. 같은 사람의 머리에서 어쩜 이런 상상력이 나오는 건지. 나도 소설이나 한번 써볼까 하며 주변에 특별한 인물을 생각해 보지만 우습다. 무슨 사랑과 전쟁에서나 나올법한 이야기들만 머릿속에 가득 차서 혼자 히죽거린다. 소설 쓰기도 어렵겠다.  에세이코너로 가본다. 이분은 지금 유명한 유튜버네. 와 출간하자마자 2쇄 찍었네. 부럽다.  이 사람은 누구지 처음 보는 유튜버인데 유명한가 보다.  역시 유명해야 책이 잘 팔리나 보다.  그리고 몇 장 들추니 하나하나 과거가 파란만장하다. 쪽방집에 반지하에.  SNS 하루만 보고 있어도 우리 집보다 곱절은 크고  통유리에 번쩍번쩍한 뷰를 가진 집에 명품가방에 시아버지 찬스에 남편용돈에 친정아빠 찬스라며 골프 치는 사람들이 천지삐까리던데 어쩜 서점 에세이에 꽂힌 베스트셀러 작가들의 시작은 하나같이 씁쓸하다. 이래야 유튜브도 성공하고 책도 대박 나는 건가.  괜히  이도저도 아닌  분명 흙수저인데 흙수저 스토리도 딱히 없는 친정식구들 얼굴이 떠오른다.  분명 원하는 걸 다 못하고 큰 것 같은데 엄마아빠도 있고 밥도 먹었다. 분명 SNS에 흙수저 스토리 10개 중 7개가 내 이야기였음에도 불구하고 막상 풀어낼 이야기가 없음에 씁쓸함을 느낀다.   



자기 계발. 성공? 아 책이라도 성공한 작가가 됐어야 내가 이렇게 쎄빠져라 글 써서 대박을 터졌습니다. 여러분 여러분도 무보수 유튜버에 슬퍼하지 말고 열심히 글을 쓰다 보면 이렇게 베스트셀러 작가가 될 수 있습니다!!라고 하고 싶지만 개코다. 무보수 유튜브는 올해 반년째 제자리걸음에 호기롭게 올린 영상도 또 쪽박이다.  머 어디 한강 가서 춤이라도 춰야 하는 건지 그 떡상의 기회는 책도 유튜브도 하물며 펜션 운영에도 오지 않았다. 성공을 해야 성공기도 올리고 디지털노마드로 돈도 법니다 자랑이라도 할 게 있어야 자랑글이라도 써보지. 이건 맨날 제책 좀 사주세요.  이 책은 어떠십니까 혼자 이러고 있으니  여기 자리를 꽤 차는 것도 어려워 보인다.    



책을 출간하고 나니 서점은 그저 만남의 공간이 아니었다.  책 한 권 한 권  저 서가에 등만 보이고 울고 있는 책들의 작가들은 집에서 또 얼마나 나처럼 한숨 쉬고 있을까 생각하니.  이 서점 조용한 서점인데 수만 권의 책들이 이야기를 하고 있는 기분이다.  서가에 꽂힌 책들을 막 뒤집어서 얼굴 보이게 만들어주고 싶기까지 하다. 구석에 있는 작가님을 위해 책을 평대로 옮기고 도망가볼까? 혼자 상상하며 히죽거린다.  그리고 내 책을 들고 보이게 가슴에 안고 서점을 한 바퀴 돈다. 한 명이라도 저 여자가 가지고 가는 저책은 뭐지?? 라며 매의 눈으로 봐주길 바라면서 말이다.   전국 서점을 돌면서  구석에 있는 책들을 위한 홍보전사가 되어 이리저리 빼고 도망갈까 생각하는 내가 우습다.  




달라진 건 서점 구경할 때뿐이 아니었다. 영화를 보면서도 그곳에 내가 있었다.  

얼마 전 비행기 안에서 보게 된 

싱글 인 서울 영화에서 임수정이 이런 대사를 한다.  


"보통 신인 작가들이 자기가 책을 내면 세상이 깜짝 놀랄 거라 믿는데 

정작 책이 나오면 본인이 가장 놀라. 하도 안 팔려서" 


와....  작가님 좀 천재인듯 ?  책을 겨우 한 권 냈는데 세상이 달라졌다.  모든 작가님이 아마도 그러하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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