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는 한 번도 가져본 적 없는 욕심. 책을 한 권 내고 나니 별게 다 욕심난다. 다음 책을 내고 싶다는 욕심. 책이 잘 팔렸으면 하는 욕심. 그중에서도 단연 탑은 편집자 욕심. 편집자 욕심? 그건 왜?라고 생각할지 모르겠다. 출간한 책의 편집자랑 싸웠냐고? 그것도 아니다. 우리 편집자님이 서운하게 한 것도 없고 너무너무 좋다. 얼굴 한번 본 적 없지만 우리 엄마보다 더 많은 통화를 했던 분이자 나에게는 하나뿐인 편집자님이니 물론 그녀에게는 수많은 저자들 중 한 명이었겠지만 나에게는 유일무이한 존재였던 건 분명하다. 늘 상냥했고 늘 수고하라는 말을 남겨주었고 늘 파이팅 하라고 해주신 분. 고맙고 또 고맙다. 사실 나 같은 일반 사람이 책 한 권을 출간했다는 자체만으로도 의미 있는 일이지.
같은 책을 여러 번 읽는 스타일은 아님에도 불구하고 아주 가끔 그냥 몇 번이고 또 읽고 싶은 책이 있는데 그중에 한 권이 이주윤 작가님의 <팔리는 작가가 되겠어, 계속 쓰는 삶을 위해>라는 책이다. 난 이 책이 참 재미있고 좋다. 작가님의 글 쓰는 스타일은 그냥 막 재미있다. 덕분에 이 시리즈를 모두 다 봤다. 작가님의 그 글솜씨가 아주 내 스타일이다. 너무 부담스럽지 않으면서도 읽는 내내 피식 웃게 되는 거. 내가 바로 꿈꾸는 글솜씨가 바로 그런 것. 누구는 가볍다 할지 몰라도 딱 그 느낌. 그 속에 있는 편집자가 그렇게 탐이 날 수 없더라.
"그냥, 글이 잘 안 써질 때 연락해서 의견도 나누고요. 아무 때나 찾아오셔서 술 마시자고 해도 좋고요."
아~ 나는 그런 편집자가 없다. 술 먹고 싶어서 그러냐고 물으면 꼭 아니라고 부정은 못하겠지만 내가 글이 안 써질 때 그때 그런 마음을 알아줄 수 있는 그런 편집자 말이다. 이주윤 작가님이 말하길 편집자는 저자도 모르는 저자의 마음을 읽어내 쓸거리를 끌어내는 사람이라는데 나에게는 내 마음을 읽어내 주는 그런 편집자가 없다는 것이다. 내가 읽은 책 속 편집자님들은 다 책 속에만 존재하는 편집자님이었던 걸까. 아 물론 내가 에세이를 낸 게 아니라서 조언분야가 달랐을 수도 있지만 그냥 탐난다. 책을 읽고 또 읽는 내내 마치 내 마음을 알고 쓴 것 같았다. 내 마음인데? 어!? 이거 내가 생각한 건데? 어쩜 이 작가님도 나와 이렇게 똑같은 생각을 했는데 나는 왜 이런 책을 낼 수 없는 걸까? 생각도 했다.
'나는 글을 못 쓰는 작가일까. 그래서 내 책이 이다지도 팔리지 않는 것일까 여러 날을 자책하며 살아왔다'라고 말하는 작가님에 겸손이시네 라는 생각도 했다. 이렇게 글을 잘 쓰는 사람이 할 이야기인가? 배가 아프기도 했다. 이런 생각은 내가 해야지. 하물며 나 역시 정말 , 많고 많은 글쓰기 책을 읽었는데 정작 발전이 없는 건 그건 바로 나.
브런치글을 수많은 출판 관련 업자들이 본다고 한다. 근데 내 글은 늘 조회수가 거기서 거기다. 라이킷도 거기서 거기다. 이쯤이면 브런치가 날 싫어하거나 진짜 내가 글을 못 쓰는 사람인 걸지도 모르겠다. 무보수 유튜버라 혼자 구글직원인 나는 브런치에서도 마찬가지다. 한 명의 이웃을 늘리는 게 여기도 저기도 정말 어렵다.
간절히 바라면 이루어진다더니만 이주윤 작가님은 욕심 많은 편집자와 감각 있는 디자이너가 글을 멋지게 엮어주었다는데 나도 간절히 바라는데 여전히 무보수 유튜버에 브런치 구독자는 수개월째 그대로며 글 하나 올리는 족족히 거기서 거기다. 그래서 더 탐난다. 어딘가에 있을 편집자님. 나의 마음을 읽어내고 내가 허접해도 계속 글을 쓸 수 있게 도와줄 수 있는 그런 사람. 나도 모르는 내 속을 읽어내고 누군가에게 글 좀 쓰시네요 소리 들을 수 있도록 해줄 수 있는 그런 편집자. 아 내가 너무 많은 걸 바라는 걸지도 모르지만 탐난다. 그런 편집자. 나에게도 내가 모르는 능력을 캐치해 줄 그런 편집자.
괜히 출판사 드렁큰에디터 인스타에 기웃하며 하트 하나 누른다. 혹시 아는가 어딘가 계실 나의 편집자님이 하트를 받아주실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