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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yun Jul 09. 2024

그래서 이제 뭐 해 먹고 살 거냐

제주 도로 한복판에서 똥을 싸지를 않나, 평상에서 제휴하지않은 식당 음식  먹는다고 안된다 하지를 않나. 매일 계속되는 제주 이슈에 수년차 도민인 나도 질린다.  이런 뉴스가 나올 때마다 사람들은 신이 나서 씹어댄다.  비계 삼겹살에 소고기문제, 군인에게 전기세 바가지까지 진짜 너무했다 싶은 일들이 연이어 뉴스에 나오며 제주를 등져버리는 이 시국에 월세를 올려 받는 패기 넘치는 집주인 덕분에 숙소를  폐업한 지 한 달이 지났다. 극 성수기에 더 이상 손님을 받을 수  없고 돈을 벌 수 없다는 생각에 사실 가장 우울한 건 나다.  뉴스를 매일 보면 제주에 오지도 않고 그 돈으로  다들 해외 간다는 이 시국에 친정아빠는 숙소를 정리했다는 나에게 물었다.  


그래서 이제 뭐 해 먹고 살 거냐?


친정아빠는 날 정말 놀고먹는 백수로 취급했다.  십 년 넘게 칠판 앞에서 수업하다 말고 갑자기 때려치우고 제주에 간다 하지를 않나 이제 제주에서 자리 좀 잡고 사나 싶었는데 몇 년 안돼서 또 펜션까지 접는다 하니 그래 아빠도 기가 차겠지. 월세 올려달라는 집주인 호박씨를 같이 까줄 생각은 1도 없이 그저 사십 넘은 딸, 사위가 백수가 되었고 지인들이 큰딸 뭐 하냐 물으면 이제 할 말이 없어졌으니 답답하기도 하겠지.  



그냥 놀지 뭐

내가 아빠한테 해줄 수 있는 말은 오직 이 한마디뿐이었다.

그냥 딸, 사위 놈팡이가 되는 거지머.  

아빠는 늘 물었다.  책은 좀 팔렸냐?

 몇 권이나 팔았냐? 돈은 좀 벌었냐?

 오늘 펜션에 손님은 있냐?

나도 늘 대답해주고 싶다. 책은 수천 권 팔렸고 수억 벌었고 오늘 펜션은 풀박이고 예약이 꽉 찼다고.  하지만  현실은 매일 아침 교보문고에 남은 재고수를 보고  모스부호처럼 1,0,0,1 외우고 있는 초라한 나만 있다는 것이다.

 학부모들 등살에 시험 칠 때마다 스트레스받고 시험을 잘 치면 본인이 잘난 덕 못 치면 내 탓을 들은 게 십 년이 넘는다. 밑바닥 성적을 칭찬받을 성적으로 끌어올려주고 전교 1등  몰래 쫓아온 전교 2등까지 수업하던 게 바로 나이거늘.

배운 게 도둑질이라고 안되면

수업하러 가지마라고 생각하지만

 사실 나는 더 이상 그러고 싶지 않다.



사실 내 마음은 펜션을 부업으로  하며

여러 권의 인기책을 출간하고   유튜브와 블로그, 인스타그램으로 여러 개의 파이프라인을 가지며   외국 어디선가 화상강의를 하고  호캉스를 즐기며 책을 보고 글을 쓰는

여행인플루언서의 삶을 꿈꾼다.  

아니 더 짧게 줄이면

 나는 베스트셀러작가가 되고 싶은 것일 수도.



우습다. 단 한 번도 가져본 적 없는 꿈이다.

그런 꿈이 마흔 넘어 생기다니.

그래서 욕심이 난다.  아빠한테 비록 논다고 말했지만 사실 나는 쉼 없이 글을 쓰고

무보수 유튜버를 벗어나기 위해 매일 연구하며

출간한 책과 다른 결의 책을 내고 싶어

더욱 고민하며  수천 명의 여행인플과 매일 전쟁을 치르고 있다는 것을.

글을 더 잘 쓰기 위해 매일 책을 읽고 좀 더 나은 삶을 살기 위해 새벽부터 눈을 비비고 일어나고

매일 그 고단함 끝에 맥주를 먹으며 오늘도 수고했지만 내일은 더 열심히 하고 더 많이 하자

노력하는 나의 공치사를 누가 들어주겠는가.


오늘 하루도 너무 열심히 했지만

매일 판매부수는 그대로에

알라딘 순위는 떨어졌고 예스 24의 판매지수는

올라가지 않는다.  여러 시간을 애쓰며 이제는 잭팟이겠지 노리지만 한두 명 밖에 늘지 않는

유튜브에 실망스럽고 신세한탄 겸 쏟아내는 브런치조차 반응이 없다.

수많은 추천글에 수많은 브런치 작가들이

어느 날 갑자기 떡상하며 다음 책을 척척 계약하는 동안 나는 일기 수준의 글을 쓰며

또 몇 안 되는 조회수와 함께 한숨을 쉬며

오늘을 또 마무리한다.



아빠 사실 난 글 써서 돈 벌어먹고 싶다.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고 싶다.

글 잘 쓴다는 소리 듣는 사람이 되고 싶다.

내 책 좀 사줍서  남은 재고수량에

 울적해지지 않는 그런 작가.

 


그래서 지금부터 뭐 해 먹고 살 거냐면

지금보다 더 열심히 글 써볼래

누군가 언젠가 알아주는 날이 오겠지.

물론 내 통장은 비었고 맥주보다 조금 더 저렴한

막걸리로 주종을 바꾸긴 했지만.

나에게 맥주한잔을 사주며 이야기 들어주는

편집자가 어디선가 뿅하고 나타날지도 모르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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