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달 말이 되면 벌써 출간한 지 일 년이다. 첫 출간의 설렘과 기대는 사실 사라진 지 오래고 시간은 참 빠르게도 흘렀다.
처음 출간을 앞두고 지인들이 그랬다. 책 출간하니까 막 강의 같은 거 하는 거 아니야?? 안타깝게도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내가 출간한 책을 소재로 무슨 강의를 하겠단 말인가.
책 출간했으니 북토크 같은 거 하는 거야? 아니 그런 건 유명한 사람들이나 하는 거지. 저자 사인회 같은 거 하는 거야? 대박! 카드 사인 외에는 사인해 본 적 없는 내가 무슨 사인회? 그럴리가.그런 것도 유명한 작가들이 하는 거지.
비현실적 꿈은 그저 꿈일 뿐이고 나의 소원은 그저 1년이 지난 그때가 되면 한 3쇄? 쯤 찍었으면 좋겠다 했었다. 하지만 출간 1주년을 목전에 앞두고 현실은 1 쇄도 다 못 팔았을 것이다. 아마 그 끝이 보였다면 출판사에서 연락이 왔겠지만 아직 1년이 다 되어가는 이 시점 나에게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내가 매일 봐도 줄지 않는 교보문고 재고 수량. 거의 매일 전교등수 떨어지듯 성적 하락이 보이는 예스 24의 판매지수.
서점이라도 직접 가서 폴폴 쌓인 내 책에 먼지나 털어주고 싶은데 우습다. 제주에는 검색창에 내 책 이름을 띄워놓고 튀어버릴 대형 서점도 없다. 알라딘이라도 생기면 좋겠다 했는데 아니! 괜히 중고서적으로 내 책을 만난다면 그것도 너무 슬플 것 같다. 종이도 나무도 출판사에도 괜히 미안.
그저 소박 할 것이라 생각했던 내 꿈은 매일 뉴스와 함께 바사삭 깨지는 소리가 난다. 코시국이 끝나가고 사람들은 하나하나 외국으로 떠나기 시작하는 그 시점에 국내 여행 테마북이라니. 중국에게 팔았냐. 중국섬이라 불리는 제주의 인기는 나날이 떨어져 간다. 베이징 비키니 도를 넘어 상탈에 옷처럼 빼곡한 문신남, 대도로에서 똥 싸는 상상 그 이상의 중국인들이 매일 제주 뉴스를 가득 채운다. 유명한 흑돼지에는 비계로 가득하고 자영업자들은 운다. 힘들어서 야박해지고 야박해지니 욕먹는다. 누가 잘못했나 시시비비를 따지기엔 닭과 알 누가 먼저냐의 전쟁 같다. 제주의 인기는 전국 1위에서 5순위 밖으로 넘어갔으며 한여름 제주 해변의 파라솔 전쟁도 단가를 낮췄다 하지만 제주를 가느니 외국을 간다는 여행객의 마음을 잡기에는 역부족이다.
그런 와중에 제주여행 책을 본다고? 제주 여행도 싫다는 마당에 검색하면 다 나온다는 제주 여행 정보를 책으로 사볼 리 만무하다. 그저 이 상황에 너덜너덜 해지는 건 그저 제주 테마북을 껴안고 2쇄라도 소원하는 내가 아닐까. 차라리 중국에 수출을 해버려야하나. 중국어 번역본으로 팔아볼까요 우리?
참 어렵다. 출판사에서는 다음 책도 그다음 책도 유명한 분들의 책이 쉼 없이 출간되었다. 지금 이 순간에도. 그리고 나와 다르게 하나같이 대박행진이다. 정말 누군가는 북토크를 누군가는 저자 사인회의 스케줄이 출판사 SNS를 통해 쉼 없이 올라온다. 내가 잘못한 건 아닌 것 같은데 괜히 서운하다. 그저 나는 북토크도 사인회도 강의 욕심도 아닌 증쇄만 찍는 것인데 그에 안되네?어떤 저자는 한 달 안에 3쇄라며 올라오는 소식에 오늘도 그저 맥주를 마신다. 사랑받을 방법을 고민하며 오늘 저녁 술안주는 또 뭘로 해야 하나? 결국 책 판매 고민보다 술안주 고민하고 있는 모습이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