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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yun Jul 08. 2024

숨은 오타 찾기

처음 내 이름이 적힌 책을 받아 든 기분은 복잡 미묘했다.   과연 이 책을 다 팔 수 있을까.  2쇄를 찍을 수 있을까. 누군가 이 책을 냄비받침으로 쓰지 않을까.  샀다 하고 알라딘 중고서점에 헐값에 팔아버리는 건 아닐까.  볼 게 없다고 악평을 쏟아내지는 않을까.   절필하라 소리 듣지 않을까.  내 마음속 불안이 가 폭주한날이 바로 그날이었다.  잠도 안 오고 술을 먹어도 잠이 안 오는 날.    완벽하게 마음에 들지는 않아도 그래도 뭔가 대단한 일을 해내었다는 조이의 행복한 마음은 정말 잠시.   그저 불안이 가 내 머릿속 컨트롤러를 장악해 버렸다.   메인보드의 컨트롤러는 까칠이 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날은 그저 불안이만이 내 곁을 지켰다.   



마지막 탈고작업은 정말 지긋지긋했다.  더 이상 보기 싫을 정도로 재미가 없었다.  카페에 앉아 빨간펜을 들고 체크해 가며 SNS용 사진을 찍어가며 원고작업 중~ 뭐 이런 거? 그게 내가 꿈꾼 장면이었지만 현실은 아니었다. 머리는 벅벅 긁어가며 컴퓨터만 눈알 빠져라 보고 있는 내 모습.  외출은 금지되었고 그저 똑같은 장면이 연출되었다.  3교쯤 되니 이제 꼴도 보기 싫어졌다. 앞에서부터 보다가 뒤에서부터 보다가 가끔은 중간부터 보다가. 차 안에서도 보고 애 학원 따라가서도 보고 집에서도 보고 새벽에도 보고.  최종, 최최종, 최최최종 이라며 오가는 pdf 파일에는 컴퓨터로 난도질한 원고뿐이었다.   오타를 매의 눈으로 발견하고 읽고 또 읽었음에도 

어라 이거 또 있네?   



책 수정을 하면서 컴퓨터에 페이지를 읽어주는 기능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다양한 음성으로 선택도 가능했고 성별도 선택가능했다.  가장 딕션 좋은 AI오빠의 목소리를 들으며 문장이 이상한 걸 확인하기도 했고 눈으로 따라 읽으며 오타를 찾아냈다.  정말 대단하다 싶을 만큼 잔머리는 풀가동 되었다.  남편도 읽고 아들도 읽고 동생도 읽고 가족이 단체로 오타 숨은 그림 찾기를 했다. 참 웃긴 건 다들 한두 장 보다 지쳐 떨어진다는 것이다. 그래서 더 외로웠다.  혼자 수많은 글자 사진들과 맞짱 뜨고 있는 느낌.  누가 먼저 발라버리냐 지독한 싸움에 난 모든 오타 녀석을 잡았다 생각했다.  꿈에서도 한 장 한 장 보일만큼 봤다 생각했는데  책 출간 후 반년이 지나고 세상에  나는 출간된 내 책에서 오타 녀석을 발견했다.   마치 잡아도 잡아도 약 쓰고는 잡히지 않는 머릿니처럼 숨은 오타 끝판왕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너무 놀라웠다. 내가 이걸 못 봤다고??? 하는 포인트였기에 더욱 황당했다. 거의 소제목급이었는데 그렇게 수십 번을 봤는데 오타가 있다는 충격.  그뿐인가 사진 배치며 사진과 본문의 번호 배치도 틀린 것이 발견되었다.  억울했다.  그런 건 내가 잘못한 게 아닌 것 같은 느낌?  오타 찾기도 맨날 나만 본 건가 싶은 억울함? 책은 혼자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던데 이거 수정은 맨날 나만하고 나만 찾아낸 느낌이지? 



책 읽다 보면 그런 이야기가 많았다.  귀신같이 오타는 나온다고.   잡아도 잡아도 오타는 나온다고. 출간 전 다양한 책출간 이야기들을 보면서 절대 그러지 말아야지 내가 실수하는 일은 없어야지 했는데 아니 현실은 숨은 오타 찾기의 연속일 뿐이었다.   증정으로 받은 한 권을 수정용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한 권은 2쇄를 찍을 그날을 생각하며 수정할 것들을 빨간펜으로 체크하면서 다음에 교체될 장소들을 체크 또 체크했다.  사실 본문은 더 이상 읽기도 싫어서 그냥 대충 넘기면서 마음에 안 드는 부분을 체크했는데 갑자기 웃겼다.  이걸 체크하고 있다는 건 내 마음속 어딘가가 2쇄를 찍고 수정의 기회를 노리고 있다는 것이지 않은가.  1쇄만 다 팔리면 좋겠다라고 이야기하고 마음속은 다음 수정 기회를 노리며 체크하고 있는 내 모습이 어이가 없었다.  아닌 척 쿨한 척 자존심 상하니까 못 본 척했는데 현실은 매일 아침 남아있는 교보문고 재고현황을 보고 매번 도서관에 갈 때마다 누가 내 책을 혹시나 희망도서에 신청하지 않았을까 하는 기대감에 검색하는 내 모습이 아주 가끔은 부끄럽다.  무보수 유튜버가 아닌 최소한 인지도 있는 유튜버가 되어 나도 출간 때부터 살게요. 기대해요. 기다리는 중~  언니 멋져요 소리를 듣고 싶었던 것일지도 모르겠다.   비록 15년+a 짬의 여행블로거지만 아쉽게도 유튜브와 결이 달라 딱히 마니아층은 없던 현실에 부족함과 아쉬움은 또 내 몫이 되었다.  숨은 오타 찾기에 미션을 깰 때마다 조용히 찾아오는 슬픔이.  슬픔이 한 테 위로받으면서  또 한 장 한 장 넘겨본다.   2쇄 찍는다는 소식을 듣고 기뻐할 그날을 생각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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