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스 바이 케이스지만, 30대로 접어든 여성은 한번쯤 연하남에 대한 로망을 품어본다. 이상형의 집합체인 영앤핸썸앤리치 중 가장 먼저 오는 것은 young이다. 실제로 임신을 하는 데 있어 난자보다는 정자의 건강상태, 나이가 더 중요하다. 여하튼 여성들에게도 young이 대세인 시대가 온 것이다.
나의 연애 추구 성향은 오빠 쪽이지만, 오빠와 동갑 모두 만나봤으니 이제 한번쯤 연하남을 만나보고 싶었다. 또 당시에는 닳고 닳은(?) 30대끼리의 연애보다 한 살이라도 어리고 순수한 사람과의 연애도 좋겠단 생각을 했다. 그렇게 연하남과의 소개팅이 성사됐다.
상대는 무려 5살 어린 남성으로, 대학 동기 친구와 함께 대학원 박사과정 중인 후배였다. 전공도 미래가 탄탄히 보장되는 쪽이며, 집안도, 인품도 괜찮다고 했다. 만나보니 실제로 그런 사람 같았다. 예의 바랐고, 순수해보였고, 나에 대한 호감도 적극 표현했다. 친구가 우스갯소리로 내 맘에만 들면 교수 사모님 소리를 듣겠다고 한 말도 생각났다.
그럼에도 그와 내가 사랑에 빠지기엔 우리의 사이는 5살보다도 더 멀게 느껴졌다.
나는 활발히 사회활동을 하며, 대학을 떠난 지 오래 된, 세상 물정에 관심이 많은 30대 초반이었다. 반면 상대는 공부에 대한 열정을 갖고, 연구실이란 한정된 공간에서 사회생활을 하는 풋풋한 20대 중반이었다. 또 그가 계속 강조해서 말하는 5살 차이는 아무것도 아니란 말들이, 도리어 내 귀에 더 꽂혔다. 같은 것을 보고 함께 걸어가기엔 나는 한창 앞서 달리고 있었고, 그는 이제 막 출발한 사람이었다.
그래도 사람 괜찮으니 한번 더 만나볼까 고민하다 만나지 않는 게 더 예의란 생각이 들어, 솔직하게 마음을 전했다. 같은 5살 차이라도, 나의 나이 30대 중반 그의 나이 30대 초반이었다면 달랐을 수도 있었으리라.
나이 들수록 같은 것을 공유하고, 같은 것을 바라보는 것만큼 좋은 연애는 없단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