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바다가 '축제'라면, 겨울 바다는 '독서'와 같습니다.
차가운 바람이 불필요한 소음과 열기를 다 걷어낸 자리.
그 쨍하고 시린 공기 속에서, 세상은 놀라울 만큼 선명해집니다.
파도 소리는 더 날카롭게 들리고, 수평선은 더 짙게 그어지는 계절.
복잡한 머릿속을 투명하게 비워내고 싶을 때 떠나야 할,
겨울 강릉의 가장 정적인 풍경 3곳입니다.
경포대가 조금 소란스럽게 느껴진다면, 그 옆 강문해변으로 걸음을 옮깁니다.
이곳의 겨울 파도는 유난히 거칠고, 그래서 더 아름답습니다.
액자 모양의 포토존 너머로 보이는 짙푸른 동해 바다.
모래사장 위로 하얗게 부서지는 포말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으면,
"추워"라는 말보다 "시원하다"라는 말이 먼저 튀어나옵니다.
옷깃을 단단히 여미고, 차가운 바람을 정면으로 맞으며 걷는 시간.
그 날선 바람이 묵은 고민들을 깨끗하게 베어내는 듯한 기분.
강릉이 주는 가장 확실한 '카타르시스'입니다.
바다바람에 볼이 얼얼해질 때쯤, 300년 된 고택 '선교장'으로 향합니다.
이곳은 겨울이 되면 한 폭의 수묵화가 됩니다.
앙상한 나뭇가지와 기와지붕, 그리고 얼어붙은 연못.
모든 화려한 색이 빠져나간 자리에, 오직 '선'과 '여백'만 남은 공간.
사람들의 말소리마저 잦아드는 이 고요한 마당을 천천히 거닐어 봅니다.
나무 마루가 삐걱거리는 소리, 처마 끝에 매달린 풍경 소리.
화려하지 않아서 더 깊이 스며드는, 한국적인 겨울의 정취가 그곳에 있습니다.
강릉 여행의 마침표는 언제나 따뜻한 커피 한 잔입니다.
안목 해변을 따라 늘어선 수많은 카페 중, 가장 높은 층의 창가 자리를 찾습니다.
밖은 매서운 바람이 불어대지만, 유리창 하나를 사이에 둔 이곳은 완벽하게 따뜻합니다.
손난로처럼 따끈한 머그잔을 두 손으로 감싸 쥐고,
창밖의 사나운 파도를 '관람'하는 시간.
"아, 따뜻해."
그 단순한 감각이 주는 거대한 행복.
차가움이 있기에 따뜻함이 더 간절하고 소중하다는 것을,
겨울의 안목해변은 가르쳐줍니다.
겨울 강릉은,
무언가를 더하러 가는 곳이 아니라
덜어내러 가는 곳이었습니다.
시린 바람에 생각의 무게를 덜어내고,
따뜻한 커피로 빈 마음을 채워 오는 일.
그것이 우리가 겨울 바다를 찾는 이유일 겁니다.
https://hotel-monkey.com/best-gangneung-sunrise-hotels-infinity-poo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