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고 싶지만 기억하게 되는 것들

당신의 기억을 다시 한 번 파묻으며

by 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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묻어두고 싶은데, 자꾸 꺼내 보게 되는 것들이 있다. 예를 들면 잊어야 하는 좋은 기억들, 혹은 당신.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자연스레 일상을 보내다가 갑작스레 마음에 턱 하고 걸려 아등그러지는 날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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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잊어야지 싶어 한 켠에 고이 묻어두었는데 언젠가 슬그머니 싹을 틔우고, 자라고 자라 꽃을 피우는 그런 것들이 있다. 그것들이 모여 사계절이 모두 지나가는 동안 벚꽃과 장미와 코스모스와 동백꽃이 흐드러지는 곳이 있다. 나의 정원 혹은 당신의 정원, 혹은 우리의 정원이었던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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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고 싶었지만, 그렇기에 기억하게 되는 것들이 있다. 훌쩍 지나고 보니 해질녘의 수채화 같은, 잊고 싶던 나날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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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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