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백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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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따스한 봄날, 혹은 선선한 가을날에 걷는 걸 좋아하잖아. 그래서 가끔은 버스를 타지 않고 집까지 걸어가는 길에 문득 생각해.
나는 몽글몽글 구름이 떠 있는 푸른 하늘이나 오묘한 빛깔을 내고 있는 해 질 녘의 하늘을 좋아하잖아. 그래서 푸른 하늘, 뭉게구름을 담아두려고 사진을 찍다가 문득 생각해.
나는 원래 강아지파였는데, 네 덕분에 고양이파가 되었잖아. 그래서 길을 가다가 고양이 한 마리가 눈에 밟혀 가까이 다가가면, 사람 무서운 줄 모르고 티 없이 맑게 앞에서 뒹굴거리다, 미간 한 번 쓸어주면 손에다가 꾹꾹이를 해주는 고양이를 만날 때면 문득 생각해.
카디건 하나 걸치면 딱 좋은 10월 중순 오후 네시쯤, 나는 기분 좋게 산책을 하고 있어. 40분쯤 걷다가 잔디밭이 눈에 띄어서 잠시 누웠는데 잔디가 몸을 포옥 감싸주고 하늘은 파랗고 하아얀 뭉게구름이 떠다니고 있어. 또 저 편에서는 고양이 가족이 나와서 옆에 와 다 같이 앉아 그르릉 그르릉 하는데 그게 또 너무 귀엽고 기분이 좋은 거야.
그런데 있잖아, 너랑 있으면 저런 게 아니더라도 그만큼이나 좋은 거 있지. 나는 그게 또 너무 신기해서 우리로 지내게 될 매일을 기대하는 게 일상이 되어버렸어. 그러니까 말이야, 내가 하고 싶은 말이 뭐냐면, 나는 너를 좋아하고 있다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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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