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들이 이해하기 쉽게
좋은 글을 쓰기 위해 반드시 지식이 많아야 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지식은 요리할 때의 재료와도 같다. 적은 재료로 굉장한 요리를 만드는 요리사도 있고, 값비싼 재료들을 사용하면서도 요리의 결과는 좋지 않을 수 있다. 물론, 무엇을 쓸지(요리할지) 정했다면, 좋은 재료가 많아서 나쁠 일은 없을 것 같다. 다양한 고품질의 재료는 분명 '글맛'에 깊이와 풍부함을 더한다. 거의 대부분에 기록된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AI는, 무한한 재료의 냉장고를 가지고 있는 요리사와 같을 지도 모르겠다. 나는 마치 맛있는 요리를 먹고, 요리사에게 그 요리의 재료에 대해 묻는 것처럼, 이 녀석의 에세이에 대한 질문을 계속했다.
직접적으로 참조하지는 않지만, 간접적인 분석 과정에서 이루어진다. 곰곰이 생각해 보면 우리가 대화할 때도 그렇다. 물론 때로는 어떤 지식을 직접 인용하기도 하지만, 대부분 이미 우리에게 내재된 지식 즉, 우리의 가치관과 신념이 우리의 말속에 자연스럽게 반영된다.
어째선지 모르겠지만, 녀석이 정확하다고 말했을 때 괜히 기분이 좋았다. 날카로운 질문을 던져 교수를 만족시킨 대학생 느낌이었다.
내재된 데이터와 패턴을 분석하여 정보를 처리하고 창작했지만, 그 창작 과정을 인간에게 그대로 설명하는 게 아니라, 인간적인 표현을 사용해서 직관적이고 친근함을 느끼게끔 한다. 내가 지금껏 느껴온 감정이 틀리지 않았다는 뜻이다. 마치 대학 새내기에게 알기 쉽게 설명하는 교수님처럼, 이 녀석은 산출된 답변을 '인간적인 관점'으로 한 번 더 처리한 뒤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