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생각나게 하는 정성 가득 대추차를 팔던 전통찻집.
내 마음의 단골집으로 여기며
오늘도 그 정겨움을 기대하며 들렀다.
불은 켜져 있는데 손님도 주인장도 없이 비어있다.
문 입구에 부재중 연락 주세요 라며 전화번호를 남겨두었다.
자리에 앉아 좀 쉬고 있으니 화사한 모습으로 들어온다.
바로 옆 미장원에 가서 염색을 하고 왔단다.
단정해진 머리에 대한 감상 한마디 전하고 대추차를 주문했다.
“오늘 특별히 좀 더 드려요”
부재중에 대한 미안함 때문인지
“와, 감사합니다!”
뭐든지 덤으로 주는 것 기분 좋다. 좋아하는 대추차를 더 주시니 마음이 화사해진다.
주인장 화사해진 머리처럼.
그런데 혀를 델 듯 뜨겁던 그 차가
오늘은 숟가락을 깊이 퍼 올려 입에 가져가는데 차가움이 느껴진다.
제대로 안 데워진 모양이다.
그냥 차가운 부분과 따뜻한 부분을 섞으니 미지근하다.
저런, 기대 꽝인 대추차다.
다시 데워달라고 하려다
뭐 그냥 먹자 싶어
기대를 저버린 맛을 인내했다.
가래떡까지 알뜰하게 오늘은 감흥 없이 그냥 먹었다.
왜 같은 집 같은 주인인데 대추차 맛이 다를까?
미장원 다녀오면서 마음이 나뉜 것일까?
기다리게 한 미안함에 서둘러 내놓으려 하니 실수를 한 걸까?
원래 그런 맛이 아니었고
주인장 일부러 그런 걸 아니었으니 뭔가 이유가 있으리라.
든든한 대추차와 가래떡을 먹고 나니
오늘따라 더워진 날씨에 노곤함이 겹친다.
그때그때 다르다.
대추차 맛도 다르다
주인장의 컨디션도 매번 다르다.
마시는 나도 그때그때 상황이 다르다.
기계처럼 꼭 같지 않다는 것은
살아있기 때문이 아닐까?
차지도 뜨겁지도 않은 미지근한 맛
이 또한 그대로의 독특한 맛이다.
주인장이 원망스럽지 않다.
피곤한 나도 한심하지 않다.
이렇게 오늘 내 앞의 삶이 흘러간다.
집에 가야겠다.
단골집에 또 올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