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객이 바뀌다

어미새의 호령

by 나모다



어미새가 에어컨 실외기 옆에 둥지를 틀어 얹혀사는 것이라 생각했는데, 지금은 입장이 바뀌었다. 창문도 마음대로 열지 못하고, 우리 집 양이는 거실밖에 보이는 아기새와 어미새의 움직임을 면밀히 지켜보느라 고개가 빠질 듯 응시하고 있으니, 어미새는 양이를 적으로 간주하고 거실 창 밖을 배회하며 소리를 지른다. 시끄러워 우리가 살 수 없을 정도다. 어미새의 심리적 안정을 위해, 우리의 안정을 위해 블라인드를 다 내리고 지낼 수밖에 없다. 이전에는 둥지에 있다가 살짝 소리만 나도 금세 달아나던 어미새였는데 이제는 이전의 그 어미새가 아니다. 도망가기는커녕 가까이 다가오지 못하도록 위협한다. 검은 새의 공격에 노출되고 난 이후의 변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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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를 새끼를 위협하는 적으로 간주하는 어미새가 창밖에서 공격자세를 취한다


창밖을 구경하다 어미새의 괴성에 양이가 놀라다

방안에 있어도 어미새의 소리를 알아차릴 수 있다. 어미새소리는 또랑또랑하고 위협적이다. 작은 저 새에게서 저리 큰 소리가 난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 이제 새끼 새들도 짹짹 어미새와 교감한다. 어미새가 먹이를 물어주러 오면 서로 먹겠다고 짹짹 소리를 낸다. 아기새의 소리를 처음으로 들었다. 소리를 낼 정도로 성장한 셈이다. 방 안에서 그 장면을 지켜볼 수 없어도 아기새와 어미새의 소리를 듣고 먹이를 먹는 시간임을 알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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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법 몸집이 커진 아기새 / 열심히 먹이를 구해 둥지를 찾아온 어미새
어미새가 아기새에게 먹이를 주는 장면


아기새는 제법 몸집이 커졌다. 분명한 것은 7마리에서 6마리라는 사실이다. 한 마리가 없어졌다. 무슨 일이 생긴 것임에 틀림없다. 내가 알지 못하는 사이에 포식자의 먹이가 된 것임에 틀림없다. 그리 경계를 함에도 빈틈은 있는 법이니까. 그래서인지 어미새의 날카로움은 극에 달해있다. 우리 벽을 사용하면서 오히려 우리를 적으로 간주한다. 안쪽에서 움직임이나 소리가 나면 한동한 바깥이 쩌렁쩌렁 시끄러워진다. 어미새뿐 아니라 동료들도 가세한다.


오늘도 하루가 기운다. 아기새는 점점 자라 둥지를 떠날 준비를 하고 있고, 끝까지 어미새는 온 힘을 다해 아기들을 지키고 있다. 이 정도 날씨면 더위를 이기지 못하는 아들이 에어컨을 켤 법도 한데 그 역시 새들 눈치를 보느라 방 안에서 선풍기를 사용해도 불평을 못한다. 당분간 우린 에어컨 사용 절대 금지이다. 나보다 새의 힘이 더 큰가 보다.


부화되지 못한 한 마리, 그리고 사라진 한 마리..... 먹이사슬 때문에 희생되는 자연의 섭리라고는 하지만.....

어둠이 내린다. 진작에 조용해질 법한데 오늘은 어둑해졌는데도 꽤 오래 불안한 새들의 소리가 들린다. 새에게 관심을 갖다 보니 새들의 소리를 듣고 공기의 어떠함을 느낄 정도다. 분명 평온한 소리가 아니다. 포식자가 노리고 있는 것인가? 별일이 없이 이 밤이 지나기를 빌어본다. 하루 종일 쉴 틈 없이 하루를 살아낸 새들. 인간만 열심히 사는 게 아니다. 얼마나 치열하게 열정적으로 사는지 모른다.


오늘도 열심히 살아낸 새들아! 어둠이 내린다. 어둠을 덮고 푹 쉬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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