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쓸모 있는 사람인가? 너는 쓸모 있는 사람인가? 이 물건은 쓸데가 있는가? 사람이든, 물건이든 더 이상 쓸데가 없다면 쓸모가 없다면 버려진다. 다시 말해서 쓰레기취급을 당한다. 쓰레기라는 말은 물건에는 납득이 가지만 사람에게 사용하기에는 불편하다. 그럼에도 분명 현실에는 쓰레기 취급을 당하는 사람이 있다.
쓰레기의 사전적 의미를 찾아보면
1. 비로 쓸어 낸 먼지나 티끌, 또는 못 쓰게 되어 내다 버릴 물건이나 내다 버린 물건을 통틀어 이르는 말.
2. 도덕적, 사상적으로 타락하거나 부패하여 쓰지 못할 사람을 낮잡아 이르는 말.
실용적으로나 도덕적으로나 공통적으로 쓰레기는 더 이상 쓰지 못하게 된 경우를 말한다. 그렇다면 사람의 쓸모 즉 사람은 어디에 쓰일까?라는 질문에 이르면 쓸모의 기준이 사람마다 시대마다 장소마다 다름을 알 수 있다. 자본주의 세상에서는 자본을 획득하는 능력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해서 대부분 자본주의세상에서는 자본획득력 혹은 그에 준하는 능력을 갖추지 못한 어린이, 약자, 그리고 노인 계층이 이 쓸모에서 소외된다고 볼 수 있겠다. 내가 일한 직장(학교)에서 꽤 연령이 있으신 분이 은퇴 후 일을 하게 된 자신의 이야기를 하면서 이런 말을 했던 게 오래 기억에 남는다.
“어느 날 내가 쓸모없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다시 일하게 되었어요.”
물론 그분은 건강관리를 잘하셔서 연령에 비해 건강해서 학교일을 잘 감당하고, 담임까지 맡으면서 상당히 잘 적응하며 자신의 쓸모를 확인하는 것 같았다. 일을 해서 그에 준하는 경제적 보상을 받을 뿐 아니라, 사회와 접촉하며 자신의 가치를 발휘하고 있었다. 그러나 언젠가 그분도 일을 그만두게 될 날이 올 것이고 언젠가 자신이 생각하는 쓸모를 더 이상 찾을 수 없는 날이 올 것이다. 그렇다면 세상이 요구하는 능력을 발휘할 수 없다면 즉 쓸모가 없다면 인간은 쓰레기일까?
사전적 의미에서 인간에게는 유독 도덕적, 사상적이라는 범주가 주어져있다. 사람의 경우에 쓰레기라는 말은 사람답지 못하다는 의미와 맞닿아 있는 듯하다. 소금이 제 맛을 잃으면 버려진다는 성경구절이 있다. 소금의 용도는 다양하다. 일상적으로 음식을 만들 때 소금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그런데 그렇게 중요한 소금이라도 제 본연의 맛을 내지 못하면 더 이상 쓸모가 없어 버려지게 된다. 그렇다면 인간은 어떤가? 인간은 인간의 맛을 내면 된다. 인간의 맛이 무엇일까? 인간 고유의 맛이 무엇일까? 사람마다 시대마다 장소마다 다른 것도 있고 서로 공통적으로 통하는 것도 있다. 자본주의라는 제한된 시대적 상황에 따라 주어지는 쓸모의 기준 말고, 원래 인간의 쓸모를 생각한다면 대체 인간의 맛은 무엇일까? 어떤 사람을 만나 기분 좋아진 일이 있다면 그 사람은 분명 맛있는 사람이었을 것이다. 어느 날 내게는 맛있는 한 친구가 에밀리 디킨슨의 시를 소개해주었다.
만약에 내가
만약에 내가 사람의 가슴앓이를
멈추게 할 수 있다면
나 헛되이 사는 것은 아니리
만약에 내가 누군가의 아픔을
쓰다듬어 줄 수 있다면
혹은 고통 하나를 가라앉힐 수 있다면
혹은 기진맥진 지친 울새 할 마리를
제 둥지로 돌아가게 할 수 있다면
나 지금 헛되이 사는 것은 아니리
에밀리 디킨슨
쓸모 있는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 사람의 맛을 내는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 에밀리 디킨슨의 시와 함께 질문 속으로 들어가 본다.
글쓰기로 우주정복을 꿈꾸는 브런치 작가들이 모여 팀라이트가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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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의 주제는 <쓸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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