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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 에이치 Dec 28. 2021

올해 읽은 책 74권_직장과 독서생활 병행하기

2021년 독서 결산

2021년이 3일 정도 남아있지만 올해 독서는 이쯤 해두고 남은 날들은 읽었던 책들을 다시 뒤적여보고, 한해를 되돌아보며 보내고 싶다.


독서생활의 시작은 과테말라였다.

운동과 독서


올해 나는 총 74권의 책을 읽었다. 언제 이렇게 책과 사랑에 빠진걸까. 


내가 본격적으로 책을 읽기 시작한 건 오래되지 않았다. 대학을 다닐 때에도 책과 가깝지 않았고, 취업을 하고서도 한참 지난 시점에서야 책을 읽기 시작했다. 하지만 책을 좋아했던 건 그보다 훨씬 오래되었다. 아마 나의 첫사랑은 계몽사에서 나왔던 어린이 세계의 명작이었을 것이다. (지금 봐도 일러스트가 참 아름다운 책이다.) 태초부터 활자를 좋아하기는 했지만 활자 사랑 실천을 위한 행동 에너지가 부족했달까. 게으름이 더 컸다고 해야겠다. 


미적지근하던 사랑에 불을 쏘셔준 것은 1년 간의 해외생활이었다. 치안이 불안한 국가에서 인턴 생활을 하면서 지루함을 이기기 위해 두 가지를 새로 시작했고, 내 생활이 격변했다. 첫 번째는 아침 운동이었고, 두 번째는 독서였다. 운동은 퇴근 후 저녁 시간을 바깥에서 보내기엔 너무 위험한 곳이었기에 아침 운동 외에 다른 여가 생활을 할 것이 없어 시작하게 되었다. 그리고 독서는 나의 인턴 생활이 업무로 분주할 일 없는 헐렁한 근무 환경이었던 데다가 사무실엔 작은 서가가 있어 한 두 권 꺼내 읽다 보니 어느 날부터인가는 매일 책을 읽게 되었다. 아침운동과 독서 외에 다른 여가 생활을 할 것이 없었다. 나는 그 둘에 더 깊이 빠져들 수 있었다. 그리고 이 두 가지 활동은 한국에 귀국해서 백수생활을 할 때나 취업해서 격무로 미친 듯이 바쁠 때나 해외 출장을 와 있는 지금 같은 때에도 절대로 놓지 않는 하나의 일상이 되었다. 출근 전 아침 독서 이야기는 장황한 글로 남긴 바가 있으니 생략하고 넘어가자. (➡관련 글_지옥철이 싫어서 미라클 경기도민이 된 사연)


주로 출근 전과 점심시간에 책을 읽는다.

자리에서 빵으로 끼니 때우고 책 읽기

한국에서 일반적인 회사원의 생활패턴을 따를 때에는 주로 출근 전을 이용해서 한두 시간 책을 읽는다. 때로 흥미로운 책을 만나면 출퇴근 길에도 책을 읽기도 한다. 그리고 친구를 기다리는 시간이나, 점심시간, 비행기에서 같이 조각 시간들도 책을 읽기에 좋은 시간들이다. 이런 짧은 시간들엔 주로 에세이나 시가 참 잘 어울린다. 이렇게 시간을 일부러 내어가며, 남는 시간을 그러모아가며 책을 읽으면 직장인도 한주에 한 권 이상의 책을 읽을 수 있다. 이렇게 출근 전과 점심시간에 책을 읽은 지, 이제는 6년째. 한 해 50권으로만 어림잡아도 300권 이상의 책을 읽었다고 할 수 있겠다.



그래서 올해는 어떤 책들을 읽었는지.


2021년에 읽은 책 74권의 목록과 평가를 정리해보았다. 어떤 사람의 플레이리스트나 독서 목록은 그 사람에 대해서 생각보다 많은 것을 알려줄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나는 과연 어떻게 보일까?


2021년 읽은 74권의 책들 (✔: 추천도)

1. 「사람이 기도를 울게 하는 순서」, 홍지호 ✔
2. 「불가능」, 조르주 바타유
3. 「모순」, 양귀자 ✔
4. 「언어의 진화」, 크리스틴 케닐리 ✔✔
5. 「클래식 클라우드 023 - 르 코르뷔지에」, 신승철 ✔
6. 「문맹」, 아고타 크리스토프 ✔✔✔
7. 「실패를 사랑하는 직업」, 요조
8. 「M 트레인」, 패티 스미스
9. 「인간 실격」, 오자이 다사무 
10. 「우스운 사랑들」, 밀란 쿤데라 ✔✔
11. 「디 앤서」, 뉴욕주민
12. 「한편 4호 동물」, 민음사 편집부 ✔✔
13. 「지금 팔리는 것들의 비밀」, 최명화
14. 「사랑의 솔기는 여기」, 사이하테 타히 ✔
15. 「프로젝트 성패를 결정짓는 데이터 모델링 이야기」, 김상래
16. 「쌀 재난 국가」, 이철승
17. 「IT 좀 아는 사람」, 닐 메타 ✔
18. 「달에서의 하룻밤」, 패티 스미스
19. 「디즈니만이 하는 것」, 로버트 아이거 ✔
20. 「서가명강 06 - 세상을 읽는 새로운 언어, 빅데이터」, 조성준
21. 「타자의 추방」, 한병철 ✔
22. 「한편 2호 인플루언서」, 민음사 편집부
23. 「음악 혐오」, 파스칼 키냐르
24. 「결정적 순간의 대화」, 케리 패터슨 등 ✔
25. 「비전공자를 위한 이해할 수 있는 IT 지식」, 최원영 ✔
26. 「죽음 혹은 아님」, 세르지 벨벨
27. 「불면의 이유」, 갈렌 스트로슨 ✔✔✔
28. 「진짜 멋진 할머니가 되어버렸지 뭐야」, 김원희
29. 「당신은 언제 노래가 되지」, 허연 ✔✔✔
30. 「깊은 멕시코: 부정당한 문명」, 기예르모 본필 바타야 ✔
31. 「에로스의 눈물」, 조르주 바타유
32. 「정체성」, 밀란 쿤데라
33. 「한편 5호 일」, 민음사 편집부 ✔
34. 「상관없는 거 아닌가?」, 장기하
35. 「코끼리를 쏘다 : 조지 오웰 산문집」, 조지 오웰 ✔✔
36. 「긴 호흡」, 메리 올리버
37. 「예술의 주름들」, 나희덕
38. 「뉴필로소퍼 3호: 인생의 의미를 찾는다는 것」, 뉴필로소퍼 편집부 ✔✔✔
39. 「거의 모든 IT의 역사」, 정지훈
40. 「징비록」, 류성룡
41. 「일상적인 삶」, 장 그르니에 ✔
42. 「뉴필로소퍼 13호: 부조리한 삶 속에서 목표를 갖는다는 것」, 뉴필로소퍼 편집부 ✔
43. 「칵테일, 러브, 좀비 (안전가옥 쇼-트 2)」, 조예은
44. 「이성복 아포리즘 (네 고통은 나뭇잎 하나 푸르게 하지 못한다)」, 이성복
45. 「목표를 이뤄내는 기술, To Do List」, 데이먼 자하리어즈
46. 「스페인 여자의 딸」, 카리나 사인스 보르고 ✔✔✔
47. 「데이터 아키텍처 전문가 가이드 (2020)」, 한국데이터산업진흥원
48. 「메타버스: 새로운 기회」, 김상균, 신병호 
49. 「데이터를 철학하다」, 장석권 ✔
50. 「희망은 사랑을 한다」, 김복희
51. 「아무튼, 달리기」, 김상민
52. 「피터 드러커의 자기경영노트」, 피터 드러커 ✔✔✔
53. 「세일즈맨의 죽음」, 아서 밀러
54. 「아르헨티나 단편집」, 훌리오 코르타사르 외
55. 「팀장의 탄생 : 실리콘밸리식 팀장 수업」, 줄리 주오 ✔✔
56. 「디지털 뉴딜 시대 리더가 꼭 알아야 할 데이터 3법」, 백남정 등
57. 「수학의 쓸모」, 닉 폴슨, 제임스 스콧 ✔
58. 「세이노의 가르침」, 세이노
59. 「열대예찬」, 최재천
60. 「부장님은 내 기획서가 쓰레기라고 말했지」, 박혁종 ✔ 
61.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무라카미 하루키 ✔✔✔
62. 「땅의 예찬」, 한병철
63. 「마음이 움직이는 순간들」, 댄 애리얼리 ✔✔
64. 「프로젝트 헤일메리」, 앤디 위어 ✔
65. 「아무튼, 메모」, 정혜윤
66. 「팀장을 위한 회계」, 다니구치 사토시
67. 「그로스 해킹」, 양승화 ✔
68. 「행성어 서점」, 김초엽
69. 「살고 싶다는 농담」, 허지웅
70. 「우리가 얼굴을 찾을 때까지」, C. S. 루이스 ✔✔
71. 「고통 없는 사회」, 한병철 ✔
72. 「달러구트 꿈 백화점 | 잠들어야만 입장 가능합니다」, 이미예
73. 「우리가 사랑할 때 이야기하지 않는 것들」, 에스터 페렐 ✔
74. 「한편 6호 권위」, 민음사 편집부 ✔✔



2021 사적 Top 5를 꼽으라면.


책을 읽다 보면 나름대로 책을 선정하는 기준과 관심사가 확고해진다. 나는 흥미 본위의 책도 좋아하지만 Top 5로 꼽아본 책들은 어떤 감정을 강렬하게 느끼게 해 주었거나, 내 생각이나 생활을 바꿔주었던 책들이다.


1. 「문맹, 아고타 크리스토프

외국어로 말하고 써야만 하는 고통과 창작에 대한 갈증이 충돌했을 때.

「존재의 세 가지 거짓말」을 낳은 그의 삶을 조금 훔쳐볼 수 있는 된 책.

아고타 크리스토프의 삶과 그의 저작 활동, 저작물을 깊이 존경한다.


2. 불면의 이유, 갈렌 스트로슨 

난해하지만 페르난두 페소아의 「불안의 서」를 읽게 되었을 때만큼의 충격. 

나는 내 삶이 선으로 매끄럽게 이어지지 못하고 점으로 흩뿌려져 있는 데에서 많은 혼란을 느껴왔다. 이 혼란이 내가 브런치를 열었던 이유이기도 했다. 글을 남기다 보면 연결이 되지 않을까 하였으니까. (➡관련 글_프롤로그) 그러나 이 책에서 스트로슨은 서사적(선형) 자아는 허상이라며 narrative로 구성하는 정체성을 정면으로 반박한다. 

이 책 이후로 그의 인터뷰 섹션을 읽고 싶어서 <뉴필로소퍼>라는 철학 잡지도 사 읽게 되었는데 이 잡지 또한 매우 좋아하게 되었다. 인문 잡지 <한편>과 함께 주변에 두루두루 추천하고 싶다.


3. 「깊은 멕시코 : 부정당한 문명」, 기예르모 본필 바타야

멕시코를 여행하거나 생활해본 사람들에게 강력 추천하고 싶은 책. 왜냐면 지리나 그곳 사람들에 대한 배경지식이 없으면 재미가 없다. 나는 사실 나열식의 역사에 엄청난 반발심을 가지고 있는데, 이 책은 정말 즐겁게 읽었다. 에두아르도 갈레아노의 「불의 기억」 이 감정 풍만한 역사 문학이라면, 이 책은 멕시코 사람들의 감수성을 바닥에서부터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4.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무라카미 하루키

이 책은 올해 내가 달리기와 글쓰기를 꾸준히 해보기로 결심하고 실천하는 데 많은 영향을 주었다. (➡관련 글_3km 달리기가 왜 이렇게 영원 같은 건데) 무라카미 하루키의 에세이들을 이미 여럿 읽어와서 그의 아재 개그에는 질려버린 지 오래라 읽는 '재미'는 없었지만, 재미와 별개로 이 책은 내 일상을 바꾸었다. 내 삶을 좀 더 조직적으로 가꾸고 그 안에서 최선으로 정돈된 모습을 유지하며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실행에는 많은 시행착오가 있을 어려운 일이겠지만.


5. 「우리가 얼굴을 찾을 때까지」, C. S. 루이스

에로스와 프시케 이야기를 새로운 관점에서 써낸 책. 이 책은 브런치에 리뷰를 올리기도 했다. (➡관련 글_완전한 사랑 -「우리가 얼굴을 찾을 때까지」

전남자친구의 '너도 신을 알게 되었으면 좋겠다'는 호소가 어디에서 우러나온 것인지 비로소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신을 향한 그의 사랑을 나는 오해하고 있었던 것 같다.  나의 이해가 달라진다고 바뀔 것은 아무것도 없지만. (종교와 신에 관한 나의 생각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그러나 인간을 향한 사랑은 언제나 반쪽짜리 불완전한 사랑이에 함께 신을 사랑하기를 바라던 그의 마음이 순전히 나를 향한 사랑이었음을 이제는 알 것 같다. 


2021년 독서 경험에 대해서.

점심시간, 리디셀렉트에서 골라 읽은 책

작년에 비해 읽은 권수는 크게 늘었지만(+20권) 독서에 할당하는 시간이나 지력은 오히려 줄었다고 느낀다. 책 목록을 보면 알 수 있듯이 그저 읽기 편안한 책들을 주로 읽었다. 이러한 기세에는 마음산책 북클럽도 한몫 보탠 것 같다. 그리고 이런저런 책을 열어볼 수 있는 리디셀렉트 구독 서비스도 영향이 있고. 사지 않고도 읽을 책이 있다 보니 흥미로운 제목에 끌려 열어보고 읽게 된 책들이 꽤나 많다.


그리고 업무와 관련된 정보서들을 좀 더 적극적으로 읽기 시작했다. 디지털 기술 트렌드나, 개발, 스타트업 젊은 기업들의 업무 방식 등에 대해서 열심히 읽었다. 아무리 내 회사는 슈퍼 경직 사회에 머무르고 있다지만 신세대들 일처리는 궁금하다. 그렇다고 본격적으로 지식서나 학문 도서를 읽은 건 아니라 잡지식을 조금 흡수하는 데 그친 점이 조금 아쉽다.


작년과 비교했을 때 가장 눈에 띄는 큰 변화는 고전문학을 거의 읽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 점은 매우 아쉽고 반성하게 된다. 진짜 1년 동안 뭘 읽은 건지? 내년은 조금 더 깊이 있는 독서생활이 될 수 있기를.


2022년 독서 계획에 대해서.


업무:

내년에는 정말 진지하게 데이터 모델링과 소프트웨어 아키텍처를 중심에 두고 무거운 책들을 읽는 게 좋겠단 생각이 들었다. 어제인가 팀장님이 나는 설계를 해도 잘할 거란 말에 내적 깊은 곳에서부터 올라오는 웃음을 감출 수가 없었다. 성원에 보답하여 얼른 뭐라도 잘하고 싶다.


철학:

칸트와  데카르트를 필히 읽고 말겠다. 인용구들로 어림짐작한 피상적 이미지만 가지고 흐린 눈으로 훑고 지나치는 게 이제 좀 지겹다.


문학:

장엄한 고전문학도 뭐라도 하나 읽고 말겠다. 한국 젊은 작가는 당분간 멀리하고 싶다. 살짝만요...


원서:

보고서는 영어로 잘만 읽는데 책은 절대 엄두가 나지 않는 이유는 뭘까?... 정말 뭔가 요상하게도 넘을 수 없는 벽이 있다. 돈벌이와 취미생활의 간극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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