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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 에이치 Jan 14. 2022

출장지의 밤_한식당에서의 회식

한식 좋죠,,

해외 출장자의 밤은 화려할까. 대체로 그렇지 않다. 

해외 출장자의 밤은 자유로울까. 대체로 그렇지 않다.


나의 오늘밤은 화려하지도 자유롭지도 못했다.

(좌) 맨 정신에 찍었으나 몹시 흔들린 사진 (우) 우삼겹도 먹었지만 나의 원픽은 김치찌개

오늘은 목요일, 내일은 금요일이다. 다시 말하면, 오늘은 업무일이었고, 내일도 업무일이다. 내일도 출근을 해야 한단 말이다. 그렇지만 오늘 우리는 회식을 했다. 한식당에 모여 앉아 김치찌개에 소맥, 일상이지 뭐.


해외에서도 여전히 가장 한국적인 밤을 보낼 수 있다. 소주라면 별로 즐길 줄도 모르고, 그 참 맛을 모르는 나로서는 애석한 밤이다.


그러나 오늘 이 밤, 우리 팀 사이에서 오고 간 이야기들은 기록해두고 싶다. 회식자리는 무릇, 잡담과 뒷담으로 시작해서 업무 피드백으로 끝나는 법. 내일이 되면 휘발될까 두려워 술 취한 이 밤에 귀가하자마자 흐느적거리는 몸으로 랩톱 전원을 켰다.




혁신 vs. 혁명


팀장님은 우리 사업을 통해 캄보디아 정부에 혁신을 넘어 혁명 수준의 변화를 이끌어내고 싶다고 하셨다. 혁신과 혁명 사이의 차이는 뭘까? 내가 생각하기에는 그 둘 모두 커다란 변화를 가져온다는 것에는 다름이 없지만 혁신은 리더에 의해, 리더가 성취해낸 결과물이라면 혁명은 구성원들의 요구와 필요로 인한 변화와 성취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팀장님은 이와 비슷한 맥락에서, Top-down이 아닌 bottom-up의 변화를 이끌어내고 싶다고 하셨다. 최종보고회 형식에 대해서, 컨설턴트의 일방적인 보고 발표 형식에서 벗어나 클라이언트가 직접 참여해 발표하는 새로운 방식을 도입해 보는 것은 어떨지 고민해보고 있다고 하셨는데, 나는 매우 필요하고 좋은 변화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실무자들이 가진 변화에 대한 욕구와 열망을 표출할 수 있는 발언권을 우리의 작은 노력으로 얻을 수 있다면, 노력해볼 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데이터 모델링 vs. 데이터 분석


팀장님은 내게 아직도 계속 데이터 모델링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지 물었다. 내 대답은 당연히 YES. 답변과 동시에 팀장님은 내게 캄보디아 e-Document Management System의 데이터 모델을 그려보라는 과제를 주셨다. 개념 모델이든 논리 모델이든 상관없다며. 그럼 우선 개념 모델부터 그려보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다. 현재 개발 중인 프로토타입을 보고 정리하는 게 좋겠단 생각이 든다. 팀장님은 첨언하시기를, 내가 데이터 모델링과 데이터 분석의 업무를 해볼 기회를 가질 수 있기를 바란다고 하셨다. 팀장님이 보시기에는 나는 모델링보다는 분석과 더 잘 맞을 것 같다고 하셨다. 액셀이라는 툴만 가지고도 implication을 뽑을 수 있는 잠재력이 충분히 보인다고 해주셨다. (WOW) 

재능을 발견하기까지는 해보고, 고쳐보고, 다시 또 해볼 필요가 있다. 세 번의 기회를 줬는데도 결과물이 실망스럽다면, 그건 내 천성과 맞지 않는 일일 수 있다. 맞지 않는 일이면 뭐 어떤가, 그 일이 내 것이 아님을 얼른 알았다는 게 중요하다. 그때에는 다른 걸 찾으면 된다.


나의 약점

술자리는 솔직해지는 맛에 가지는 거지요.. 산발적으로 오고 간 이야기 중에 내 약점, 개선점에 대한 이야기들을 따로 모아 정리해두려고 한다.


감정에 솔직하면서도 상대방을 존중하자

정말 친절하고 다정히 말씀들을 해주셨지만, 결론을 말하자면 나는 때로 예민하고, 그 짜증을 너무나 투명하게 표출한다. 그게 윗사람이고 클라이언트더라도 말이다. 나는 조금의 '짜증' 정도라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주의를 받을 정도였다면 도를 넘었던 모양이다. 나는 짜증이 폭발했을 때 너무 신경질적이다. 특히, 내가 스스로 여기기에는 잠시 잠깐 확 왔다 가 버린 감정일지라도, 그 상황을 겪은 상대에게는 오래 간 지속될 상처나 반감이 될 수 있음을 주지하자. 내가 신경질적이라는 사실을 인정하고, 그 심각성을 인지하자. 

어쩌면 요즘 내가 욕심 내고 있는 아침 명상의 주제로도 알맞을지도 모르겠다. 가라앉히기. Relax.


업무 논의를 좀 더 적극적으로 하자

선임자와 업무를 상의하고 진행하자. 알아서 눈치껏 일처리를 하는 것도 좋지만, 때로 그게 옳지 않은 순간들이 있다. 특히 업무의 배분에 있어서는 더 그렇다. 외부 전문가와 일하면서 그분이 방치하는 공백을 내가 열심히 채우느라 고군분투했던 것은 두 가지 측면에서 잘 못 되었다. 첫째, 그 업무는 그 외부 전문가 및 소속 업체의 업무이다. 둘째, 그것 때문에 내 본연의 업무에 집중할 시간을 빼앗겼다. 우리 전체 프로젝트의 과업도 있지만, 우리 팀이 맡은 과제도 성공적으로 완성도 있게, 그리고 화목하게 완수해야 한다는 사실을 잊지 말기.


아무 말들


업무 재설계를 업무 재창조 수준으로 해보자

절차의 재설계는 결국 업무의 재발명이며, 새로운 절차의 창조라고 생각한다. 제로 포인트에서 바라보고 시작하자.

 

남들 보는 눈도 다 똑같다

사람들 보는 눈은 다 거기서 거기다. 나를 힘들게 하는 사람 한 명을 보며 슬퍼하거나 억울해 말자. 모르긴 몰라도 모두의 눈은 엇비슷하다. 그에 대해 다들 나와 같은 감정을 느낀다.


해야 할 일

EDMS 기능 트리 만들기

EDMS 데이터 모델 작성

환경 분석 액셀 만들기

BPR 기법 - Value chain과 Component 기법 (IBM)




아랫사람이 얼른 성장해서 제대로 일할 수 있는 파트너로 성장하기를 바라지 않는 상사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을 위해 실용적인 조언을 해주고, 시스템을 개선하려고 하는 분은 흔치 않을 것이다. 나는 이번에 처음 겪는다. 잘 하고 싶다. 아무래도 잘 하고 싶어. 이 나라를 위해서나 나를 위해서나 팀장님을 위해서나. 그냥 나를 둘러 싼 모든 환경들이 나에게 '잘 하자'고 파이팅 외쳐주는 것 같다. 잘 하자. 잘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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