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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 에이치 Feb 12. 2022

프놈펜 근교_메콩강과 국수

시장이 반찬이라면, 이 풍광은 

사무실에서 함께 일하는 캄보디아 또래들에게 식사 한 번 하자고 했다가, Plan A에서 D까지 나들이 기획서 받아보게 된 사연... 웅장한 등산으로 시작된 나들이, 그 이후의 이야기.





밥 줘...


배가 어디로 꺼졌는지 하산 이후로 급격하게 허기를 느끼기 시작했다. 아마 시장을 돌면서 맡은 음식 냄새에 대한 반응인지도 모르겠다. 시장을 나오며 뭐라도 살 걸 그랬단 생각이 들었다. 나는 허기를 잘 참지 못하는데, 자제력이 부족한 탓이라고 생각한다. 허기가 나를 당혹스럽게 할 때가 가끔 생기는데, 약 시간이 되었을 때나, 차를 타고 갈 때다. 나는 개인적 결함으로 챙겨 먹어야 하는 약이 있다. 이 약을 처음 공복에 먹었을 때 생애 최악의 복통을 겪었었다. 그리고 나는 배가 고픈 상태에서 차를 타면 꼭 멀미를 한다. 즉슨, 나는 자제심을 잃어가고 있었으며, 약을 먹을 수 도 없었고, 멀미에 시달릴 근미래가 예정되어 있었다. 아직 달달거리지는 않는 멀쩡한 손으로 K의 차문을 열어 차에 올랐다.


K는 가까운 데서 요기를 하고 떠나는 게 좋을지를 물었다. 아직 자제력 오케이... 가자...


우리는 40분 가까운 시간을 달렸다. 아직 자제력 오ㅋ ㅔ...ㅇ...


친구들도 허기졌는지 시장에서 사 온 간식을 주섬주섬 꺼내기 시작했다. S가 손질된 사탕수수를 건넸다. 씹으며 단물을 빨아먹고 버리면 됐다. 콱하고 씹으면 팡하고 단물이 터져 나왔다. 똑같이 땅에서 자라나는 식물들인데 어떤 식물들에는 이렇게 단물이 담겨있는지, 정말 신기한 일이다. 


메콩강을 내려다보며 국수 후루룩


캄보디아의 국도도 포장 상태가 매우 훌륭한 것은 아니었으나, 식당을 들어가는 길은 차 하나도 겨우 지나갈 흙길이었다. 그 와중에 결혼식을 연다고 가건물이 세워져 있기도 해서 아직 초보운전인 K는 진땀을 흘렸다.

 


어렵사리 도착한 식당. 이미 시간은 오후 세 시를 넘긴 늦은 시간이었다. 그런데도 주차장엔 차가 한가득이었다. 대체 어떤 맛집을 데리고 온 거지? 제대로 된 간판 하나도 못 봤는데, 여기까지 사람들은 어떻게 찾아온 걸까? 당연히 난 못 봤겠지. 속으로 자문자답했다. 나는 내가 크메르어 문맹이라는 사실을 자주 잊어버린다. 식당 이름은 មីលាក់ខ្លួន (➡️ 구글맵). 


가게는 대부분 야외석으로 되어있었고, 손님들은 대부분 가족 단위였다. 옛날 텔레비전, 농기구 등을 아기자기하게 전시해두어서 휙 훑어보며 식당으로 들어갔다. 빈 좌석을 찾아 두리번거렸는데, 찾기 쉽지 않았다. 이제 막 한 가족이 떠나려고 해서 그 자리에 앉기로 했다.


가족이 떠난 뒤, 테이블로 다가가니 시원하게 보이는 메콩강이 인상 깊었다. 나무들 사이로 잔잔히 흘러가는 강. 어렴풋이 메콩강은 흙색을 띈 노랑일 것이라 생각했는데, 전혀 그렇지 않았다. 여유롭게 흘러가는 초록물. 


메뉴는 누들 단 한 가지라고 했다. 주문하고 오래지 않아 음식이 나왔다. 에그 누들에 숙주, 파, 양념장, 햄류와 고기가 들어있었다. 그대로 비벼서 먹어도 되고 함께 나오는 완자탕을 끼얹어 먹어도 된다고 했다. 오늘만큼은 나도 끼얹어 먹기 파. 배가 많이 고프거든요. 후룩후룩 먹고 싶어. 망설임 없이 국물을 다 부었는데 뒤늦게 비벼서 좀 먹다가 부을 걸 그랬나, 하고 후회스러웠다. 그러나 지금은 사색할 시간도 아깝다. 전략보다는 섭취가 필요한 순간. 모두가 말을 잃고 면 먹기에만 매달렸다. 나 또한 내 눈에는 국수만 보였다. 반 그릇 정도를 단숨에 들이켜고 나니 이제야 맛을 느낄 여유가 생기고, 주변을 돌아볼 마음이 생긴다. 아직은 여전히 다들 열심히 먹고만 있다. 그때 K가 고개를 들고는 이곳은 면이나 고기도 직접 만드는 곳이라며 설명해줬다. 곁들임 양념처럼 나오는 고추절임도 인기가 많다고 했다. 과연 작고 귀여운 게 딱 입맛이 당기는 매운맛이었다.


이제 다들 여유가 생겼는지, 하나 둘 고개를 들기 시작한다. 내가 전에 와본 곳이냐는 물으니 모두가 다 처음 와보는 곳이라고 했다. 요즘에 인기가 많은 곳이라 와보기로 했다고 한다. 그 말이 참 기쁘게 들렸다. 좋은 곳에 데려가 주고 싶은 그 마음이 너무 예쁘고, 이곳을 함께 일하는 넷이 왔다는 게 기뻤다. 무엇보다 그들 셋도 점차 친해져 가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내가 좋은 핑계가 되었기를. 그리고 앞으로 더 자주 어울리고, 가끔은 나도 끼워주기를. 우리는 이런 식으로 관계를 만들며 서로에게 다가간다.


허름하고도 복작이는 공간에서, 정말 맛있는 식사였다. 곁들인 허기와 풍광이 식사를 더 멋지게 만들어줬겠지만.


사찰, 사찰, 사찰


다음으로 우리가 간 곳은 사찰이었다. K는 근방에 유명한 사찰이 있으니 여기까지 온 김에 들렀다 가자고 했다. 조금만 더 가면 꽤 유명한 사찰이 있다고 했다. 털어놓자면 나는 종교 건축에는 큰 관심이 없지만, 망설일 이유도 없다. 가자.


도착한 곳은 Vihear Suor Temple이었다. (➡️ 구글맵) 사찰은 연못이라기엔 너르고 호수라기엔 아담한 물가를 끼고 있었다. 물빛이 하늘 구름을 머금어 파랬다. 눈으로 힘껏 다가오는 고요와 평온. 사람들은 공간의 힘을 빌리기 위해 이런 곳을 찾아드는지도 모르겠다.


그들은 사찰에 들릴 때마다 향이며 연꽃을 사서 올렸다. 나에게도 늘 향 한 두 개와 연꽃 송이를 쥐어주고는 참여할 수 있도록 도왔다. 나는 S의 말을 떠올리며 이번 한 해에는 어떤 사람이 더 되고 싶은 지를 생각했다. 친절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무책임하게 내 기분을 다른 사람에게 전가하지 않고 인내하며, 좋은 기운은 내뿜어 나눌 수 있는 사람이 되도록 하겠습니다. 염원을 올리고 나와 주변을 거닐었다. 사찰의 지붕을 받을고 있는 모양의 건축 장식물이 눈에 띄었다. 지붕 째 들고 하늘로 날아오를 것만 같았다. 마침 새들이 그 지붕 주변을 날며 지나쳤다. 아름다운 날이네.


우리는 다시 길을 나섰다. 네 시가 넘은 시각이었다. 이제 집에 가려나. 




끝난 줄 알았으나 계속되던 우리의 여정. 아름다운 7NG Road 드라이브하다 벌레 먹은 이야기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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