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팡팡 Aug 30. 2021

8월과 백신

4분기는 소아-청소년












8월과 백신


8월의 첫 날은 방학이었다. 이 시간을 통해 현장에서 고민하고 함께 연대하는 선생님들을 만났다. 저마다의 상황은 다르지만, 나는 선생님들과 현장에서 고군분투한 지난 시간을 이야기하는 것만으로도 그 동안 묵혀 두었던 문제가 꼭 해결되는 것만 같았다. 만남에는 길이 있다고 믿었던 옛 생각을 다시 떠 올리니 방학동안 선생님들과 함께 다짐했던 계획과 배움이 나에게도 꼭 필요했던 시간처럼 느껴졌다.


학기만큼 분주한 방학을 보냈다. 시간의 빈 틈 사이로 그 동안 채우지 못했던 배움이 채워졌다 숨 한번 돌릴틈 없이 빽뺵한 일정을 소화하게 되었는데, 나의 안전뿐 아니라 타인의 안전도 중요했기에 모든 일정과 강의들이 대부분 온라인으로 대체되었다. 대다수의 연수와 강의가 온라인으로 진행되는 상황이니 온라인 만남이 익숙해지는 것은 물론 그 반대의 오프라인 일정에 대해 자연스레 갈증을 느끼게 되었다. 


다양한 연수와 여러 기관에서의 사례나눔을 하게 되었는데 수도권 4단계 거리두기 코로나 상황에서도 지방의 일부는 오프라인으로 진행 되는 경우도 있었다. 연수를 진행하는 기관으로  아주 먼 거리의 이동을 해야 했지만 불편함보다는 직접 만나는 대면의 기쁨으로 다가왔다. 무엇보다 백신 1차 접종이후 십여일이 지난 후라 나름대로는 든든한 방어막을 갖춘 느낌마저 들었다.


분주한 일정 가운데에도 8월은 2차 백신 접종이 예정되어 있었다. 지난 7월에 1차를 맞고 정확히 3주가 지난 시점이었다. 새삼 방학이 이렇게나 빨리 지나가고 있음을 자각하는 것은 물론 백신은 내가 누릴 수 있었던 최소한의 교육적인 혜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고3 아이들을 가르치고 고등학생을 가르치는 일을 하다보니 자연스레 백신 접종의 기회를 7,8월에 갖게 되었다. 백신을 맞는 것이 어떠한 우월적 지위를 누리는 수단도 아닌 최소한의 방어인데 생각해보면 우리 학교 학생들 중 다수는 그 혜택을 누리지 못했다. 어떤 이유에서인지 사회적 약자인 10대 아이들은 고3을 제외하고는 그 접종 기회를 갖지 못했다. 이건 비단 백신만의 문제는 아니었다. 


온라인 교육이 본격적으로 시동을 걸고 비대면 수업이 활성화 되던 때에도 고3 아이들은 전면등교를 실시하였지만 저학년의 경우 2~3주의 단위로 학교를 등교하였다. 온라인 수업의 교육적 효과를 비난하기 위함이 아니라, 아이들에게 오프라인 교육의 의미는 학습 그 이상의 의미를 갖기 때문에 온라인 교육과의 효과를 비교하는 것은 무의미 할 것이다. 교육이 갖는 본질적인 부분을 경험하면서  교육이 결코 지식 전달의 측면이 아니라는 사실을 우린 온 몸 아니 온 마음으로 받아 들이게 되었다. 


고3만이 학교를 등교한다는 사실을 당연시 여기는 사회적 분위기가 나에게는 혼란스러웠다. 돌봄이 필요한 초등학교 1학년, 2학년 아이들과 중3, 고3인 고학년은 매일 등교가 가능하지만 그 중간 그룹의 아이들은 왜 매일 학교를 나올 수 없었을까? 병은 중2 아이들이 갖고 있는데 학교에서 고칠 수 있는 중2병을 가진 아이들은 왜 학교에 올 수 없었을까? 누구도 쉽게 드러내지 못한 분노의 소리에 나는 울컥하는 마음으로 분노가 일었다.


8월 9일 나는 백신 2차 접종을 끝냈다. 2차가 더 아플거라는 주변 지인들의 경험과 달리 별 문제없이 지나갔다. 통증과 미열 그리고 두통은 조금 있었지만 견딜만 했다. 견디고 나면 백신 접종을 통해 항체가 형성이 되고, 코로나 시대에 유리한 몸이 된다는 사실이 아픔을 더 쉽게 견디게 해 주었다. 


8월의 시작은 방학이었고 백신을 지나 마지막은 다시 새로운 학기로 연결 되었다. 아이들과 나는 이제 남은 올해의 후반전을 준비하려 한다. 아무런 방어책 없이 학교 현장을 나서는 우리 10대 아이들은 언제쯤 미래사회의 주역으로서 존중을 받을 수 있을까? 과학적 근거와 사회적인 합의를 근거로 고령층부터 시작된 1차 예방접종이 이제는 어느덧 70%를 달성을 눈 앞에 두고 있다. 추석 전까지 정부는 목표를 향해 더욱 속도를 내고 있는 상황이다. 18-49세가 이제 접종을 하는 시즌이 되니  아직 예방접종의 기회조차 얻지 못한 우리 10대 아이들이 더욱더 떠오른다. 


“CDC는 COVID-19로부터 보호를 위해 12세 이상의 모든 사람에게 COVID-19 백신 접종을 권장하였고 광범위한 백신 접종은 팬데믹 종식에 도움이 되는 중요한 수단이다"라고 발표 했다. 


미국 질병청의 안내문구가 무색하게 미래세대의 주역은 현세대에 있어 가장 늦은 마지막 순서를 갖게 된다. 


4분기가 되면 임산부와 청소년들은 백신을 맞게 된다. 

아이들을 먼저 생각하는 교육활동이 남은 시간동안 충분히 펼쳐 질 수 있기를..

또 이 마지막의 순서가 아이들에게 부디 상처로 남지 않기를 바라며 

우리들의 8월을 다시 돌아본다.

길을 거닐며 만났던 : 인상적인 간판


이전 05화 7월과 낮잠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