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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팡팡 Jul 29. 2021

7월과 낮잠

그륵


7월이 되었다. 뜨거워진 날씨가 여름방학을 말해준다. 시간은 숨가쁘게 학기를 지나 방학을 향하고 있었다. 정신없이 달려온 탓에 얼마큼 달렸는지 뒤쳐진 친구들은 없는지 그제서야 주변을 둘러보며 여유를 부린다. 학기 중에 난 아이들을 자주 다그쳤다. 아이들의 부족한 것을 가장 먼저 이야기 하곤 했다. 돌아보면 미안한 마음뿐인데, 그 순간에  더 목소리가 커졌다. 컸던 목소리 만큼이나 부끄러움이 쌓였다. 



그런 나는 한 편의 시 앞에서 머뭇거렸다. 



어머니는 그륵이라 쓰고 읽으신다. 그륵이 아니라 그릇이 바른 말이지만 

어머니에게 그릇은 그륵이다  물을 담아 오신 어머니의 그륵을 앞에 두고 

그륵, 그륵 중얼거려보면 그륵에 담긴 물이 편안한 수평을 찾고 

어머니의 그륵에 담겨졌던 모든 것들이 사람의 체온처럼 따뜻했다는 것을 깨닫는다 

나는 학교에서 그릇이라 배웠지만 어머니는 인생을 통해 그륵이라 배웠다 

그래서 내가 담는 한 그릇의 물과 어머니가 담는 한 그륵의 물은 다르다 

말 하나가 살아남아 빛나기 위해서는 말과 하나가 되는 사랑이 있어야 하는데 

어머니는 어머니의 삶을 통해 말을 만드셨고 나는 사전을 통해 쉽게 말을 찾았다 

무릇 시인이라면 하찮은 것들의 이름이라도 뜨겁게 살아있도록 불러 주어야 하는데 

두툼한 개정판 국어사전을 자랑처럼 옆에 두고 서정시를 쓰는 내가 부끄러워진다.

                                                                                                         - 어머니의 그륵  - 정일근




아이들의 그륵을 내가 잘 보지 못했다. 아이들의 삶을 불완전하다고 판단하고 행동하던 탓에 항상 옳은것을 강조하는데 더 많은 힘을 실었다, 아이들의 짧은 인생의 그륵을 내가 쉽게 인정하지 못했다. 

티비 프로에서 이제 막 중학생된이 된 친구가 어른과 꼰대의 차이를 이렇게 설명했다. 어른이 되면 꼰대가 된다. 아이의 주장이 옳건 옳지 않건간에 난 아이들의 그륵에 집중하지 못했다는 사실을 받아 들여야 했다.



“선생님, 점심 급식 때 우리반에서 같이 밥 먹어요”


개별상담도 진행하고 아이별로 상담일지도 모두 작성했는데, 한 학생의 입에서 나온 말에 나도 모르게 놓친 나의 역할을 이야기 하는 것 같아 괜스레 얼굴이 붉어 진다. 


교과회의가 있어 어렵다는 말을 빠르게 내 뱉고 서둘러 그 날 점심을 해결했다. 



각 자의 교실에서 밥을 먹는 학교의 구조에서 아이들과 점심을 먹는 것이 특별한 일은 아니지만, 

2021년 1학기엔 매우 특별한 일정이 되어 버렸다. 머리 속에 할 일들로 가득차 애써서 여유공간을 만들지 않으면 아직 정리하지 않은 핸드폰 사진첩이 되어 버리는 기분탓에 아이들과 자주 밥을 먹지 못했다.



성찰은 결과와 과정의 연결로만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성찰은 자연스럽게 외부로 향하던 불평을 멈추고 자신을 돌아보면서 진정한 삶의 본질을 향해 나아갈 수 있도록 도와준다. 성찰을 통해 이뤄지는 다양한 시도와 몸부림 가운데 내가 놓친 노력은 무엇이었는지 잠시나마 돌아 볼 수 있다. 



난 머리가 복잡할 때 주로 성찰에 가까운 잠을 잔다. 물론 잠이 근본적인 문제 해결의 가장 좋은 방법은 아닐 수 있지만 적어도 나에게 잠은 회피보다는 정리에 가깝다. 부유물 같은 잡 생각은 모두 가라 앉는다. 부유물을 가라 앉히기 위한 의지적인 과정도 필요하다는 생각으로 가끔 낮잠을 잔다. 가장 중요한 것에 집중할 에너지를 만들기 위해 복잡하고 불필요한 것들을 걷어내는 힘을 생각하니 교사인 나도 방학이 간절해진다. 



방학이다. 


소중한 것을 위해 덜 소중한 것을 덜어낼 수 있는 심플한 다음 학기를 꿈꾼다. 나아가 낮잠을 통해 이룰 수 있는 꿈이 아닌 이루고 싶은 꿈을 꾸고 싶다. 켜켜이 쌓아두지 않고 아이들과의 거리를 줄이는데 중심을 두고 2학기를 준비해야 겠다. 한 학기동안 열심을 다했던 나에게 7월에 누리는 낮잠을 꼭 선물해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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