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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팡팡 May 24. 2021

5월과 계절

푸르름

5월은 푸르다. 

시리도록 푸르른 계절 무엇을 더 할 수 있을까? 

맑고 명확한 풍경이 가득하다는 것은 분명 축복이다. 

계절의 여왕이 5월인 이유를 요즘 더 절실히 깨닫고 있다.


그러나 5월의 대다수는 긴팔을 입어야 할지 반팔을 입어야 할지 모를 날씨의 연속이다. 그 간 보지 못했던 비까지 쏟아지니 여왕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다. 때로는 반팔을, 때로는 긴팔을 입어 하루하루의 날씨를 준비하는 것 또한 5월의 숨겨진 모습일것이다. 


누구에게나 약점이 있다. 나도 그 약점을 상당히 많이 소유하고 있는 편인데, 대게는 그 약점을 가리는데 시간과 에너지를 쏟아낸다. 나도 별반 다르지 않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고 텅텅 빈 나의모습도 나의 일부라고 생각하고 받아들이게 되면 생각보다 문제는 쉽게 사라진다. 


난 아이들의 마음을 헤아리고 공감하고 머물러 있기보다는 문제해결에 집중하는 편이다. 듣는 일로도 많은 고민을 해결할 수 있다고 하지만 지독히도 나의 초점은 문제해결로 귀결되는 경우가 많다. 그것은 나의 약점이다. 


약점은 약점이고, 난 상담형식에 기대 아이들과 마음나눔 시간을 열었다.

짧은 시간이라면 참 짧은 시간이지만 나도 시간을 내고 아이들도 시간을 내어 

우린 점심시간이라는 접점을 만들었다. 


매일 30분 아이들 손에 음료를 쥐어주고 마스크를 꼭 코까지 가리고 온전히 눈빛을 대하고 소리를 듣는 시간, 아이들에게 긴장의 무드가 흐르지만 우린 서로에게 오롯이 집중한다. 

아이들은 학생이기전에 사람이다. 나도 그 부분을 놓치지 않으려 부단히 애를 쓴다. 


고등학생이 하고 싶은 말을 다 하면서 살고 있을까? 문득 궁금했다. 살짝 아이의 마음을 물어본다. 원하는 대답을 듣는 것은 아니다. 익숙하지 않은 기다림 그것은 내가 마음나눔 시간을 가지면서 견디는 부분이다. 또 온전히 집중을 쏟아내기로 다짐하면서 내면의 질문이 불쑥 튀어 나오는 것은 절제하면서 아이들의 침묵의 순간을 주로 견뎌냈다. 오디오가 비더라도 난 아이들의 소리를 끌어내기 위해 집중한다는 말이 더 맞는 표현 일지 모른다. 


짧은 이 시간이 허투루 쓰여서는 곤란하기에 우린 본질에 더 가까워지기로 한다. 

우리반 한 여자아이의 환경은 상당히 독특하다. 요즘 보기드문 4남매에 장녀. 굳이 태어난 순서를 꼭 찝어 말하지 않아도 고단함이 보인다. 자식 많은 집에 막내는 첫째, 둘째가 키운다고 하더니 옛 어른들의 통계가 틀린 것 같지 않다. 


몇 마디를 나누면서 참고 절제하다가 OO에게 한 마디를 건냈다. 


“그래 학교에 있는 시간과 공간을 더 넓혀 갔으면 좋겠어.”


그러자 기다렸다는 듯이  

 

“선생님 전 부모님이 계신데 소녀소년 가장 같아요.” 


때론 어쩔 수 없는 환경으로 내 자신이 환경과 동일해 지는 경우가 있는데, OO은 그 트랩에 걸려 있는 것 같았다. 공부도 태도도 아주 뛰어난 OO의 그간 힘들었던 고민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운다. 


눈물을 흘린다. 당황하지 않고 그 상황은 그 자체로 받아 들인다. 누군가를 이해하고 공감한다는 것이 이렇구나라고 나도 배우게 된다. 공감을 받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어떤 해결책보다 강력한 힘을 갖고 있구나! 생각한다. 나도 상황을 객관적으로 해석하기 위해 그간의 수고로움을 토닥거려 주었다. 마스크를 타고 눈물이 꽤나 흐른다. 멈출 것 같지 않던 눈물도 이내 멈춘다. 흐르는 눈물 속에 또 한번 일어 설 수 있는 힘이 피어나기를 조심히 응원한다.


요즘 나는 다정한 신뢰를 마음 속에 담고 있다. 

교사라는 신뢰위에 인간으로서 줄 수 있는 다정함을 주고 싶다. 

아이들이 마주하게 될 삶이, 그 동안 있었던 슬픔과 혹은 아픔을 통한 통증으로 인해 더욱 큰 성숙과 함께하는 오늘이 되기를... 


시리도록 푸른 5월 오늘도 아이들을 난 교사로서 인간으로서 격렬하게 응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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