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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팡팡 May 04. 2021

4월과 벚꽃

봄내음

 4월 봄내음이 코를 간지럽힌다. 코만 간지러운 줄 알았는데, 조금은 답답한 생활의 연속이라 교내로 불어오는 바람이 몸에 켜켜이 쌓아둔 피로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부끄러움에 아주 밝은 옷으로 몸을 치장하지만 화려한 꽃빛에는 비교도 할 수 없이 초라한 나를 발견하게 된다.  


 ‘토머스 엘리엇의 ‘황무지’는 그 4월을 이렇게 표현한다. “4월은 가장 잔인한 달, 죽은 땅에서도 라일락이 자라고 추억과 정염이 뒤섞여 잠든 뿌리가 봄비로 깨어난다. 겨울이 차라리 따스했거니”로 시작하는 그 시 말이다.


 이 봄의 향연은 매서운 추위를 견디고 견뎌온 겨울의 흔적이다. 희망의 메세지는 4월이 지난 온 그 결과 비슷하다. 새해를 다짐하는 1월, 우리의 진짜 시작 설날, 새학기가 시작되는 3월과도 사실 아무런 연결고리가 없지만 4월은 그 자체로 봄이고 희망이다. 나도 그랬다.


 선생님들과 역설적인 봄을 노래하며 함께 꽃 구경에 나섰다. 4월 2일은 비 공식 꽃구경의 날이다. 사이(4.2)좋은 날, 봄을 누리는 호사스러운 일상을 즐기다보면 어느새 흘러가는 봄이 아쉽게 느껴진다. 너무나도 짧은 시간탓에 자꾸만 뒤를 돌아보게 되는 것이다.


 봄이 짧다. 겨울과 봄이 교차하고 꽃이 지면 봄이 지나 간다는 기분 탓에 봄은 짧게 느껴진다. 곧 꽃은 지고 무성한 잎이 그 자리를 대신하게 된다. 오랜 시간 견뎌온 겨울이 무색할만큼 찬란함은 오래가지 못한다. 짧은 점심시간 애써 몇 컷의 단체사진을 남겨두고 우린 발걸음을 다시 교실로 돌렸다.


 나는 오랜동안 새학기와 함께 찾아 온 봄이 짧은 이유를  고민하고 질문 해 왔다.


“봄이 나에게 어떤 의미가 있을까? “
“짧은 시간을 어떻게 더 오랫동안 누릴 수 있을까?”


 애초에 역설이란 단어가 사치스럽게 봄 꽃은 슬픔을 이겨낸 기쁨이 스며들어 있다. 그러나 긴 겨울 끝에 주어진 보상이 너무나도 짧아 봄을 좀 더 붙잡아 두고 싶었다.


“4월, 어떤 의미를 담을 수 있을까?”


답을 찾는 과정 대신에 답을 찾을 수 있는 질문으로 바꾸니 역설적이게도 질문은 쉽게 풀렸다.

어쩔수 없는 시간의 속도를 내버려 두니  손에 쥐게 되는 답도 달라졌다.

흩날리는 벚꽃 잎이 시원하다.


시원한 날개짓을 보고 있자니 이번 봄도 모두에게 충분한 의미가 있었다고 짐작해 본다.

사계절을 떠올리는 대신 나는 봄만 생각하기로 했다.


 4월의 교사는 여전히 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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