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소한 여행
사소한 여행
시작은 사소했습니다. 그때 나는 얼마 되지 않는 돈을 아끼려 여행자 버스 대신 로컬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고 그 푼돈을 위해 반나절을 기다려야 했습니다. 그 얼마가 단 400원이라는 사실을 뒤늦게 알았지만, 미련한 여행자에겐 빈번한 어리석음이었으니 대수롭지 않게 여기며 기다렸죠. 그곳에서 테즈라는 친구를 만났습니다. 그는 빈민가에 살며 자신보다 어려운 가정의 아이들을 돌보고 있었고 하릴없던 발걸음은 자연스레 그의 초대에 응했습니다.
그 반나절의 우연한 만남 때문입니다. 혼자만의 점심값도 되지 않던 반 근의 고기로 나눈 열 명이 넘는 가족들과 아이들과의 식사 때문이었습니다. 언젠가 다시 오겠다며 연기처럼 뱉어둔 약속. 그때는 당연했던, 돌이켜보면 사소했던 그 날의 약속이 자주 나를 삐걱거리게 했고 그립게 했고 불쑥 눈물짓게 했습니다. 사무치지 않고 비틀거리지 않고 똑바로 걷는 걸음은 결국 그리운 이들에게 돌아갈 때만 가능했습니다.
누군가 말했습니다. 훨씬 더 가난한 아이들이 많다고. 어디선가 말했습니다. 가까이 있는 어려운 사람들을 돕는 게 우선일 것이라고. 나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습니다. 사랑하기 때문이라고, 왜 말하지 못했을까요. 그러나 이제는 말할 수 있습니다. 이미 사랑해서 내겐 다른 답이 없다는 걸. 가족처럼 고향처럼, 그들을 생각하고 그들을 향하는 걸음은 당연한 일이 되었습니다. 더 표 나는 일을 할 수도 있겠죠. 미련하지 않을 수도 있겠죠. 그러나 이 사랑을 이제 어찌할 수 없습니다.
매듭지을 수 없는 마음이 있습니다. 끝나지 않는 여행도 있습니다. 사소하지 않았던 것입니다. 아니, 사소한 것들은 언제나 이렇게 불쑥 하고 몸집을 키우는 거겠죠. 400원을 아끼려 나선 걸음이 여전히 이어지고 있습니다. 그사이 나는 꽃길을 걸었고 그리움의 길도 걸었고 수많은 손을 마주 쥐었고 웃었고 울었고 무엇보다 행복했습니다. 내게 마음이란 언제나 부족한 것이어서 온전히 건네는 방법은 거듭하는 일밖에 없다는 걸 압니다.
이것이 내 사랑의 방식이며, 사소한 고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