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절반은 술이에요."
스스럼없이 말할 수 있는 내가 좋았습니다.
"여행의 날씨가 반이지."
말하는 K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기도 했습니다.
여전히 '여행은 사람이 전부야.'
느끼며 사람을 그리워하고 있습니다.
낯선 시련과 절대적인 고독, 익숙한 외로움,
그것으로도 달가운 것이 여행이었습니다.
그랬습니다.
반쯤 취한 눈으로 바라본 아릿한 세상에
자유로운 비틀거림으로 서 있는 내 모습이 몹시 사랑스러웠습니다.
화창한 날씨 속 풍경과 푸른 하늘,
그 아래 맑은 눈동자의 아이들을 바라보는 일이 더없는 행복이었습니다.
추적추적 거리를 적시는 빗소리와
비와 함께 잠겨든 도시의 차분함에 마음은 온전히 젖어들었습니다.
온몸을 뒤덮는 하얀 눈꽃과 나와 함께 뒤덮인 온 세상에
세상 모두가 그러한 듯 세상 전부를 아름답게 그려가곤 했습니다.
따뜻한 눈을 마주하며 진심으로 나의 안녕을 바라는 당신를 바라보는 순간은
그저 사랑이라고 밖엔 표현할 수 없었습니다.
절반만으로도 만족할 것이 여행.
하나가 있다면 더 바랄 게 없는 것이 여행.
그러나 다른 하나마저 불쑥 선물하는 것이 여행이었습니다.
무한한 하나들이 나를 기다리고 있는 길.
절반을 바란 내게 여럿의 전부를 가져다주는 시간.
하나를 온전히 감당하기에도 벅찬 내게
절반을 담아내기에도 긴 시간이 걸리는 내게
그것은 더없는 행복이었으며 온전한 젖어듦이었고
사랑이라고 밖엔 표현할 수 없는 우리의 아름다움이었습니다.
몇 번의 절반을 이야기하고
또 몇 번의 전부를 말해도
아직 다 전하지 못한 아쉬움이 남는 것은
그 너머에 있을 다른 무엇을 여전히 꿈꾸고 있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