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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경호 May 21. 2019

그 계절의 우리,





하릴없는 마음이 깃들 때면 집과 회사에서 가깝던 은행나무 길을 찾곤 했다. 지난봄, 생기 넘치는 은행잎을 바라보며 네가 계절을 견디고 찬란하게 물이 드는 순간을, 모두 내려놓은 쓸쓸한 모습까지도 바라봐 주겠노라 생각했다. 너의 모든 계절을 함께하고 싶었다. 시간은 언제나 그렇듯 빠르게 흘러가고 나는 너와 함께 하는 일을 게을리하지 않았다. 말간 푸르름을 바라보는 것이 좋았으니까. 나도 푸르르고 싶었으니까. 노랗게 물들기 시작할 무렵엔 더욱 부지런히 찾았다. 그러나 아직 채 물들지 않은 너를 아쉬워하고 사람들의 시선이 부끄러웠는지 금세 잎을 떨구는 네가 안타까웠다. 이곳저곳 새겨진 사람의 흔적도 야속했다. 다시 한 계절을 보내고 시린 계절이 찾아왔을 때, 더는 너를 찾지 않게 되었다. 바라보는 것으로 좋았던 것이 절정을 함께하고 싶은 욕심에 기대를 만들고 아쉬움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다 쏟아낸 채,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은 너는 더는 필요치 않았던 것이다. 너의 시듦과는 상관없이 내가 시들고 말았다.



















어떤 순간에도 나를 떠나지 않던 당신을 생각했다. 홀로 지쳐 당신을 뿌리치던 나의 모습도 떠올랐다. 당신이 가장 아름다운 순간은 언제였을까? 우리가 함께하지 못한, 그 겨울이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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