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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널 만났다_소설

옆집 남자

by 원숭이

1.

계란프라이와 독일식 소시지를 구워 예쁜 접시에 놓고 네스프레소 커피를 뽑고 있다. 컵을 고르며 주황색컵 에메랄드색컵 고민하면서 심오한 표정을 짓는 하정.

그녀는 자신의 일상을 매우 소중하게 여겨 모든 순간에 진지한 편이다.


“음.. 두 컵을 다 쓸까? 하나는 물 하나는 커피”


도저히 한 가지는 포기할 수 없다는 듯 두 컵을 모두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는 한 컵은 얼음을 가득 채운다.

신문 세 개를 펼쳐놓고 천천히 커피를 음미하는 하정.

누가 봐도 회장님 아내 같은 분위기를 내풍 긴다. 그러나 집에는 아무도 없고 잔잔한 LP 음악만 덩그러니 놓여있다.


그녀는 부모님 누구를 닮았을까. 대기업의 회장님? 아니면 졸부? 아니면 자수성가? 절대 추측할 수 없도록 매우 잔잔한 느낌만 존재한다.


그때 울리는 휴대폰.


“네, 하정입니다. 네 알고 있습니다. 어떤 취지로 인터뷰하시는 걸까요? 네 그런 내용이라면 가능합니다, 그날 제가 일정이 있어서요. 대략 끝나는 시간 알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네 그때 뵙죠.”


2.

기지개를 피고 창가에 펼쳐진 커튼을 걷히는 하루운.

푹 잔듯한 얼굴로 커튼을 걷히고 다시 침대에 철퍼덕 양팔을 벌리고 눕는다.


“미치겠다 너무 좋다, 이렇게 푹 잔 게 언제였더라”


주방으로 터벅터벅 걸어가 싱크대에 쌓인 설거지 더미 속에서 컵 하나를 들었다가 내려놓은 후 냉장고 속 2리터짜리 무거운 물통을 들어 벌컥벌컥 마신다.

멍하니 서있다가 텅 빈 냉장고를 한번 쓱 보고는 옷을 주섬주섬 입고 밖으로 나간다.


속옷인지 뭔지 모르겠는 짧은 반바지에 기모가 들어간 긴팔 맨투맨을 입고는 편의점으로 향한다. 편의점의 문을 손으로 집는 순간 고민을 하다가 다시 골목으로 걸어가 한 곰탕집으로 들어간다.


“여기 곰탕 특사이즈 하나요!”


곰탕을 건네주시는 아주머니께 빙긋 웃어 보이며 감사합니다! 큰소리로 말한다.

아주머니는 갸웃하며 하루운을 쳐다보고는 다시 일하러 뒤돌아 걸어간다.


3.

깔끔한 하늘색 블라우스에 갈색 슬랙스 바지를 입은 하정. 거기에 빨간 구두를 신고 집을 나서고 그때 맞은편에서 걸어오는 하루운을 만난다.


“안녕하세요! 또 뵙네요!”


명쾌하게 인사하는 하루운을 고개 까딱 하며 지나치는 하정이다.

하루운은 하정을 위아래로 보고는 다시 말을 다시 건다.


“와 패션이... 남다르시네요? 멋져요!”


하정은 지나치다 고개를 돌려 끄덕하며 다시 갈길을 간다. 하정은 버스정류장에 멈춰 반대편 전광판을 바라보며 멍하니 있다가 버스 오는 시간을 못 보고 놓쳐버리고 만다.


”오늘 재수가 없네.. “


4.

집으로 돌아온 하루운은 집을 치우기 시작한다. 널브러진 옷들 쓰레기들 거기에 쌓인 암 관련 서적들까지 모두 한 군데 모아 쓰레기장에 버리며 두 손을 털어낸다. 눈가에 촉촉해진 눈에 슬픈 표정으로 쓰레기장을 쳐다보던 하루운은 당당한 발걸음으로 집으로 향한다.


깨끗하지만 텅 빈 집에 컴퓨터 한 대가 있고 그 앞에 앉은 하루운은 구인사이트를 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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