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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열무호두 Jul 02. 2019

채식을 해도 살이 빠지지 않는 이유 (1)

채식할 때 주의해야 할 점

채식을 한다고 누구나 다 살이 빠지는 것은 아니다. 채식은 여러 가지 뜻을 지닌다. 그리고 채식주의자 중에서도 먹지 않는 것이 서로 달라서 호칭도 다르다.


이 글에서 이야기하는 채식은 비건 채식이고 더 좁은 의미로는 Whole food plant based diet - WFPBD 이다. 고기, 우유, 계란, 생선 중 어떤 것도 먹지 않는 것이다.

한국에서는 비슷한 의미로 자연식물식이라고 지칭한다. WFPBD는 통밀빵이나 현미 파스타 같은 통곡물을 가공한 식품도 포함시킨다. 내가 하고 있는 것은 WFPBD에 가깝다. 채식을 하더라도 비건 정크 푸드를 많이 먹는다면 살은 빠지지 않는 것이 당연하다. 그렇다고 윤리적인 이유로 채식을 하며 비건 정크 푸드를 먹는 비건들을 비난할 마음은 전혀 없다. 나도 가끔 비건 정크 푸드를 먹는다. 단지, 그렇게 먹으면 살은 안 빠진다는 말이다.

오늘의 글은 자연식물식, 혹은 WFPBD를 하는데도 살이 빠지지 않는 경우에 대해서 써보려고 한다.


첫 번째로 채식 전에 폭식증이나 거식증 같은 식이장애로 고생했던 분들은 채식 후에도 똑같이 폭식을 할 가능성이 높다. 배부르게 먹는다는 것이지, 배 터지게 먹는다는 뜻은 아니다. 보통 식이장애는 마음의 문제와 함께 올 확률이 높다. 마음이 허할 때는 음식을 아무 생각 없이 먹게 된다. 배는 부른데 계속 먹는다. 그것은 신체적인 허기가 아니라 정서적인 허기다. 마음이 아프고 슬픈 감정이 들 때, 자기 자신을 싫어하게 될 때,  외로움을 느낄 때, 허무한 감정을 채우려고 생각 없이 먹는 것이다. 마음의 허기를 채우는 방법으로 음식을 먹는 것을 선택하는 것이다. 나도 예전에 그랬기 때문에 안다.

 그럴 때는 정신도 멍해진다. 스마트폰을 보거나 티브이를 멍하니 보면서 앞에 있는 음식을 그냥 먹어치우는 것이다. 정신을 차리고 보면 접시에 가득했던 음식들은 이미 사라진 지 오래다. 그러고 나면 먹고, 또 먹는다. 그리고 그렇게 먹어댄 자기 자신을 싫어하게 되는 악순환이 계속된다. 그리고 다음날은 굶겠다고  생각한다. 굶기 위해서 음식의 양을 제한하면 제한할수록 음식에 대한 강박증이 생긴다.


그럴 때는, 특히 마음이 안 좋은 날일수록 그런 상황에 있는 자신을 토닥거려주는 것이 좋다. 몸에 힘도 없고 모든 것이 귀찮겠지만 최대한 예쁜 그릇에 몸에 좋은 건강한 음식을 예쁘게 담는다. 고생한 자신을 스스로 돌보는  것이다. 누구나 어떤 상황에서도 좋은 음식을 맛있고 아름답게 먹을 자격이 있다.


폭식은 보통 혼자서  많이 하게 된다. 특히 스마트폰을 멍하니 들여다보거나, 텔레비전을 틀어놓고 뭔가를 먹는 경우가 많다. 그러면 자신이 얼마나 많은 양을 먹고 있는지 알아채기가 힘들다.

스마트폰이나 텔레비전 없이 음식을 먹는 데에만 집중해보자. 효리네 민박에서 아이유가 했던 꼭꼭 오래 씹기 식사법이 한 때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는데, 나는 이 방법이 현미 채식을 하는데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현미 생채식을 하는 황성수 박사님은 현미를 물이 될 때까지 백번 정도 씹으라고 하셨다. 그분은 현미 생쌀을 드시는 분이라 소화가 되려면 정말 그렇게 해야겠지만, 나도 솔직히 물이 될 때까지 씹지는 못한다. 하지만 꼭꼭 오물오물 잘 씹어서 내가 지금 밥을 먹고 있다는 것을 뇌에 알려야 한다. 이 것을 혹자는 식사 중의 마음 챙김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내가 지금 밥을 먹고 있다는 것을 뇌가 알아차리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뇌도 그 양을 가늠할 수 있다. 음식과 눈을 마주치면서 천천히 음미하면서 먹는다면, 그렇게 많은 양을 한 번에 먹지는 못한다. 바나나를 먹는다면 바나나의 단 맛이 혀에 감기는 기분을 느끼고, 양배추를 먹는다면 양배추 고유의 맛을 하나하나 음미해보는 것이다. 채식을 시작한 후로 나의 평균 식사시간은 거의 삼사십 분 정도 된다.


두 번 째는 반대의 경우로, 채식을 시작했는데도 빨리 체중을 빼고 싶은 나머지 양을 제한해서 먹는 경우다. 그러면 음식에 대한 갈망이 심해져서 폭식이 터질 수도 있다. 배부를 만큼 먹어주어야 한다. 채식으로만 2500칼로리를 먹는 것은 생각보다 힘들다. 채식을 하면서 양을 제한하면, 자칫하면 하루에 천 칼로리도 못 먹을 수도 있다. 그것을 오래 지속하게 되면 -사실 오래 지속하기도 힘들지만- 탈모나 무월경에 시달릴 수도 있다.

스스로를 배고픈 상태에 놓아두지 않기를 바란다. 너무 배가 고픈 상태가 지속이 되면 한 번에 음식을 많이 먹게 된다. 그리고 채식을 하겠다는 목표도 흐릿해질 수도 있다. 배가 고픈 나머지 아무 거나 막 먹게 될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이다.


그렇다면 적당한 양은 얼마 정도 일까? 나 같은 경우는 평소에 두 끼를 먹는다. 아침에 현미밥 한 공기와 야채를 먹는다. 바쁘지 않은 날에는 두부와 감자를 듬뿍 넣고 끓인 찌개도 곁들인다. 그리고 간식으로 아몬드 같은 견과류나 건과일을 먹거나, 과일을 먹는다. 가끔은 통밀빵이나 치아바타로 만든 샌드위치를 먹을 때도 있다. 그리고 저녁으로 현미밥 한 공기와 야채, 채식 재료로 만든 반찬을 곁들여 먹는다. 가끔은 현미밥 반 공기만 먹거나, 감자 두 개 정도로 대체하기도 한다. 배고픔을 참지 못하는 나에게는 이 정도 양이 맞는 것 같다. 음식의 양은 각자가 맞는 방식으로 조절해보는 것도 좋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살이 너무 빠지지 않는다면 녹말 음식(현미, 귀리, 고구마, 감자등의 통곡물)을 줄이고 과일과 야채의 비중을 높여보는 것도 방법이다. 반대로 살이 너무 빠진 다면 녹말 음식의 비중을 높여본다. 그러면서 어느 정도의 음식량이 자신에게 맞는지 알아가는 것이다. 사바사, 케바케, 묘바묘다. 

녹말 음식을 아예 먹지 않는 완전 과일식 같은 경우는 그다지 권하지 않는다. 우리나라의 과일류는 열대 지방의 과일에 비해서 열량이 턱없이 낮기 때문에 필요 칼로리를 채울 수가 없다. 먹어도 먹어도 속이 헛헛한 기분에만 시달릴 뿐 포만감을 느끼기가 어렵다. 그러나 아침이나 저녁 한 끼 정도만 과일로 대체하는 것은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 나도 시도해보긴 했지만, 나는 밥을 든든하게 먹는 것을 좋아해서 보통 그렇게 하지 않는다.


특히 자연식물식 같은 경우는 일일 일식이나 간헐적 단식을 하게 되면 충분한 칼로리를 섭취하기가 어렵다. 한 번에 먹는 양은 한계가 있기 때문에 허기도 심해지고 영양분도 부족해져서 지속할 수 있는 힘이 떨어진다. 음식에 대한 갈망도 생겨서 식사를 하지 않는 시간에는 허기와 싸워야 하는 단점이 있다.  일주일에 한 번씩 단식을 하시는 분들도 보긴 했는데, 배고픈 것을 특히 못 참는 나에게는 맞는 방법은 아니었다.


하지만 저녁 식사 시간은 되도록이면 최소한 여덟 시는 넘기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그 시각에 밥을 먹게 되면 잠을 이루기도 어렵고 속이 더부룩하여 위에도 좋지 않다. 시간이 없어서 저녁을  늦게 먹게 될 경우에는 꼭 간식이라도 챙겨 다니길 권한다. 나는 오트밀 쿠키를 한꺼번에 많이 만들어 냉장실에 넣어놨다가 바깥에 나갈 때 들고 가기도 하고, 아몬드나 크랜베리를 락앤락 통에 넣어 다니기도 한다. 바깥에 나갔는데 너무 배가 고픈데 채식 먹거리가 보이지 않는다면 바나나나 과일을 사 먹기도 한다. 떡집에서 가래떡을 사 먹는 것도 괜찮다. 가래떡에는 설탕이나 다른 첨가물이 다른 떡에 비해 적게 들어가 있다. 그렇지 않으면 배고픔 때문에 버터가 듬뿍 든  빵이나 초콜릿 같은 것이 먹고 싶어질 확률이 높다.


- 2편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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