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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열무호두 Dec 31. 2020

2020년의 채식 집밥

고기 러버 남편과 초보 채식러의 공존 이야기

2020년을 보내며 그간 먹었던 채식 음식들을 올려본다.


항상 아침식단은 비슷하다.

현미밥에 간단한 채소반찬. 김자반 조금.

여기에서 달라지는 것은 야채의 종류 뿐이다.

별 다를 것이 없어서 사진을 제대로 찍어놓지 않았다.

이날 먹은 것은 돌나물.

상큼하고 씹히는 맛이 좋아 가끔 사다 먹는다.


단백질 보충용으로 포두부를 병아리콩과 함께 휘리릭 볶았다.


중국 소스 중에 라조장이라는 게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는데, 고추기름 같은 것이다. 고추에 마늘과 땅콩을 첨가한 소스다. 라조장 한 스푼에 포두부와 삶아놓은 병아리콩을 넣고 버섯이나 각종 야채, 그리고 간장을 넣어서 볶으면 조리시간 5분 남짓으로 훌륭한 반찬이 된다.


나는 보통 아침에 공복 운동을 한 뒤에 밥을 먹기 때문에 허기에 허덕일 때가 많다. 그럴 땐 뭔가 시간이 많이 걸리는 것을 해 먹기에는 시간이 여의치 않다. 포두부 볶음은 빠르게 해 먹기에 좋은 반찬이다.


이건 일요일 아침의 거한 식사.

순두부와 포두부, 분모자와 넓적 당면을 넣어 남편이 끓인 전골이다.

남편과 내가 온전히 같이 식사를 할 수 있는 시간은 일요일 아침이다. 그럴 때는 남편이 요리를 한다.

그는 찌개나 전골을 칼칼하게 잘 끓인다. 집에 있는 각종 야채에다가 가락국수 사리도 투하했다.

둘이 먹기엔 좀 많은 것 같지만, 다 먹었다. 하하

우리 부부는 대식 가니까..


남편은 육식을 좋아하고 지금도 고기가 있어야 밥을 먹었다 생각하는 사람이지만, 일요일 아침의 식사는 항상 채식으로 준비해준다.

내가 채식하는 것 때문에 투닥투닥 많이도 싸웠다. 그는 나와 고기가 재료인 맛집에 못 가는 것을 힘들어했고, 지금도 밖에서는 나와 같이 먹을 것을 고르는 것을 힘들어한다.

하지만 집에서는 채식으로 가끔 요리를 해준다. 그리고 그는 자기가 먹을 것은 따로 준비해서 먹는다.

냉장고에 있는 고기를 볶거나 오븐에 굽는다. 우리의 식단은 테이블 반쪽을 기준으로  완전히 다른 반찬이 세팅된다.

우리 집 냉장고에는 고기가 그득하다. 양쪽 집안에서 내가 채식을 시작한 이후부터 고기를 더 많이 보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그의 누나는 나 때문에 고기를 못 먹을 그를 안타깝게 생각했고, 나의 어머니는 내가 친정에 갈 때마다 두툼한 오리 훈제 구이를 잔뜩 사다가 나에게 준다.


나는 엄마가 준 고기들을 모두 가져다가 그에게 준다. 그 그것을 행복한 표정으로 먹는 것을 보는 게 좋다.

처음에는 육고기의 해악 때문에 그가 건강을 해칠까 봐 걱정이었다. 하지만 그렇게 좋아하는데.

그에게는 그의 길이 있을 것이다.

내 손으로 차리지는 않지만, 누군가 주는 것은 그냥 가져온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나를 배려하여 같이 먹는 음식은 채식으로 요리해준다는 것이다. 그리고 어떤 날은 자신도 완전 채식으로 먹기도 한다.


흑토마토를 올린 포카치아다.

올리브와 오레가노 가루를 뿌려서 구웠다.

돌나물과 오렌지, 방울토마토를 올린 샐러드.

귀찮아서 소스 없이 그대로 먹었다.

사실 소스가 없는 게 더 맛있다. 더 맛있어졌다.


이건 또 다른 날의 전골.

남편 몫의 삶은 달걀도 넣었다.


시금치와 느타리버섯 토마토를 넣은 오일 파스타.

보통 주말에 먹는다.

냉장고에 있는 재료를 숭덩숭덩 넣는다.

새송이 버섯을 넣은 오일 파스타.

그릇은 항상 같다 ㅎㅎ

남편이 만든 일요일의 매운 당면 볶음

넓적 당면과 야채를 볶은 요리다. 남편이 먹으려고 어묵도 넣었다고 했다.

사진을 찍자마자 어묵은 자기가 싹 긁어갔다.

흑토마토 샐러드. 샐러드라고 해봤자 별거 없다.

상추를 뜯어 넣고 흑토마토를 숭덩숭덩 썰어 넣은 것뿐.

시금치 페스토 파스타.

시금치 페스토만 만들어 놓으면 세상 쉬운 음식이다.


남편 아침 도시락용으로 만든 호밀빵 샌드위치.

그가 좋아하는 치즈도 넣었다. 그의 누나가 잔뜩 보내온 체다치즈다.



세상에 완벽한 것은 없는 법이다.

완벽주의자란  모든 일을 완벽하게 해내는 사람이 아니라 완벽하지 못할까 봐  시도조차 하지 않는 사람이라는 얘기를 들었다.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 그저 한 걸음씩 내디딜 뿐.


2020년은 개인적으로 완벽하고 싶은 마음에 지금까지 얼마나 힘들었는가를 알게 된 해였다.

완벽하지 않다고 손을 놓으면 우리는 항상 같은 자리에 서 있게 된다.

완벽하지 않아도 된다.

조금씩만 걸어갈 수 있다면.

완벽하고 싶은 마음에 나 스스로를 얼마나 괴롭혀왔던가.


2021년은 완벽하지 않아도 행복한 삶을 살길 꿈꾼다.

그리고 가벼운 마음으로 일보씩 전진할 수 있기를 꿈꾼다.

일보 후퇴한 날에도 나 자신을 책망하지 않기를 꿈꾼다.

아주 작은 플러스 마이너스들이 합쳐져서 0.1만큼의 변화가 있기를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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