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은 조깅 을 쉴 까 했는데, 날씨가 좋고 미세먼지가 없길래 그냥 옷을 갈아입고 밖으로 나갔다. 어제보다 풀들이 훨씬 많이 자라있었다. 가다가 작은 청솔모가 나무를 타는 것을 보았다. 청솔모가 까만 눈을 반짝이며 나를 보았다. 사진을 찍을까 해서 핸드폰을 들어올렸지만, 나무 색깔과 크게 구분이 되지 않아 사진을 찍는 것이 의미가 없는 것처럼 느껴져서 그저 눈으로 그 녀석을 쫓았다. 그래서 아쉽게도 사진이 없다. 하지만 가지와 가지 사이를 신나게 타 넘는 녀석을 눈으로 쫓는 재미가 있었다. 어느새 시야에서 사라졌길래, 나도 가던 길을 갔다. 산길 끝에 다다랐는데, 그 녀석이 또 거기에 있었다. 이 산에 온지 꽤 오래 되었는데, 청솔모를 본 것은 처음이다. 그 녀석은 까만 눈으로 나를 잠시 쳐다보더니 이내 사라졌다.
오늘도 트랙을 연달아 세 바퀴를 돌았다. 아직도 어깨에 힘이 많이 들어가는 것을 느꼈다. 한참 뛰고 있는데, 한 청년이 성큼성큼 뛰어가는 것을 보았다. 움츠리지도 않고, 너무 펴지도 않은 자연스러운 자세였다. 트랙에서 뛰다보면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뛰는지 눈여겨보게 된다. 가장 좋은 것은 보기에 좋은 자세다. 하지만 등이 구부정한 할아버지들도 몸을 움츠린 채로 필사적으로 뛰는 것을 볼 때가 있다. 힘들지 않으신가 싶은데, 몇 바퀴를 연달아 돌고 있다. 어쨌든 나는 내가 어떻게 보이는지 모르기에, 어깨에 힘 빼고, 가급적이면 앞꿈치로 디디려고 신경쓰며 뛰었다. 욕심내서 더 뛰고 싶었지만 쉬엄쉬엄 가기로 했다.
한참을 골똘히 생각하던 일이 있었는데, 뛰고 집으로 돌아오니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처럼 여겨졌다. 머리 속을 덮고 있던 안개가 사악 걷힌 기분이 들었다. 청솔모와, 새싹들과, 봄의 기운이 이리 저리 방황하던 생각들을 걷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