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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예술호근미학 Aug 08. 2018

다시 조명 받는 책,  『반딧불이』

무라카미 하루키 소설이 버거울 줄이야...


나는 서점에 들르면 꼭 책을 사는 버릇이 있다. 내가 가는 미용실을 가려면 꼭 서점을 지나쳐야 한다. 그래서 미용실에 갈 때는, 눈 옆에 검은 가리개를 한 말처럼 항상 앞만 보며 걷는다. 얼마 전 머리를 다듬으러 미용실에 가는 길이었다. 웬일인지 그날은 나도 모르게 눈이 돌아갔다. 신작 코너에 무라카미 하루키의 신작 『반딧불이』가 보였다. 버릇이 발동했고, 나는 어느새 그 책을 사서 가방에 넣고 있었다. (후에 알고보니 이 책은 개정판이었다)


사실 이 책은 그의 이름만 보고 샀다. 내가 처음 읽은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은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크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리뷰)이다. 군대에 있을 적 읽었던 책인데, 이 책은 말로 표현 못하던 내 상황과 감정을 딱 들어맞게 잘 표현했다. 난 이 책을 감탄하며 매우 재미있게 읽었다. 그 이후로, 『해변의 카프카』, 『노르웨이 숲』 등 그의 대표적인 책들을 읽었다. 그의 소설은 굉장히 잘 읽히고, 전개도 빨랐다. 읽다 보니 무라카미 하루키는 많은 사람들에게 읽힐만한 자격이 있다고 생각했다.

매끄러운 문장, 표현력, 플롯도 좋았지만 나는 개인적으로 그의 책에 들어있는 메타포와 그것을 찾는 과정과 행위를 즐겼다. 『해변의 카프카』에서 드러나는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라든지, 『노르웨이 숲』에 나오는 개인의 성장 과정에서 중요한 포인트들 같은 것들이다. 어떠한 한 사건이나, 그 상황들 그리고 물건이 지니는 상징성을 추리해함으로 이야기에서 그 상황이나 직업, 물건이 지니는 역할이 드러난다. 그런 것들은 앞과 뒤의 어떠한 사건에 의해 해석되는 것들이 많았다. 아마도 장편 소설이기에 그런 것들의 의미를 찾기 쉬웠을 것이다.

하지만 이번 책은 장편 소설이 아니다. 무라카미 하루키가 틈틈이 써 내려간 단편들을 모아서 낸 단편 모음집이다. 그중에서 유아인과 스티븐 연이 주연한 영화 '버닝'의 모티브가 된 ‘헛간을 태우다’와 『노르웨이 숲』의 일부분인 ‘반딧불이’가 실렸다. '헛간을 태우다'와 '반딧불이'는 상징성이 다른 것들에 비해서는 명확하게 드러난다. 헛간이  태워지는 것, 열심히 조사하며 따라다녔지만 결국 그것을 보지 못한 것, 반딧불이가 마침내 병에서 벗어나는 것들에 대한 상징성은 어느 정도 쉽게 유추해볼 수 있다.


그렇지만 다른 무라카미 하루키의 단편소설들은 판타지적인 요소가 너무 많아 유추하기가 쉽지 않다. 앞 뒤 사건이 주어진다면 유추해 봄직도 하지만 그렇지 않은 것들이 많아서 읽기에 편한 단편소설집은 아니다. 하지만 모르기에, 이 작품 속 주인공의 상황을 왜 이렇게 설정하고, 이런 사건들을 배열했을까를 고민하는 재미는 있다.

뿐만 아니라 몇몇 소설은 현실과는 너무 먼 설정 덕분에 나의 감정이 이입되지는 않는다. 일본 문학을 전공하고, 해석하는 능력이 있는 사람들에게는 극찬을 받을지라도 나처럼 재미로 책을 읽는 사람들에게는 조금 버거운 책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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