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정환 동화:제일 짧은 동화

우리 딸이 가장 존경하는 위인, 소파 방정환

by 호곤 별다방

우리 딸이 좋아하는 소파 방정환의 동화책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1년간 아이들의 동화책을 읽어주는 영상을 제작해 유튜브에 올려보기로 마음먹었어요. 매주 새로운 동화책을 찾다가 범위가 너무 넓다는 생각이 들었지요. 작가 한 명을 골라서 읽어볼까 하는 생각을 했어요. 가장 처음 녹음해 영상으로 만들었던 소파 방정환 동화는 '요술 왕 아아'였습니다. 제가 읽어도 재미있는 동화였습니다.


아이의 반응이 궁금해 차에서 편집도 하지 않은 녹음본을 우리 딸에게 처음 들려줬습니다. 집으로 오는 길에 들려준 소파 방정환의 동화 '요술 왕 아아' 이야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지만 도착했기에 차의 시동을 껐습니다. 딸이 '아~아~ 더 들을 거야.'라며 끝까지 들려달라고 합니다. 다음 이야기가 너무 궁금하다는 것입니다. 엄마가 재미나게 잘 읽었나 싶기도 하고, 소파 방정환의 동화가 정말 흡입력이 있나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 딸이 그린 소파 방정환, 이 그림을 이용해 유튜브 썸네일을 만들었다.


이렇게 계속해서 소파 방정환의 동화책을 찾아 오디오북처럼 녹음을 시작했습니다. 다행히 261개의 동화책을 발견해서 재미나게 읽고 있습니다. 소파 방정환의 맛깔스러운 동화책은 동화구연을 잘하고 좋아했던 그의 손을 거쳐 나온 작품이라 우리 딸이 참 좋아합니다. 100년 전의 작품이고 문체도 그대로 읽었지만 우리 딸은 그 안의 재미를 찾아내었던 것입니다. 차에서 집중해 듣고 있던 딸의 모습이 다시 떠오릅니다. 소파 방정환은 '한국을 빛낸 100명의 위인들' 노래에도 나오는 분입니다. 그래서 소파 방정환은 초등학교 저학년인 우리 딸도 이름을 아는 위인이죠. 어린이날 무렵 학교에서 소파 방정환에 대해 들었는지 아이는 어린이의 인권을 위해 노력하신 분이라 소파 방정환이 더 좋다고 얘기합니다. 우리 딸이 가장 존경하는 위인이 소파 방정환이 된 것입니다.


얼마 전 미술시간, 존경하는 위인을 그리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딸은 소파 방정환이 나온 책의 그림을 따라 그렸다고 합니다. 엄마 눈에는 마냥 잘 그렸습니다. 앞으로 소파 방정환 동화의 표지 겸 영상의 썸네일로 사용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잘했어 우리 딸~


처음 소파 방정환에 대해 제가 알고 있던 부분은 다음과 같습니다. 어린이날의 창시자, 소파 방정환 끝. 여기까지였습니다. 소파 방정환의 키워드는 어린이날, 소파뿐이었는데 아이에게 읽어줄 동화책 영상을 만들기위해 아이들 동화책을 찾다 보니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소파 방정환은 굉장히 많은 동화를 만들었다는 사실입니다. 소파 방정환 전집으로 나와도 될 정도의 분량인데 왜 아이들이 보기 쉽게 나오지 않았을까요.


소파 방정환은 우리나라의 전래동화를 발굴해 기록하고, 외국의 동화를 직접 번역한 번안 동화까지 장르를 가리지 않았습니다. 대한민국 아동문학의 거장이 바로 소파 방정환이었습니다. 또 하나, 소파 방정환의 호인 소파(小波)는 '잔물결, 작은 물결'이라는 뜻이었습니다. 우리가 앉는 그 소파(sofa)가 아니었던 겁니다.(웃음) 알면 알수록 재미나는 소파 방정환에 대한 일화를 소개하자면 다음 두 가지가 떠오릅니다.


첫 번째는 소파 방정환은 동화구연을 참 잘해서 전국의 어린이들을 찾아다니며 이야기를 직접 들려주기도 했습니다. 나무 위키 자료에 따르면 매년 70회, 통산 1,000회 이상의 동화구연을 했다고 합니다. 그는 관객을 울렸다가 웃겼다가 하는 큰 재주가 있었습니다. 어떤 곳에서는 한참 이야기를 들려주다가 듣던 관객이 너무 재미있어 화장실을 가지 못해 2층에서 소변이 주르륵 흐르기도 했다고 합니다. 다른 곳에서는 본인이 동화구연 도중에 화장실을 가겠다며 이야기를 끊을 수가 없어서 이야기가 다 끝나고 화장실에 가는 도중에 그만 바지에 실수를 한 적이 있을 정도라니 말입니다.


두 번째는 소파 방정환은 어린아이를 좋아해서인지 본인 입맛도 초등학생 입맛이었나 봅니다. 역시 나무 위키에 따르면 소파 방정환은 빙수와 설탕 등 단 것을 좋아했던 것으로도 유명합니다. 정도가 과했는지 이런 사실이 비만과 요절에 영향을 주었을지도 모른다는 말이 있을 정도라고 하는데요. 그냥 한 두 그릇 먹는 수준이 아니었다고 합니다. 빙수를 주제로 한 수필이 있을 정도라고 합니다. 입안에서 사르르 녹는 빙수를 표현하는 말이 정말 대단한 글입니다. 시원한 여름에 꼭 한 번 찾아 읽어보시기를 권합니다. 한편 잡지 <별건곤> 제39호(1931년 4월 1일 자)에 다음과 같은 글이 게재된 적 있다고 해서 옮겨봅니다.


" 우리 사(社)에 있는 이의 이야기를 또 해서 미안하지만은 방정환 씨는 빙수를 어찌 좋아하는지 여름에 빙수점에서 파는 빙수 같은 것은 보통 오십 그릇은 범 본 사람의 창(窓) 구멍 감추듯 하고 설탕은 또 좋아하야 십오 전짜리 냉면에도 십 전짜리 설탕 한 봉을 넣지 않고는 잘 못 자신다. 그와 친한 분은 누구나 조심하십시오. 약간 돈 가지고 빙수나 냉면 내려다는 큰 코 다칠 터이니......"


1899년 11월 9일 태어난 소파 방정환은 1931년 7월 23일 (향년 31세) 하늘의 별이 되셨습니다. 그 당시는 설탕 등 음식이 풍족해지면서 건강에 대해 주의하지 못하고 단것을 마냥 즐기다가 건강을 챙기지 못하는 사람도 있다고 들었는데요. 그중에 한 분이 소파 방정환이었나 생각하니 정말 안타깝습니다. 31세가 아니라 62세, 93세까지 살다 가셨으면 우리나라 아동문학계에 더욱 많은 발전을 가져왔을 텐데 말입니다. 그래도 거의 10년 동안 남긴 그의 발자취는 261편에 달하는 아동문학 작품을 남겼습니다. 앞으로 저는 소파 방정환의 아동문학 발자취를 따라가 볼 예정입니다.


그 시작으로 소파 소파 방정환의 짧은 동화 하나를 소개하고 글을 마치기로 하겠습니다. 짧은 동화는 동화구연을 마치고 나서 시간이 남거나 본격적인 이야기를 시작하기 전에 들려주며 입을 풀었던 용도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짧지만 지금도 통하는 이야기입니다. 짧으니 잘 외어서 아이에게 들려줘도 좋을 듯 합니다. 요즘 부쩍 '엄마 이야기 하나만 해줘' 하는 우리 딸에게도 들려주니 좋아했습니다. 단점은 이 짧은 이야기도 잘 외워지지 않아 조금 다른 내용으로 전달이 되었다는 점입니다. 그래도 아이는 소파 방정환의 이야기라고 하니 더욱 귀기울여 들었습니다. 동화구연을 하려면 이야기를 외워야 하는데 소파 방정환의 머릿속에는 정말 많은 이야기가 들어있었나 봅니다. 소파 방정환은 천재가 아니었을까요. 방정환의 제일 짧은 동화 시작합니다.



第一 [제일] 짧은 童話 [동화]-소파 방정환


제일 짧은 동화 ── 이것은 골라내기가 퍽 어렵습니다. 내가 기억할 수 있는 이야기 중에서 두어 개만 고르면, 이런 것이 있습니다.


1. 촛불

네모 반듯한 방 속에 초를 열두 개를 세우고, 모두 불을 켜 놓아서, 방 안이 몹시 밝았습니다. 첫째 촛불을 훅 불어 껐습니다. 열한 개 남았습니다. 또 하나 껐습니다. 열 개가 남았습니다. 또 하나 또 하나 껐습니다. 여덟 개가 남았습니다. 그다음 그다음 차례차례로 껐습니다. 인제 다섯 개가 남았습니다. 또 네 개를 더 껐습니다. 단 하나 남았습니다. 마지막 하나를 마저 끄니까, 방안이 캄캄해졌습니다. 이것이 끝입니다.

그러나, 이것은 영국이던가 독일이던가 분명히 외국 것입니다. 조선 것으로 짧은 것은 이런 것이 있습니다.


2. 이상한 실

어느 시골 산 밑 동네에 바느질 잘하고, 수 잘 놓는 어여쁜 처녀가 있는데, 수를 놀 때마다 붉은 실, 노란 실 또는 파란 실, 초록실을 이로 물어서 툭툭 끊게 되는 것이 자기 생각에도 미안하였습니다. 하루는 아기 버선에 꽃수를 놓고 나서, 남은 실을 이로 물어 끊었는데, 그 실 끝이 혀 끝에 매어 달려서, 영영 떨어지지를 않습니다. 잡아당겨도 소용없고, 질겅질겅 씹어 뱉아도 영영 떨어지지 않고, 그냥 매달려 있고, 가위로 실을 잘라 버리면, 하룻밤만 자고 나서 그 이튿날 아침에 보면, 역시 전처럼 또 기다랗게 되어 있습니다.

이야기를 할 때는 혀 끝에 매달린 채 흔들거리고, 밤에 잠을 잘 때도 떨어지지 않고, 밥 먹을 때와 물 먹을 때만 손으로 떼이면 떨어지지만, 다 먹고 나면, 어느 틈에 다시 와서 혀 끝에 붙고 붙고 하였습니다.

그래서 차차 자라서 시집을 갈 때가 되었건마는, 그것 때문에 가지를 못하고 있었습니다.

처녀가 열여덟 살 되던 해 봄이었습니다. 처녀가 꽃구경도 갈 겸 약물터로 물을 먹으러 가서, 물을 떠먹으려고, 혀 끝에 달린 빨간 실을 떼어서, 물터 옆 꽃나무 가지에 걸어 놓았습니다. 그랬더니, 어디서 날아왔는지, 새파란 어여쁜 새 한 마리가 꽃나무에 와서 앉았다가, 그 새빨간 실을 물고, 후르룩 날아가 버렸습니다.

그래서, 다시는 그 실이 돌아오지 못하여, 처녀는 그 해 늦은 봄에 어여쁜 신랑에게로 시집을 갔습니다.


<≪어린이≫ 2권 12호, 1924년 12월, ≪소파 전집≫(박문 서관 간) 대조>

출처: 제일 짧은 동화, 방정환, 공유마당, 만료저작물



소파 방정환의 동화마다 요즘 관심이 가는 이중섭의 작품도 하나씩 함께 올릴 예정입니다. 이중섭은 소파 방정환처럼 '한국을 빛낸 100명의 위인들'이라는 노래에 나오는 맨 마지막 인물이기도 합니다. 이중섭의 어린이 그림이 꽤 많이 보여 소개하고 싶기도 합니다. 이중섭은 1916년 9월 16일 태어나 1956년 9월 6일 (향년 39세) 하늘의 별이 되신 대한민국의 서양화가입니다. 일제 강점기에 태어나 그 뜻을 펼치기에 고생이 많았다고 합니다. 그래도 멋진 작품이 남아 우리가 이렇게 감상할 수 있어 행운입니다. 앞으로 소파 방정환의 소설에 어울리는 이중섭의 그림을 찾아 보는 재미도 함께 느껴보시길 바랍니다.


이중섭-물고기를_안고_게를_탄_어린이.jpg 어린이, 이중섭, 공유마당, 만료저작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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