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시국제교류센터 통해1박 2일 간홈스테이 기회 가져
2018-05-18 02:39:52최종 업데이트 : 2018-05-21 16:19:34 작성자 : 시민기자 배서연
반복되는 일상에서 변화를 꾀하고자 할 때 우리는 여행을 선택한다. 그러나 여행은 정해진 일정들을 모두 뒤로하고 떠나야 하기에 가정이 있는 주부는 쉽게 결심하기 어렵다. 이럴 때 생각해낼 수 있는 대안이 홈스테이이다. 외국인을 우리 집에 하루 초대한다면 지루한 일상에 활력소가 되지 않을까.
수원시국제교류센터의 홈페이지에서 '홈스테이'라는 단어를 접했을 때, 내 머릿속에는 15년 전 워킹홀리데이 비자를 받고 떠난 뉴질랜드에서 따뜻했던 키위(뉴질랜드인) 가정이 떠올랐다. 마침 5월 12일 토요일부터 1박 2일간의 수원 유학생 홈스테이 체험이 있을 예정이라고 한다. 일정을 확인해보니 마침 신랑의 지방 출장으로 별다른 계획이 없는 주말이었다.
수원시국제교류센터의 홈페이지(http://www.swcic.or.kr/) - 시민참여 - '홈스테이 신청' 버튼을 누르니 회원가입 후 간단한 양식을 채우면 신청이 됐다. 며칠 후 수원시국제교류센터 홈스테이 담당자에게 전화가 왔고, 국적은 모르지만 내가 신청한 '영어를 쓰는 여자 외국인'이 우리 집에 배정될 것이라고 연락을 받았다.
드디어 5월 12일 토요일 오전 홈스테이 대면식에서 우리 가정에 배정된 러시아 유학생을 만날 수 있었다. 대면식은 수원시국제교류센터 소개 후 나무판에 쇠로 만든 연필 같은 기구로 태워 그림을 그리는 한국 전통회화 '인두화'체험을 하고 각자의 집으로 향하는 일정이었다. 인두화 체험은 외국인과 짧은 대화를 나누며 아이스브레이킹 하기에 좋은 도구였다.
나는 러시아어를 모르지만 러시아 유학생과는 영어로 대화가 가능했다. 아주대 대학원에서 영어로 진행되는 수업을 듣는다고 한다. 한국에 온 지 8개월째인 러시아 유학생은 딸아이를 보더니 한국어로 '이름이 뭐예요'와 '몇 살이에요'라고 질문했고, 5살 딸아이는 바로 이름과 나이를 얘기했다. 우리 집에서 러시아 유학생이 사용한 한국어는 아이의 이름, 나이를 묻는 정도였다. 한국어를 배우고 있어서인지 약간의 한국말은 이해하는 듯해서 한국말도 잘한다고 칭찬하면 손사래를 치며 아니라고만 한다.
야외활동을 좋아하는 우리 가족은 유학생을 만나면 원하는 곳으로 향할 준비가 되어 있었지만, 많은 비가 오는 관계로 일단 집으로 향하기로 했다. 생각지 못했던 러시아 유학생과의 첫 만남, 함께한 5살 딸아이는 예쁜 외국 언니가 낯설지만 궁금한 눈치였다. 우리 집을 소개하고 하루 묵을 방을 안내하니, 가방에서 무언가를 꺼내어 딸에게 전해준다. 5살 딸아이를 위해 준비한 귀여운 강아지 인형이다. 고마운 마음이 전해진다. 오후 1시가 가까워져 점심으로 국수를 삶아 미리 준비해둔 육수를 부어 간단한 '잔치국수'를 대접했다. 면을 좋아한다며 한 그릇을 금방 비웠다. 좋아하는 한국음식은 된장찌개, 비빔밥이라고 한다.
주말 계획을 얘기하다 한국음식 요리를 잘하는 지인이 주말의 홈스테이에 관심을 보였다. 요리에 큰 흥미가 없는 나는 그 가족을 요리사로 초대해서 주말을 함께 보내기로 했다. 그래서 2명의 한국인 엄마와 5세 여아, 6세 남아, 8세 여아가 러시아 유학생과 함께 우리 집에서 1박 2일을 보내게 됐다.
러시아 유학생은 지인이 준비한 부추전과 김치전을 함께 만들어보았다. 준비해온 더덕나물, 시금치, 취나물, 고추 깻잎 간장조림, 계란말이 등 매운 음식도 잘 먹고, 크게 가리는 음식이 없었다. 처음에는 많이 낯설었지만 한국에서 보낸 시간이 8개월 정도 되니 한국에 대해 어느 정도의 궁금증은 해소됐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질문이 많지는 않았다.
아이들을 재우고 막걸리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다가, 요즘 유행하는 블루투스 노래방 마이크를 가져왔다. 노래 부르는 것에 대해 괜찮겠냐고 물었더니 흔쾌히 좋다고 한다. 첫 곡으로 러시아곡이지만 우리나라에서 가수 심수봉이 불러 히트한 '백만송이 장미'를 요청했다. 내 전화기에서는 음악을, 러시아 유학생의 전화기로는 러시아 가사를 찾아 러시아어로 불러주었다. 노래가 끝나고 노래 내용인 '화가와 여배우의 슬픈 사랑이야기'와 이 노래를 부른 러시아 가수의 늦둥이 등 가정사에 대해 재미난 뒷얘기도 들을 수 있었다. 지인과 셋이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고 돌아가며 노래를 부르고 나니 어느새 밤 12시가 넘어가고 있었다.
한국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우연히 유튜브에서 접한 K- 팝 '뉴이스트'가 처음이었고, 우연히 만난 정부 관계자의 소개로 한국의 수원 아주대와 인연을 맺게 됐다고 한다. 그 뒤 아주대 장학 프로그램을 접해 러시아에서 신청하고, 서너 달을 기다려 한국으로 오게 됐다고 한다. 러시아에는 고려인이 살고, 그 고려인에게 한국에 대한 소식을 접하고 한국어를 배웠다고 한다. 그런데 정작 한국에 오니 한국어를 쓸 일이 없다며 웃었다.
다음날인 일요일 오전은 간단하게 식빵에 잼을 발라먹고는 부족해 떡국을 끓여 함께 먹고, 갤러리아백화점 근처 '국제자매도시 테마거리'를 걷기로 했다. 예전에 공원 가는 길에 지나가며 우연히 외국의 건축물을 보았던 기억이 떠올라, 러시아 '니즈니 노브고로드'시의 건축물도 있을 법해 소개해주고 싶었다. 마침 입구의 지도에서 러시아 '니즈니 노브고로드'시를 찾았다. 덕분에 아이들은 이제 러시아가 어디인지 확실히 알게 됐다.
지인 가족은 일요일 일정이 있어 작별인사를 하고, 여동생의 집에 초대받아 점심으로 쟁반국수를 먹고 케이크와 차를 마시며 러시아에 대해 또 한 번 궁금증을 쏟아냈다. 러시아의 여행지로 들어본 '바이칼 호수'를 추천하느냐고 물었더니, 너무 관광지로 개발되어 숙박비가 부르는 게 값이라며 추천하지 않았다. 러시아에서 여행지로 추천할 만한 곳으로는 '상트페테르부르크'라고 했다. 야간 침대열차를 타고 여행해보았다고 한다. 기차로 약 8시간 정도 걸렸다고 하니 역시 러시아는 넓은 대륙이다. 러시아 작가 '도스토옙스키'의 '죄와 벌'은 읽어보았지만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은 아직 읽어보지 못했다고 한다. 우리가 통일이 되면 러시아까지 기차로 여행할 수 있겠다고 웃으며 말했더니 통일의 가능성에 대해서는 아직 이르다며 부정적인 의견이었다.
6월 말부터 방학기간에 러시아에 다녀올 예정이라고 했다. 수원에서 가 보고 싶은 곳에 대해 서로 얘기만 하고 못 가본, 화장실 박물관 '해우재'를 다음 기회에 딸아이와 함께 방문하기로 약속했다. 러시아 유학생의 친구가 다녀왔는데, 독특한 콘셉트의 박물관이라며 가보고 싶다고 말했다. 미리 알았다면 좋았을 텐데 5살 딸아이의 취향은 맞겠지만, 대학원생이 좋아할 것이라고는 생각지 못해 미리 일정을 잡지 못한 것이 아쉬웠다.
우리는 여동생 신랑인 제부에게 조카와 딸을 부탁하고, 여자 셋이 최신영화 '어벤저스'를 보러 영화관으로 향했다. 멋진 영웅들이 나오는 영화를 보고 '베네딕트 컴버배치'의 코믹 연기에 대해 이야기하며 함께 웃었다. 오후 5시 30분 러시아 유학생이 요청한 장소인 아주대 정문에 배웅해주고 1박 2일의 홈스테이 일정을 마쳤다. 러시아 유학생은 1박 2일간의 사진을 보내달라고 요청하며 아쉬운 작별을 했다. 러시아 유학생은 기숙사에서 보내는 주말보다 우리와 함께한 홈스테이가 재밌었다고 전했다.
1박 2일 홈스테이를 하기 전 걱정되는 건 외국인과 함께할 4끼의 식사였는데 된장찌개, 비빔밥 등 어렵지 않은 음식을 좋아한다는 말에 안도가 됐다. 자녀가 있거나 반복되는 주말이 지루하다면 홈스테이에 도전해보는 것도 좋은 기회이다. 장기간의 홈스테이는 여행도 못 가고 집에 묶여 있게 되어 걱정이 되지만 짧은 홈스테이는 서로에게 좋은 문화체험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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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news.suwon.go.kr/?p=40&viewMode=view&reqIdx=201805180239523280
*e수원뉴스 시민기자가 되어 첫번째로 썼고 채택된 기사라서 남다른 애정이 간다. 2021년 7월 5일 현재 조회수 1,307회를 기록한 기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