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만으로도 궁금한 교토 대표 사찰의 매력
(2023년 3월 중순~4월 중순)
[히]
교토의 유서깊은 사찰, 금각사(킨카쿠지)와 은각사(지쇼지)를 한데 올린다.
절 이름에 그 비싼 금, 은이 붙어있으니 이름만으로도 궁금하고 재밌다.
하긴 유럽의 유명 성당들 중에도 내부를 금으로 도배한 성당들이 한, 둘이 아니긴 하다.ㅎㅎ
금각사(킨카쿠지)
로쿠온지, 킨카쿠지로 불리는 금각사는
아름다운 정원과 함께 특히 외관이 황금색 누각으로 유명해서
교토 방문객에게는 '금' 이라는 상징 만큼이나 제 1필수 관광지로 알려져 있다.
교토의 유명 관광지는 최대한 아침 일찍 도착해야 그나마 여유로운 듯.
숙소에서 버스로 출발, 오전 9시 10분에 금각사 입구에 도착했다.
(금각사 이용시간은 오전 9시~오후 5시)
수월하게 입장권을 끊고 내부로 들어서니 곧바로
단아한 연못 뒤로 우뚝 선 금각사가 나타난다.
금각사를 보며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진짜로 노란 황금색 누각이구나...ㅎㅎ
앞으로는 넓디넓은 아름다운 연못을 배경으로,
뒤로는 푸르른 소나무들 사이에 둘러싸인 금각사가 첫눈에도 눈에 띄고 기품있어 보이긴 하다.
연못에 어우러지는 금각사의 음영도 멋지다.
이토록 단정하면서도 화려한 금각사가 있기까지 그 역사를 간단히 알아보면,
금각사는 1397년, 무로마치 막부시대 한 장군의 별장으로 지어졌다가 나중에 사찰로 바뀌었다.
1950년, 정신질환을 앓던 승려에 의해 화재로 소실되었고
1955년, 금 20kg을 사용해서 3층, 12.5m높이로 복원되었는데
맨 윗층은 불당식, 1·2층은 주택식 구조라고 한다.
1994년에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다.
금각사를 사진촬영하기 가장 좋은 이곳에서부터 시작하여
오른쪽으로 빙 둘러 걸어가며 금각사 뒷모습을 구경해본다.
이어지는 정원 산책로를 통해 출구로 나가게 돼있어서
금각사 사진은 여기서 다 찍고 가야 한다.ㅎㅎ
(금각사에서는 금각사 외에는 달리 구경할 게 없어요.^^)
앞으로 보나, 뒤로 보나 유명한 다른 절에 비해 규모도 작고 외관이 단순한 데도 불구하고,
그럼에도 왠지 찬란한 이 느낌은?
역시 그 비싸다는 금 생각이 머리속에서 반짝반짝 떠나질 않아서 일 것이다.ㅎㅎ
정원 산책로를 따라 걸으며
금박 한조각 없이도 순수하게 빛나는 깊은 산속 옹달샘도 바라보고, 추억의 동전던지기도 해보며
잠시지만 마음 속을 사로잡고 있던 '금' 생각에서 벗어난다.ㅎㅎ
은각사(지쇼지)
은각사(긴카쿠지)는 보통 '지쇼지'라고 부르는데
은각사도 금각사의 금각처럼 화려한 은으로 도금된 절일까?
먼저 은각사 누각 모습을 보겠다.
금으로 도금된 금각사와 달리 은이 아닌,
목재로 만들어진 모습이 친근하고 수수함마저 준다.
그렇다면 은각사라 불리는 이유가 따로 있을 법 하다.
역사를 거슬러올라가 보면 은각사는 금각사와 관련이 있다.
은각사를 건립한 무로마치 막부의 쇼군인 아시카가 요시마사(1436~1490)는
금각사를 만든 이의 손자라고 한다.
조부가 지은 금각사를 모방하여 은으로 은각사를 지으려고 했으나
내란(오딘의 난)으로 은각사 건설이 중단됐고 결국 은으로 덮으려는 계획은 실현되지 못했지만,
거기서 은각사라는 이름이 유래됐다는 설이다.
그럼에도 은각사가 금각사와 마찬가지로 세계 문화유산이자, 교토 3대 관광지 중 하나인 이유는
은각사 누각 앞에 펼쳐지는 독특한 모래정원과,
자연적이고 고풍스러운 정원에서 느껴지는 편안함이라고 한다.
또 하나,
은각사(지쇼지)는 '철학의 길'에서 난젠지 (남선사)로 이어지는
교토 동부 지역의 여행 코스 맨 꼭대기에 위치해 있다.
그 시작을 은각사에서부터 하는 사람들이 많아서
이래저래 늘 사람들로 붐빌 수밖에 없는 교토의 명소란다.
우리는 도보로 남선사에서부터 철학의 길을 지나 은각사로 올라갔지만
은각사까지 버스로 바로 가기도 한다.(정류장에서 약 5분 걸어야 함)
중문으로 들어서자마자 눈앞에 나타난 풍경이 예사롭지 않다.
은각사의 명품 모래정원이다.
교토의 몇몇 유명한 정원들에서 크고작은 모래정원을 보았지만
볼 때마다 참 놀랍고 신기하긴 하다.
가늘고 고운 모래들을 뭉쳐 왜 이렇게 정성스레 만들어놓는 걸까? ㅎㅎ
길지 않은(약 15분) 숲속 산책로를 따라 걸으며
소나무와 연못이 조화롭기 그지없는 은각사 정원을 감상해본다.
관음전 뒷편으로 작은 연못가에 은각사와 느낌이 닮은, 간소하면서도 단정한 건물이 보인다.
은각사 다실이란다.
이 쇼인은 일본에 현존하는 쇼인중에 가장 오래된 것으로 일본의 국보중 하나라고 한다.
당시 다도 문화를 체험할 수 있도록 내부 관람도 가능하다는데
우리가 갔을 때는 들어가보지는 못했다.
숲길을 걷다보니 또 이런 길도 나온다.
숲속이 몽땅 이끼로 뒤덮힌 이끼정원이다.
마치 들어가면 안되는 은밀한 비밀의 화원에라도 발을 들인듯,
신비로움을 주는 낯선 풍경.
그러다 갑자기 나타나는 정반대의 밝고 따사로운 기운 속에
그다지 힘들지 않는 몇개의 돌계단 언덕을 오르자
마치 보답이라도 하듯 은각사 전경이 시원스레 눈앞에 펼쳐진다.
교토 여행자들중에
금각사보다 은각사에 매력을 느낀다는 사람들을 보았는데
그 마음을 좀 알 것 같다.
금빛 찬란한 금각사에 비해 은각사는 은빛누각의 현란함은 없었지만
오히려 천년을 바라봐도 질리지 않을, 무덤덤한 흙빛 색채여서 더 좋았다.
크고 화려한 금각사에 비해 은각사는 모든 것이 작고 소박했지만,
단순함 속에서도 조용한 힘을 지닌 은각사에서
오히려 마음이 더 즐겁고 편안했다.
(2023/3월 중순~4월 중순, 교토 한달살기 중에 가족 카페에 '실시간'으로 쓴 글입니다. 가족 카페다보니 격의없이 씌어지거나 미처 생각이 걸러지지 못한 부분들도 있지만, 그 나름의 솔직한 정서와 감정에 의미를 두고 공유합니다. 때때로 글 중간에 2025년 현재 상황과 심정을 삽입하기도 하고, 글 맨아래 2025년의 현재 생각을 덧붙이기도 합니다).
[호]
우리나라의 절은 대웅전을 중심으로 여러 채의 건물들이
둘러싸고 있는 형상이 주를 이루고 있다면,
금각사와 은각사는 2~3층 누각이 작은 연못이나 인공 정원을 끼고
홀로 세워져 있는 느낌이랄까요?
이어령 작가가 <축소지향의 일본인>에서 밝히고 있듯이
일본사람들은 무엇이든 작게 만드는 재주가 있는 듯합니다.
우리나라의 옛정원은 주변의 경치를 빌려오는 차경정원(借景庭園)을 주로 만들었지만,
일본의 정원은 자연을 축소하여 인공적으로 재현해놓고 있음을
금각사와 은각사 정원에서도 느낄 수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