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일과 나쁜 일이란 나누어 있지 않다
우리는 좋은 일과 나쁜 일을 단 번에 판단한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나면 알게 된다.
무조건적으로 나쁜 일과 무조건적으로 좋은 일이라는 것은 없다.
복권에 당첨되면 무조건 행복할 것 같은가?
일전에 쓴 글에서 복권 당첨된 사람들의 최후가 왜 불행한지 쓴 적이 있었다.
결국 눈으로 보기에 좋아보이는 일을 무턱대고 부러워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공지영 작가는 ‘수도원 기행’에서 말한다.
독재시대 때 감옥에 갇힌 적이 있었다. 그 안에 갇혀 다시는 못나간다고 생각하자 미치거나 죽기 전에 꼭 해보고 싶은 일이 있었다. 그건 글을 쓰는 일이었다. 그때 처음으로 나는 알았다. 내가 글을 쓰고 싶어 한다는 것을, 그것도 열렬하게 원한다는 것을..
집으로 돌아왔을 때 나는 아파트 문을 굳게 잠그고 글을 써댔다.
만약에 갇히지 않았더라면, 아무도 없는 유치장에서 읽을 거리 하나 없이 오두 마니 앉아, 열흘 만에 무려 7kg의 살이 빠지도록 스스로와 마주했던 그 시간이 없었더라면 나는 소설가가 될 수 있었을까.
그러니 그 때 그 철창은 내게 형벌이었을까, 축복이었을까
불의의 교통사고로 온 몸에 전신 3도 화상을 입고 40번이 넘는 수술을 견뎌낸 이지선씨.
다시 사고 전으로 돌아갈 수 있다고 해도 돌아가지 않을거라고 말한다.
‘세상 사람 누구에게나 고난은 있습니다. 제가 당한 일이 흔히 일어나는 일은 아니지만 그러나 그 누구에게나 일어 날 수 있는 일입니다. 그 고난을 어떻게 이기느냐가 중요한 것이겠지요. 때로는 고난 자체가 가장 큰 축복이 될 수도 있습니다. 저는 이미 그 삶의 비밀을 알게 되었습니다.’
나에게도 난임은 무조건 ‘나쁜 일’이라고만 생각했다. 훗날 임신이 된다면 이 시간은 기억에서 싹 도려내고 싶을 정도로 괴로운 시간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 시간이, 쉽게 이루어지지 않는 이 시간이, 나에게 너무나도 많은 것들을 가르쳐 줬다. 돈 주고도 못 배울 인생 수업이 되었다.
내가 내 삶을 대하는 태도가 더 긍정적으로 바뀌었고 세상을 대할 때 더 겸손함을 가지게 되었다. 타인의 삶도 눈에 들어왔고, 내 인생 전체를 조망할 수 있는 여유. 그리고 만나게 된 수백 권의 책들, 글을 쓸 수 있는 용기까지 주어졌으니 공지영 작가의 표현을 빌어서
이 시간은 나에게 절망이였을까 행복이였을까
우리가 나쁜 일이라고 꼬리표를 단 일이 사실은 훗날 좋은 일일 수도 있다. 그러니 함부로 평가하지 말자.
모든 일에 대해, 모든 사람들에 대해서도.
나에게 전혀 도움이 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한 사람이 나를 위기에서 구해줄 수도 있고 시간 낭비라고 생각했던 것들이 큰 자산이 될 수도 있다.
인생은 모른다. 그러니 절대 누구도 무시하지 말고 자기 자신도 무시하지 말자.
오디션 프로그램 'k팝 스타'에서 위기가 닥친 참가자에게 양현석 심사위원이 말한다.
‘고난과 역경이 없으면 행복도 성공도 없어요. 그냥 겪어야 할 과정이예요. 그러니 너무 슬퍼하지 말아요.’
어쩌면 좋은 일과 나쁜 일은 마치 동전의 양면과 같아서 그 경계선이 없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쁜 일을 겪고 있다면 곧 동전을 뒤집듯 그로 인해 좋은 일이 생길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니 어떠한 일에도 무작정 좌절하지는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