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꼬꼬Ma Aug 14. 2016

[觀察] 그녀의 연애_1

꼬꼬마의 글공간



                                                                  

오늘도 그녀는 모텔에서 그를 기다린다.
당당한 것인지 창피하지 않은 것인지
수화기 너머로 솔직히 얘기하는 그녀는 특이하다.


이미 마지막으로 치닫고 결론이 나버린 관계를 다리 사이의 유혹으로 어떻게든 이어보려 하는 듯이
그녀는 당돌하지만 그 뒤에 초조함이 느껴진다.


나에게 어떤 얘기가 듣고 싶은 것일까.
아닌걸 알면서도 외롭고
아닌걸 알면서도 힘들고
알지만 안되는 그녀의 행동에 큰 동질감이 느껴진다.


"진짜 이제 적당히 해라"


나의 단호한 말에 그녀도 무언가를 느꼈는지 잠시 긴 침묵이 이어진다.
그녀에게는 이 순간이 얼마나 크고 긴 침묵일까.


"아는데... 나도 알고 있는데..."


일부러 강한척한다는 것을 내가 모른다고 생각하지는 않을 것이다.
쿨하고 아쉬울거 없다는 그런 태도로 아무리 겉을 잘 꾸며도 한없이 마음이 약한 여자라는 것을 알고 있다.


"너 어차피 내가 무슨 말을 해도 네 맘대로 할거지?"
"아마 그렇겠지..."


그녀의 행동은 정답이 아니지만 정답 일수 있다.
누군가와의 이별은 사람을 미치게 할 정도로 힘들게 만든다는 것을 경험해봤고

아마 그녀도 미친 척을 좀 해야 후련할 것이다.


"그래서 그 남자는 온대?"
"응..."


그녀에게 잔인하다 싶을 정도로 단호하게 헤어지자 말했던 그도 결국 섹스는 또 하고 싶었나 보다.
그런 그녀는 급하게 통화를 마무리한다.


"왔나봐, 이따 전화할게~"


앞으로 그들은 무엇을 할까.
그는 침대에 앉아 있는 그녀의 앞에 우뚝 서고
딱히 관계를 다시 정립하지 않을 것이다.
이미 그들의 관계는 아무 사이도 아니다.
그는 그녀의 아쉬워하는 태도와 상반된 당당한 태도로 그녀의 옷을 벗기고

별다른 대화 없이 금세 몸을 섞을 것이다.
애정을 보내지 않는 남자에게 신음을 뱉고 다른 여자들보다 만족시켜준다면 다시 돌아온다고 생각했을까.
괜히 남들 섹스까지 참견하는 고민은 인생 낭비다.
내 할 일을 하기로 한다.



밤거리를 나와 친구와의 약속 장소로 향한다.
오늘따라 길거리의 연인들이 많아 보인다.
걸어가며 눈에 스쳐가는 연인들이 섹스를 해보았을지 궁금해진다.
지금쯤 그녀는 그와 격한 섹스를 하고 있을까.
아니면 빠른 사정으로 실망스러운 섹스가 되었을까.
작은 오지랖이 점점 큰 참견으로 변해간다.


친구와 만나 눈에 보이는 술집으로 들어간다.
옆자리에 누가 있는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외로움을 타는건 아닌데
오늘 그녀의 자극에 괜히 외로워진다.
그러던 중 그녀에게서 전화가 온다.


"여보세요"
"혹시 지금 어디야?"
"친구랑 술 마셔"
"나 거기 가도 돼?"
"맘대로 해라"


딱히 통화로 무엇을 했는지 물어보지 않는다.
아마 생각을 정리하고 전과 마찬가지로 모두 솔직하게 털어놓겠지,
모텔에서 밤을 전부 보내지 않고 나오는 것을 보니 잘 되지는 않을 거란 생각이 들면서도

안쓰럽거나 불쌍하지는 않다.


곧 그녀가 도착하고 처음 보는 친구를 소개한다.
타인이 있으니 서로 말이라도 맞춘 것처럼 모든 상황은 비밀이 되고 그녀는 애인이 없는 사람이 된다.
애인이 없다는 말은 분명 진실이지만 그 속에서 이질감이 느껴진다.
친구는 그런 그녀가 마음에 들었는지 대화의 분위기가 밝아진다.
화장실을 가기 위해 자리에서 나오자 친구가 따라나온다.
지퍼를 내려 성기를 내밀고 오줌을 싸는데 옆 소변기에서 친구가 나의 얼굴에 면상을 들이댄다.


"나 쟤 맘에 든다"
"그래?"
"내가 꼬셔도 돼?"
"그러든지~"
"네가 관심 있고 그런거 아니지?"
"걱정 말고 천번 만번 꼬셔, 대신 면상은 좀 치워줘"


딱히 그녀에게 관심은 없으니 질투는 나지 않지만,

다만 친구와 사귀더라도 잘 되지 않을 거란 것은 분명하다.

자리로 돌아와 앉자 그녀는 눈길을 보내며 휴대폰을 흔든다.
확인해보니 문자가 와있다.


[친구 괜찮은데 애인 없나?]
[아까 들은 대로 없다]
[친구 사람 괜찮어?]
[지금 보는 그대로다]


둘이 휴대폰을 바라보니 친구가 의문을 품는다.


"둘 다 나 빼고 휴대폰으로 뭐 해?"
"응 문자 해, 이 여자가 너 좋데"


순간 분위기가 썰렁해지고 묘한 기운이 감돈다.
둘이 잘 되든 그게 아니든 딱히 상관은 없다.


"둘이 잘되면 나도 하나 엮어줘, 천사로"


내 덕에 둘이 알게 되었으니 작은 보험을 하나 거뜬하게 들어둔다.

모두 술이 알딸딸하게 취해 술집을 나온다.
둘은 짜기라도 한 듯이 붙을 듯 말 듯 가까이 서 있는다.
그런 둘이 알아서 하게 혼자 먼저 가기로 한다.


"나 피곤해서 먼저 갈라니까 알아서들 더 먹든지 해산하든지 하쇼"


둘을 등지고 집을 향해 걷다 뒤를 돌아 그들을 바라본다.
그들은 손을 잡고 나와 반대 방향으로 걷고 그 뒷모습이 점점 작아진다.






매거진의 이전글  [過去] 과거의 단편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