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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꼬꼬Ma Sep 09. 2016

[觀察] 그녀의 연애_2

꼬꼬마의 글공간



                                                                                          

그녀는 아마 내 친구와 연인 관계가 되어 있을 것이다.
오랜 시간 그녀를 알고 지낸 탓인지,
나의 타고난 성격이 사람의 성향을 잘 아는 탓인지는 몰라도
한동안 그녀의 연락이 뜸한 것을 짐작해 보면 확률상 매우 확정적일 것이다.


어쩌다 이렇게 오랜 시간 그녀와 알고 지낼 수 있었을까?
그녀와 아는 사이가 유지되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
엄마와 싸우는 사춘기 소녀처럼 우리는 서로 티격태격했고 말을 듣지 않는 그녀의 성향은 솔직히 귀찮았다.
근데 그녀의 존재는 항상 멀어진 듯하면서도 내가 쳐놓은 경계선을 침범할 듯 아닐 듯 주변을 맴돈다.


그녀에게는 나의 존재가 필요했을지도 모르겠다.
언제나 사랑에 목말라 있지만 사랑에 서툰 자신의 얘기를 들어주고
그녀에게 직설적으로 충고하는 나의 존재가 어쩌면 본인의 행동을 조금씩이라도 변화시켜 주리라 기대하며 나에게 거리를 유지하고 오랜 시간 곁을 머무른 것일지 모른다.


그녀는 매우 이기적이다.
자신의 감정이 많이 힘든 시기에만 나를 자주 찾는다.
그 이야기의 중심이 되는 것은 사랑이다.
단순히 섹스가 좋은 것인지,
황금빛 사랑을 찾는 것인지,
얘기하고 싶은 대상이 필요한 건지
막상 이야기를 시작하면 그 속을 전혀 알 수가 없다.
나는 그녀에게 딱히 연락이 오든 말든 상관은 없다.
그녀가 어떤 사랑을 하든 어떤 사람과 무슨 섹스를 하든 별로 신경 쓰이지 않는다.
다만, 그녀의 헤퍼 보이는 연애가 나의 인생에 침범하지 않았으면 하기에 항상 일정한 선을 그어놓고 절대 침범하지 못하도록 한다.


내가 이렇게 확신이 들 정도로 그녀에 대해 짐작할 수 있는건 그녀의 방식은 매번 반복되기 때문일 것이다.


그녀에게 전화가 온다.


"여보세요"
"있잖아..."
"응, 내 친구랑 사귄다고"
"어떻게 알았어? 벌써 말했어?"
"아니, 척하면 척이다"
"그렇게 됐어..."


오히려 친구와 잘 된다면 그녀의 꼴값을 떠는 연애 이야기가 막을 내리지는 않을지 기대도 된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그녀의 집착에 친구가 상처를 받을까 걱정이 된다.


"너 근데 그날 오기 전에 모텔 가서 그 남자랑은 어떻게 된 거냐?"
"그냥 이런저런 얘기하다가 서로 각자 갔지..."
"뭐 더 다른 내용은 없어?"
"무슨 내용?"
"아무것도 안 하고 그냥 얘기만?"


그녀에게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다.
과거에 대한 집착, 전 남자에 대한 미련, 내가 걱정하는 것은 그녀의 그런 헛된 집착들이다.


"그래서 완전히 정리하고 내 친구랑 잘 해본다는 거지?"
"응... 그래야지"
"그럼 그 남자랑 연락 안 하지?"
"응?... 응..."
"뭔가 말하는게 수상한데?, 괜한 거짓말하려고 하지 마라"
"아니 문자는 하고 있는데 완전히 정리하고 있어"


내가 눈치를 못 챌 거라 생각하는지 어떻게서든 진실을 조금은 숨겨보려고 한다.
그녀는 매우 이기적이다.
과거를 정리하지 않고 미래를 만들어가려는 욕심,
자신이 갖지 못하는 것에 대한 주체되지 않는 욕망.
여전히 그 남자와 문자를 하고 있는 그녀는 마음을 전혀 정리하지 못하고 있다.
거짓말로 자신의 추태를 감추고 행동을 정당화해보려는 그녀는 과거나 지금이나 이기적이다.
아마 그 남자가 지금이라도 만나자 한다면 당장 달려갈 것 같은 그녀는 여전히 위태로워 보인다.


문득 궁금해진다.


"너 그날 그 남자랑 잤냐?"
"아냐~!! 절대 안잤어..."
"내가 전에도 얘기했지만 쉽게 자고 그러지 마라"
"알았어"
"그날 내 친구랑 한 것도 아니지?"
"응..."


그녀는 거짓말을 하는 어린아이처럼 자신의 거짓을 대화 속에서 감추지 못한다.
과거의 단편이 그대로 나의 기억 속에서 떠올라 친구 모습 위에
그녀의 연인이었던 또 다른 친구의 모습이 씌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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