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꼬마의 글공간
한적한 술집의 구석자리에서 그녀는 그의 옆에 바짝 붙어 앉아 어깨에 고개를 기대고 있다.
그의 무릎에 얹어져 있던 그녀의 손은 천천히 바지의 천을 스치고 올라와 커다란 벽 앞에서 멈춰 선다.
그녀는 장난꾸러기 같은 표정으로 벽을 살며시 건들고 그는 부끄러움에 손으로 가로막는듯하면서도
누가 볼까 주위를 둘러보며 갈등한다.
"아~ 하지마 누가 보면 어쩌려고 그래~"
"괜찮아, 볼 사람 없어"
그녀는 손님이 별로 없는 술집에서 직원이 오지 않으면 그다지 누군가 볼 수 없을 거라 생각하는지
당돌하게 이제는 남은 손을 뻗어 두 손으로 바지 지퍼를 천천히 내린다.
"진짜 왜 그래... 이러다 진짜 누가 본다니까? 이제 까질한 놈 올 시간 됐어..."
"그놈 아까 오거리 쪽이라고 했으니까 아직 멀었어~"
결국 그녀는 지퍼 속으로 손을 넣어 팬티 위 그의 성기에 손을 대고 위아래로 천천히 움직인다.
그리고 팬티를 아래로 살짝 잡아당겨 속으로 손이 들어가려는 찰나,
"너네 미쳤냐? 돌았냐? 정신이 집 나갔냐? 이런 샹 둘다 쳐죽여버린다!"
그녀는 허겁지겁 손을 빼 그의 옆에서 떨어지고 친구는 천천히 지퍼를 올린다.
그리고 친구는 당당하게 얘기한다.
"그러니까 내가 하지 말랬잖아... 언제 왔냐? 하하...."
그리고 둘은 서로의 어깨를 살짝살짝 손으로 치며 장난스럽게 티격태격한다.
아주 심하게 심기가 거슬린다.
"아주 그냥 둘이 모텔을 가지 왜 저를 불러서 이딴 더러운 풍경을 보게 하십니까?"
친구 놈은 태연하게 메뉴판을 보며 뭐 시킬까를 연신 반복한다.
그녀는 나의 눈치를 보며 얘기한다.
"근데 너는 설마 왔으면서도 뒤에서 아무도 모르게 지켜보고 있었냐?"
"왔는데 이런 더러운 짓들을 하는 꼬락서니를 보니 말문이 막히더라"
"히히 나 화장실 좀 다녀올게~"
그녀가 화장실을 가고 친구에게 얘기한다.
"너네 둘이 너무 뜨거운거 같은데"
"그래? 헤헤~"
"뭐 어찌 되든 걱정은 안 할 거지만 너무 안달 나있지 마"
"그래 보여?"
"심히 그래 보여 옆에 있다가 화상 입을 정도야"
쉽게 자신의 손에 쥐어지는 장난감은 쉽게 질리는 법이다.
지금까지 그녀의 연애 패턴으로 보았을 때는 금방 또 둘의 사이가 왠지 오래가지 못할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그녀가 화장실에서 돌아오고 둘에게 확실한 상황을 묻는다.
"그래서 오늘 까칠한 놈을 부른 이유는 까칠한 놈이 예상하는 그거냐?"
그녀와 친구는 옆에 꼭 붙어앉아 있고
테이블 아래는 보이지 않지만 손을 잡고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그런 둘의 사이에 대해 더 이상 묻지 않는다.
그들도 딱히 나에게 서로 무슨 사이라고 말은 하지 않고 우리는 계속 소주를 들이킨다.
항상 하는 타인 얘기, 사는 얘기, 직장 얘기, 지겹다.
취기가 올라오다 보니 문득 그런 생각이 든다.
나도 누군가를 잘 만나고 있는 것도 아닌데 내가 그녀와 친구에게 충고할 자격이 있을까.
항상 남의 사이에 딱히 관여할 생각은 없지만,
항상 남의 사이에 끼지 않으려 하지만 이상하게 사람과 사람 사이에 끼어있는 자신을 보게 된다.
자격지심인지 자신에 대한 불만인지 더 이상 이곳에 있기 싫어진다.
"이제 가야겠다 둘이 재밌게 놀아 오늘 피곤하네..."
자리에서 일어나려는데 그녀는 나의 말에 호응한다.
"그럼 나도 가야겠다 오늘은 여기까지 하고 집에 가자"
친구는 그녀의 팔꿈치를 잡더니 눈을 동그랗게 뜨고 그녀를 쳐다본다.
저게 무슨 의미인지 보는 순간 직감하게 된다.
하지만 그녀는 그의 손을 뿌리치고 계산을 하려는 듯 입구로 향한다.
밖으로 나오고 그녀와 친구에게 간다는 손짓을 흔든 후 뒤돌아 도로변에서 택시를 잡아탄다.
택시가 그들을 지나치고 친구는 그녀의 등에 달라붙어 가는 길을 주도하듯 보인다.
창밖에 보이는 풍경이 점점 빨라지며 지나치는 골목과 골목에는 수없이 많은 모텔들의 불이 반짝거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