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첫 파업 이야기, 그것도 캐나다에서 3
파업이 시작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노조에서도 일반적인 파업과는 달리 우리의 파업은 상당히 쉽지 않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거리적인 문제, 시간적인 문제, 그리고 경제적인 문제 등으로 많은 검사원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것이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물론 노조에서도 파업 전부터 이런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검사원들의 지역을 나누고 지역별로 대표를 세우는 등의 대책을 세우긴 하였다.
(*) 여기서 '노조'는 OPSEU(Ontario Public Service Employees Union, 온타리오 공공 노조)를 말함. 현재 OPSEU('옵수'라고 발음)의 멤버는 18만 명 정도이며 온타리오의 컬리지, 병원, 구치소 등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을 대표한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예상했던 것보다 파업 활동에 참여하고 싶어도 참여할 수 없는 사람들이 많았다. 이러한 상황은 또다시 예상하지 못했던 문제를 야기시키고 말았다. 그것은 바로 파업 수당에 관한 문제였다. 노조에서 일주일에 300~500불 정도를 지급하는 파업 수당을 받기 위해서는 주 20시간 이상 파업 활동에 참여해야 하는데 시간을 채우기 어려운 사람들이 많으니 이런저런 말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그래서 노조에서 생각해 낸 것이 트위터를 이용한 '온라인 시위'였다. 현장에 나가기 어려울 경우 트위터로 시위를 하라는 것이었는데 처음에는 이것은 무슨 소리인가 싶었다. 그래도 배신자로 의심을 받기까지 한 상황이었으니 무엇이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침 노조에서 줌 미팅으로 트위터와 온라인 시위 방법에 대해서 교육을 한다니 거기부터 참여해 보기로 하였다.
노조원 170명 중 20~30명 정도는 교육에 들어올 줄 알았는데 막상 줌 미팅에 들어가 보니 겨우 9명만 들어와 있었다. 이렇게 조금 들어오는 것이었으면 그냥 안 들어올 걸이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래도 주최자를 생각하면 머리수라도 채워서 다행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검사원들의 평균 연령이 워낙 높기 때문에(개인적인 추측으로 약 50세 정도) 컴퓨터 관련 교육을 하면 정말 밑바닥부터 시작을 해야 한다. 그래서 이번에도 트위터 계정을 만드는 것부터 교육을 시작했는데 역시 그냥 들어오지 말 걸 하는 생각이 다시 들었다. 그래도 뭐 아주 시간 낭비를 한 것은 아니었다. 컴퓨터는 그럭저럭 한다고 해도 블로그와 유튜브 말고 다른 SNS들은 사용해 본 적이 없기 때문에 이 기회를 통해 트위터가 어떻게 돌아가는 것인지 알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놈의 '해쉬태그'가 과연 무슨 소용이 있는가 항상 궁금했는데 트위터에서는 이것을 잘 이용하면 팔로워 수가 많이 없어도 글을 노출하는데 도움이 된다는 것도 알 수 있었다. 또 트위터는 글자 제한이 있기 때문에 링크를 걸 때 bit.ly 같은 것으로 주소를 줄여서 올리라는 팁도 들었다(오호 그렇구나!). 끝으로 우리가 사용하는 해쉬태그는 #StrikeforSafety이니 글을 쓸 때 항상 이것을 써넣으라고 했다.
그날 저녁 난생처음으로 트위터 계정을 만들었다. 앞으로 회사를 열심히 비난해야 하니 실명으로 쓰기는 그랬다. 그래서 새로운 메일 주소를 만든 후 @safety_strike라는 계정으로 트위터를 시작하였다. 그리고 대망의 첫 트윗을 남겼다.
I used to inspect boilers and pressure vessels. However, I am twitting now for #strikeforsafety
트위터를 사용하기 전까지는 그저 한물 간 서비스로 생각했다. 그저 경찰, 언론사, 회사 홍보실같이 일반 사람들에게 뭔가 알릴 것이 있는 기관 혹은 트럼프나 일론 머스크 같이 유명한 사람들이나 사용하는 것으로 생각했다. 주변에서 트위터를 한다는 사람은 본 적도 없거니와 웬만한 사람이 아니고는 팔로워를 모으기도 힘들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파업 활동 시간을 채우기 위해 하루에 한 두 개 꼴로 의무적으로 글을 올리다 보니 이것이 묘한 중독성이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팔로워가 별로 없는 상태에서도 해쉬태그를 타고 검색이 되었는지 꽤나 많은 사람들이 답글을 달고 리트윗도 하는 것이었다. 물론 일반 사람들이 내 트윗에 관심을 보이는 것은 아니고 노조에 관련된 사람이나 기관에서 관심을 가져주는 것이긴 했다. 그래도 그동안 해 오던 블로그, 유튜브와는 달리 적어도 뭔가 반응이 있으니 신기했다.
이러한 관심에 힘 입어 하루에 한 개씩 시위 현장 사진이나 회사의 잘못에 대해서 트윗을 하기 시작했다. 그렇다고 근거가 없는 비방을 할 수 없으니 나름대로는 별 자료들을 다 찾아보았다. 회사의 연례 보고서(Annual Report), 과거 보도 자료, 이사회장의 경력, CEO의 경력 등등 뭔가 문제가 될 것이 없는지 하루에 한두 시간씩 검색을 하고 자료를 읽어 보았다. 그래서 지금 회사 경영진이 들어오고 나서 회사를 떠난 사람들의 리스트(3년 사이 약 20~30%가 회사를 떠남), 회사에서 언론에 이야기한 것 중 명백히 잘못된 내용들, 경영진의 과거 경력 중 문제가 있었던 내용 등을 트위터에 올렸다.
이렇게 열심히 트위터를 하니 점점 팔로워도 늘어나고 내 트윗을 보는 사람들도 늘어나기 시작했다. 여기에 또다시 힘을 입어 더 열심히 회사의 나쁜 점들을 찾게 되니, 이 얼마나 즐거운 선순환이 아닌가!!!
아!! 이 맛에 트럼프가 밤새도록 트위터를 날렸나 보구나!!
관종이 분명한 일론 머스크는 또 어떻고!!
그런데 한 달 정도 트위터를 하다 보니 내가 왜 이러고 있나 싶었다. 물론 파업 수당을 받기 위해서 시작한 일이긴 하지만 매일같이 부정적인 것들만 들춰내고 있으려니 나도 몰래 엄청 부정적인 사람으로 변해버리고 말았다. 먹고살려면 그 파업 수당이 필요했지만 어느 순간 차라리 그냥 안 받는 것이 내 정신 건강에 좋지 않을까 하는 결론에 도달하고 말았다.
사실 이 글도 처음에는 의욕적으로 쓰기 시작했지만 어느 순간 동력을 잃어서 마무리가 안되고 있었다. 그래도 아직 파업에 관해서 쓸 이야기가 많이 남아있으니 어서 다음 주제로 넘어가고자 몇 주 만에 다시 들어와서 글을 마무리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