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은조 Nov 27. 2023

매년 11월엔 다이어리를 산다.

feat.  문구 덕후

12월이 다가올 때쯤이면 어김없이 '다이어리'가 떠오른다. 아무도 내게 계획을 세워서 살아라 하지 않지만 파워 J형 인간(=나)은 계획을 세우지 않고선 머릿속이 잘 정리되지 않는 기분이 든다. 그래서 지키진 않아도 미리 계획을 세워 두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편안하다. 


오늘도 나만큼 다이어리에 진심인 사람들의 블로그를 뒤져본다. 이건 만년필을 쓰기 좋은 종이고, 저건 표지가 가죽이고, 또 이건 작고 가벼워서 휴대성이 좋단다. 솔직히 속지나 구성은 다 비슷비슷한데 1~2만 원짜리 하나 사면서 뭐 이리 많이 따지게 되는지. 1년 내내 쓸 생각에 이걸 어떻게 써야 가장 알차게 쓸 수 있을지 사용 테마와 계획을 세운다...(아이고 두야..)


교보문고 같은 대형 서점에도 연말이면 다이어리가 쏟아져 나오지만, 왠지 너무 단순한 건 싫고 그렇다고 아기자기한 걸 사자니 별로 내 취향은 아닐게 뻔하다. 적당히 단순하면서 감성도 있는 그런 건 없을까? 대충 이런 핑계를 대며 성수동이나 연남동의 소품샵으로 눈을 돌려본다. 겸사겸사 같이 쓸 펜도 사는 거지 뭐. 


어릴 적부터 문구점에 가는 걸 무척 좋아했다. 뭐든 잘 사주시는 할아버지 덕에 놀러 가기만 하면 할아버지와 문구점으로 출석도장을 찍었다. 어린 마음에 샤프, 지우개, 공기놀이 등등 싼 가격에 무언갈 샀다는 욕구를 채우기 딱 좋지 않는가! 요즘 현대인들이 말하는 '가심비'라고나 할까. 잘 고장 나고 품질도 좋지 않았지만 내게 새 물건이 생겼다는 기분을 느끼게 해 주는 건 최고였다. 


지금도 그런 마음이 남아있나 보다. 물론 직장인이 되고 가심비 품목 가격대가 만원 단위로 올라가긴 했지만 여전히 문구류는 보기만 해도 기분이 좋다. 그래도 취향은 어릴 때와 많이 바뀌었다. 깔끔하고 유행 타지 않는 게 1순위. 그리고 어디서든 자신 있게 꺼낼 수 있을 정도의 적당한 브랜드가 있으면 더 좋고. 매일 컴퓨터 앞에 있는 직종이다 보니, 가장 많이 쓰는 건 펜과 다이어리다. 펜은 많이 사두어도 금방 쓸 수 있고 다이어리는 업무에 없어선 안되니 점점 가격대를 올리는 것에 죄책감이 없다. 


그래서, 내년 다이어리는 뭘 사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