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숨이 깃든 한 그릇
사람의 하루는 하나의 그릇처럼 비슷하다. 무엇을 담느냐에 따라 모양이 달라지고, 어떤 마음으로 섞어내느냐에 따라 맛이 달라진다.
오늘 내가 준비한 것은 그저 샐러드 한 그릇이 아니다.
현미와 훈제 연어, 그리고 겨울에 제격인 초록들이 만나 만들어낸, 작은 삶의 질서 같은 것이다.
현미를 씻어 밥솥에 넣으며 가끔 나는 이런 생각을 생각한다.
현미는 참 고집스럽고, 백미처럼 쉽게 익지도 않으며, 부드럽지도 않다.
하지만 그 단단함 속에서 오래 씹을수록 고소한 힘이 나온다.
사람도 그렇다. 빨리 익으려 하지 않는 마음, 천천히 자기 속도로 걸어가는 사람만의 리듬.
그게 결국 오래가는 영양이 된다.
된장을 풀어 밥솥에 넣을 때 퍼지는 향은 오래된 시간의 냄새 같다.
흙과 햇살, 미생물의 인내가 오랜 세월을 지나 온전히 하나가 되는 향.
겉으로는 투박하지만, 그 안에는 운동으로 다지는 근육보다 더 단단한 '삶의 깊이'가 있다.
비록 겉모양은 조금 지쳐 있어도, 살아낸 시간만큼 깊은 맛을 낼 수 있다면, 우리의 하루도 이런 향을 품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아스파라거스와 완두콩을 잠깐 뜨거운 물에 데쳐 찬물에 식히는 과정은 인생의 극과 극을 오가는 감정 변화와 닮았다.
잠깐 뜨겁게 달구어져야 비로소 더 선명해지는 색이 있다. 잠깐 식혀야 되살아나는 아삭함도 있다.
그러니 뜨거운 순간을 두려워할 필요도, 차가운 시간을 부끄러워할 이유도 없다.
그 두 가지가 어우러져야 우리가 더 단단해질 수 있다.
우리가 살아가는 하루는 간장의 짠맛, 초밥 시즈닝의 산뜻한 신맛, 참기름의 고소함처럼 서로 다른 맛이 이어지는 과정이다.
하루 안에서도 이 맛들은 조금씩 섞이며 마음의 온도를 바꾼다.
어떤 날은 짜기만 하고, 어떤 날은 시기만 하지만
시간이 지나 하나의 그릇에 담기면 서로의 맛을 덜어 주며 자연스럽게 균형을 만든다.
삶도 요리와 다르지 않다.
큰 비법이 필요한 건 아니다.
주어진 것들을 적당히 섞고, 너무 지나치지 않게 조절하는 일. 그 정도면 충분히 좋은 맛이 난다.
마지막으로 연어를 올리며 나는 조용히 미소가 지어진다.
연어는 바다를 건너온 생명이다.
수천 킬로를 거슬러 오르는 강인함을 품고 있으면서도
접시에 오를 때에는 너무나도 부드럽다.
강함과 부드러움이 공존할 수 있다는 사실,
우리가 늘 잊고 사는 '균형의 미학'이 그 한 조각에 담겨 있다.
그렇게 모든 재료를 올리고
따뜻한 현미 위에 차곡차곡 색깔을 얹으면
그릇 하나에 '건강'이 아니라 '온기' 놓인다.
빨리 먹으라고 재촉하지 않고, 화려하게 꾸미지도 않는다.
그저 지금의 나를 살리는 온전한 에너지로 조용히 자리할 뿐이다.
솔직히 말해, 이 샐러드가 모든 문제를 해결해주지는 못한다.
하지만 적어도 오늘 하루를 조금은 더 부드럽게,
조금은 더 건강하게 받아들일 힘을 준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건,
이 한 그릇을 준비하는 시간 동안
나는 나 자신을 다시 들여다보게 된다.
천천히, 따뜻하게, 그리고 솔직하게.
삶도 결국 그런 것이 아닐까.
온갖 재료가 섞여 들어와 각자의 색을 내고,
때로는 뜨거웠다가 또 금세 식기도 하며,
하지만 결국 한 그릇으로 완성되어 나를 살리는 것.
오늘의 이 샐러드는 건강을 위한 음식이 아니라
내 마음이 잠시 숨을 고를 수 있는
작은 온기의 자리이다.
그 따뜻한 숨을 당신도 이 그릇에서
조용히 느끼기를 바란다.
요리초보도 헤드셰프가 되는 세상에서 제일 만들기 쉽고 맛있는 현미와 훈제연어 샐러드 볼 만들기
(Brown rice and smoked salmon salad bowl)
준비 시간 10분, 조리 시간, 35분, 4인분
● 재료
•현미 1 1/2컵(300g)
•된장 1큰술
•아스파라거스 1단(얇게 대각선으로 썬 것)
•설탕 완두콩 150g(세로로 얇게 썬 것)
•소금 간장 1큰술
•초밥용 시즈닝 1큰술
•참기름 1작은술
•당근 1개(껍질을 벗기고 채 썬 것)
•적무 1단(얇게 썬 것)
•훈제 연어 185g 2봉지(껍질 제거 후 두껍게 썬 것)
■ 만들기
•1단계
밥솥에 현미와 된장을 넣고 섞습니다. 물 3컵(750ml)을 붓고 취사버튼 누르면 현미밥 완성.
•2단계
그 사이, 아스파라거스와 설탕완두콩을 내열 그릇에 담습니다. 끓는 물을 붓고 2분간 그대로 둡니다. 찬물에 헹궈 물기를 잘 뺍니다.
•3단계
작은 그릇에 간장, 초밥용 시즈닝, 참기름을 넣고 잘 섞습니다.
•4단계
밥을 그릇에 골고루 나누어 담습니다. 아스파라거스, 설탕완두콩, 당근, 무, 연어를 얹고 드레싱을 뿌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