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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격 Aug 11. 2021

바닥이라는 것

예전에 10년 전에도 카페 창업을 했었다. 회사 일이 힘들어서라기 보다 권태로움이 컸다. 

카페를 하고 싶었던 것은 아니고 공방만으로는 먹고살기 힘들 것 같아서 카페로 기본 수입을 챙기면서 공방을 하고 싶었다. 

이도 저도 아닌 도전은 금방 의욕상실로 이어졌고 8개월 만에 접었다. 잠깐의 경험이지만 오천 정도의 비용이 소모되었다. 

다시 회사생활. 그 후 6년을 야근하면서 모은 돈을 친인척에 꿔줬다. 


이런 경험은 쪽 팔려서 잘 얘기하지 않는다. 

어린이도 알고 있을 상식적인 금기를 내가 저질렀다. 디테일로 들어가면 이런저런 핑계가 나오지만 지금 보면 그때 뭐가 씌었다고 밖에 말할 수 없다. 쪽 팔린다.


그리고 퇴사 전 2년 정도 말도 안 되는 프로젝트를 연이어 수행하면서 위궤양을 얻었다.

퇴사 전 겨울 고향에 홀로 계신 어머니는 저혈당으로 계속 쓰러지셨다. 119를 통해 여러 차례 응급실에 가셨고 전화 연락이 안 될 때는 고향에 있는 친구들한테 도움을 요청했다. 불안했다. 

당시 바닥이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고향에 내려와 퇴직금 만으로 공방을 차리고 1년이 지나고 2년이 지났다. 수입이 생기지 않았다. 

유지비. 생활비가 스트레스로 다가왔다. 

3주 전 아침. 윗배에 극심한 통증이 느껴졌다. 3시간을 참아봤다. 잦아들지 않는다. 

움직일 수가 없어 119를 통해 응급실에 갔다. 

복막염이란다. 천공이 있는 급성 위궤양.

배를 가르고 구멍 난 위를 꿰맸다. 

술은 별로 먹지 않았으니 순전히 스트레스로 생겨난 구멍이다.  


사전 증상은 있었다. 

오랫동안 공복감과 불안이 헛갈렸다. 

일터지기 전 일주일은 속 쓰림과 거북함을 오갔다. 공복 시 속 쓰림, 섭취 후 거북함. 


이러다 말겠지. 


통증보다 생활 걱정이 우선이다. 

겔포스라도 먹었으면 이렇게 까지 되진 않았을 것이다. 

마음이 다스려지지 않으면 약이라도 먹었어야 했다. 


수술 후 병원에서 준 약을 먹으니 속 쓰림도 거북함도 해결됐다. 

너무나 정상이다. 

배에 생긴 커다란 칼자국을 빼면 너무나 정상이다. 


나는 지금 상황 파악을 못하며 살고 있다. 

위에 구멍 날 정도로 위벽이 얇아진 것도 몰랐고 약만 좀 먹으면 이렇게 정상이 될 줄도 몰랐다. 




어디서 들은 얘기가 있다. 농부들의 아이큐를 수확 전후로 나눠서 테스트하면 차이가 난단다. 수확 후 아이큐가 높게 나타나는데 그 차이는 일반인과 알코올 중독자의 차이 정도란다. 여유가 없을 때 사람은 변한다. 


얼마 전 공방 이사하고 2년 만에 선배가 놀러 왔다. 

빨리빨리 광고하고 블로그도 하고 그러란다. 지역 소식을 전하는 앱도 알려주고 거기에 광고도 하라고 한다. 

블로그나 광고에 사용할 콘텐츠를 준비하지 못했다고 했다.  


여태까지 뭐했어?


맞다. 원주 온 지 2년이나 됐다. 여러 가지 나름 노력했지만 돌아보면 좁고 경직된 시야에서 너무 멀리까지 가서야 돌아왔다. 그런 삽질의 반복이었다.  

그리고 입원했다. 

일주일의 휴식. 웅성거리는 6인용 병실에서 아무것도 할 것이 없으니 눈을 감고 있거나 복도를 빙글빙글 돌았다. 


바닥. 지금이 바닥인가? 

 

공방 옮기기 전에도 했던 생각. 서울에 있을 때도 했던 생각. 

틈틈이 꾸준히 했던 생각이다. 바닥의 기준은 여전히 없다.


한때 삶이 뭔가를 고민했었고 그런 고민을 한 번씩 하는 사람들도 꽤 있는 것 같다. 

근데 그건 질문이 틀렸다. 그렇게 질문하면 “왜 살아?” 같은 쓸데없는 얘기로 흐를 수 있다. 

어떻게 살아야 할지 모르겠을 때 근원적인 문제 탐구로 허세가 보이는 고뇌를 하는 것 같다. 


철학하고 있군  


정확히 어떻게 살아야 하나를 질문해야 한다. 바닥이 뭔가를 생각하는 것도 같은 것 같다. 

바닥이면 올라갈 일만 남았으니까. 희망을 운명 같은 데서 찾는 행위로 보인다. 


지금 해야 할 것은 위축된 뇌에서 짜낸 좁은 시야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나는 모르지만 타성에 젖어 있을 것이다. 


거창할 것 없고 한방에 해결되는 것도 없고 대단한 성공이 있지도 않을 것이지만 즐겁게 살 수 있으니까 노력해 보는 거지.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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